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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8월 26일조회 0

조문에는 동의라는 말이 없다 - 성적 자기결정권이 법에서 작동하는 방식

성범죄 재판의 중심에는 대부분 하나의 질문이 있습니다. 동의가 있었는가. 그런데 형법 조문을 열어 보면 「동의」라는 단어가 구성요건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제299조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라고 적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동의는 법적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사건을 읽는 출발점입니다.

이 제도의 뼈대

보호법익은 성적 자기결정권 — 성적 행위의 여부와 상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
조문은 그 권리를 꺾는 수단(폭행·협박, 상태의 이용, 위계·위력)을 유형별로 규정한다.
동의의 존부는 이 수단 요건의 해석 속에서 판단된다.

조문의 설계 — 수단의 목록

형법과 특별법의 성범죄 조문들은 하나의 보호법익을 여러 수단으로 나누어 지킵니다. 폭행·협박으로 꺾는 경우(제297조·제297조의2·제298조), 이미 저항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하는 경우(제299조), 속이거나 지위로 누르는 경우(위계·위력 조문들), 그리고 연령상 유효한 동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의제 조문)입니다.

이 설계에서 동의의 위치가 드러납니다. 유효한 동의가 있었다면 자기결정권의 행사이므로 애초에 침해가 없습니다. 다투어지는 것은 대부분 동의가 있었다는 주장과 없었다는 진술이 맞서는 상황이고, 법원은 이를 수단 요건 —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 의 증명 문제로 다룹니다.

판단의 재료 — 무엇을 보나

동의 여부가 다투어질 때 법원이 보는 것은 당사자의 사후 주장이 아니라 당시의 사정들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와 그 이전의 경위, 행위 전후의 대화와 메시지, 행위 장소에 이르게 된 과정, 행위 직후의 행동 — 연락, 귀가 경로, 주변에 한 말 — 이 재료가 됩니다.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직접 증거인 사건이 많으므로,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경험하지 않고는 말하기 어려운 세부가 신빙성 판단의 축이 됩니다. 이때 법원은 피해자의 대처가 전형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을 배척하지 않는다는 방향 —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 법리 — 을 유지하면서도, 무죄추정 원칙에 따른 엄격한 증명을 함께 요구합니다. 두 원칙의 긴장 속에서 개별 사건이 판단됩니다.

동의의 시점과 철회

동의는 한 번 있으면 계속 유지되는 상태가 아닙니다. 행위의 각 단계마다, 각 시점마다 존재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응했더라도 도중에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면, 그 이후의 행위에는 동의가 없는 것입니다. 과거에 관계가 있었다는 사정, 연인이나 부부라는 관계도 이번 행위에 대한 동의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것은 이미 확립된 법리입니다.

실무에서 이 문제는 시점의 특정으로 나타납니다. 어느 시점까지의 정황과 그 이후의 정황을 나누어 보아야 하므로, 사건의 시간대를 분 단위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양쪽 모두에게 필요해집니다.

동의가 있어도 범죄가 되는 영역

동의의 항변이 애초에 작동하지 않는 영역이 있습니다. 일정 연령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는 동의가 있어도 의제 조문이 적용됩니다. 법이 그 연령의 동의에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촬영에 동의했더라도 유포에 동의한 것은 아니므로, 촬영물을 의사에 반하여 반포하면 별도의 범죄가 됩니다. 동의는 행위마다, 시점마다 따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이 조문들의 공통 논리입니다.

실제 분쟁은 어디서 갈리나

피고인 쪽의 「동의가 있었다」는 주장은 말로만 이루어지면 힘이 없습니다. 당시의 메시지, 만남의 경위, 전후의 연락처럼 시점이 남는 객관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피해자 쪽에서는 거부 의사가 표현된 정황, 행위 후의 상태와 행동이 진술을 지지하는 자료가 됩니다.

주의할 것은 사후 접촉입니다. 상대에게 연락해 당시의 상황을 확인하려는 시도는 회유·압박으로 평가될 위험이 크고, 그 대화 자체가 새로운 증거가 되어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사실관계 정리는 절차 안에서 해야 합니다.

정리 — 사건을 읽는 순서

· 적용 조문이 어느 수단 유형인가 (폭행·협박 / 상태 이용 / 위계·위력 / 의제)
· 그 수단 요건을 다투는 객관 자료가 무엇인가
· 진술의 구체성·일관성은 어느 쪽을 지지하는가
· 동의 항변이 아예 작동하지 않는 영역은 아닌가

변호사 검토를 고려할 만한 경우

동의 여부가 유일한 쟁점인 사건, 술자리 이후의 상황처럼 기억이 불완전한 사건, 메시지 기록이 양쪽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건에서는 초기 진술의 설계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형법 조문에 동의라는 말이 없는데 어떻게 판단하나요?

성범죄 조문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꺾는 수단(폭행·협박,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의 이용 등)을 규정하고, 동의의 존부는 그 수단 요건의 증명 속에서 판단됩니다.

Q2. 서로 합의했다는 것은 어떻게 증명하나요?

당시의 메시지와 연락 기록, 만남의 경위, 행위 전후의 행동처럼 시점이 남는 객관적 자료가 중심이 됩니다. 사후의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Q3. 동의가 있어도 처벌되는 경우가 있나요?

일정 연령 미만에 대한 의제 조문이 적용되는 경우, 촬영에는 동의했으나 유포에는 동의하지 않은 경우처럼 동의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 있습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 한병철 변호사
부산 해운대 사무소 | 1533-7377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인용 법령: 형법(법률 제21450호, 시행 2026. 3. 12.)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29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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