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축제의 인파, 공연장의 통로. 사람이 밀집한 공간에서의 신체 접촉을 이유로 조사를 받게 되는 사건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됩니다. 적용되는 조문은 성폭력처벌법 제11조,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입니다. 형법의 강제추행과 무엇이 다른지, 혼잡한 공간에서의 우연한 접촉과 범죄의 경계는 어디인지, 초기 대응에서 무엇이 결정적인지. 혐의를 받게 된 쪽이든 피해를 입은 쪽이든, 이 조문의 구조를 정확하게 아는 것에서 대응이 시작됩니다.
조문이 정한 것 - 폭행·협박 없는 추행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08-27 확인)
형법의 강제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요구하지만, 이 조문에는 그 요건이 없습니다. 밀집이라는 상황 자체가 만드는 무방비를 악용한 행위를 별도로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성요건이기 때문입니다. 접촉을 피하기 어렵고 저항을 표시하기도 어려운 공간의 특성이 이 조문의 존재 이유입니다. 같은 접촉이라도 어느 조문으로 의율되는가에 따라 요건과 방어의 지형이 달라지므로, 사건 초기에 적용 조문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어디까지가 공중 밀집 장소인가
조문은 대중교통수단과 공연·집회 장소를 예시로 들고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로 폭을 열어 둡니다. 지하철과 버스, 공연장, 찜질방처럼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공개된 공간이 여기에 들어온다고 다루어집니다. 백화점이나 대형 행사장의 통로처럼 예시에 없는 공간도 성격이 같다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범행 당시 실제로 빽빽하게 붐볐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공중의 이용에 상시적으로 제공되어 밀집이 예정된 장소인가가 기준으로 다루어지므로, 한산한 시간대의 지하철이라는 사정만으로 조문의 적용이 배제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사적인 공간, 특정인만 출입하는 장소라면 이 조문이 아니라 다른 구성요건의 문제가 됩니다.
추행과 우연한 접촉의 경계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접촉의 부위와 방식, 지속성, 반복성이 판단의 재료가 되고, 피해자가 현장에서 보인 반응과 신고 경위도 함께 평가됩니다.
혼잡한 공간에서는 원치 않는 접촉이 구조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래서 이 유형 사건의 핵심 다툼은 접촉이 있었는가가 아니라 고의가 있었는가에 몰립니다. 차량의 흔들림에 따른 우연한 접촉이었는지, 의도를 가진 접촉이었는지. 수사기관은 접촉의 부위와 각도, 지속 시간, 자세의 변화,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 CCTV 영상을 조합해 고의를 추론합니다. 손의 위치가 자연스러운 자세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차량의 움직임과 접촉의 방향이 일치하는지 같은 물리적 정합성이 검토의 재료가 됩니다. 같은 시간대, 같은 위치에서의 반복 탑승 이력 같은 정황이 더해지기도 합니다.
이 죄가 성립하면 무엇이 따라오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형량표만 보고 사건의 무게를 재면 안 됩니다.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형벌 외에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고, 사안에 따라 취업제한 명령이 따라붙을 수 있습니다. 공무원, 교원, 의료인처럼 자격과 직업의 규율을 받는 사람이라면 징계와 자격 문제가 형사절차와 별도로 진행됩니다. 수사 개시 통보만으로 소속 기관의 절차가 시작되는 직역도 있어, 형사 대응과 직역 대응을 함께 설계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수 효과들 때문에, 벌금형으로 끝내면 된다는 계산은 위험합니다. 벌금형도 유죄이고, 유죄인 이상 등록과 신상의 문제가 연동됩니다. 약식명령을 그대로 받아들일지, 정식재판을 청구할지의 판단에는 형량의 크기가 아니라 유무죄 자체를 다툴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가장 먼저 놓여야 합니다.
초기 대응 - 첫 진술 전에 정리할 것
이 유형의 사건은 물적 증거가 얇고 진술의 신빙성이 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첫 피의자신문에서의 진술이 사건 전체의 궤도를 정합니다. 기억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측으로 답하거나, 상황을 모면하려 사실과 다른 인정을 하면 뒤에 바로잡기 어렵습니다. 조사에서의 한 문장이 이후 모든 절차에서 인용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혐의를 다투는 경우라면 CCTV 보존 요청, 탑승 경로와 시간대의 재구성, 접촉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혼잡도의 증명 같은 작업이 초기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하철 역사와 차량의 영상은 보존 기간이 짧아 시간이 곧 증거입니다. 수사기관의 확보를 기다리기보다 변호인을 통해 보존을 서둘러 요청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피해자와의 합의를 검토하는 경우에도 직접 연락은 피해야 하며, 접근 방식과 시점이 2차 가해 논란으로 번지지 않도록 반드시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어느 방향이든 첫 조사 전에 변호인과 사건의 좌표를 정하는 것이 이후 모든 선택의 기초가 됩니다.
정리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폭행·협박 없이도 성립하는 추행죄로, 밀집 공간의 특성을 악용한 행위를 겨눕니다. 다툼의 중심은 접촉의 유무가 아니라 고의의 증명이고, 결과의 무게는 형량이 아니라 유죄 자체에 있습니다. 사건이 시작되었다면 기억이 선명할 때 시간대별 사실관계를 기록하고, 첫 진술 전에 전문가와 좌표를 정하시기 바랍니다. 초기의 반나절이 이후의 일 년을 좌우하는 사건 유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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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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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대였는데도 이 조문이 적용되나요?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인지는 상시적으로 공중의 이용에 제공되어 밀집이 예정된 장소인가를 기준으로 다루어집니다. 범행 순간 실제 혼잡도만으로 적용이 배제되지 않습니다.
강제추행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형법상 강제추행은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하지만,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공중 밀집 장소라는 상황을 이용한 추행을 폭행·협박 요건 없이 처벌합니다. 법정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입니다.
벌금형으로 끝나면 전과 외에 다른 불이익은 없나요?
벌금형도 유죄이므로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고, 사안에 따라 취업제한 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약식명령 수용 여부는 부수 효과까지 계산해 판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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