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질문 내용
성폭력 사건 피해자입니다. 가해자가 혐의를 부인해서 재판까지 가게 됐고, 제가 증인으로 법정에 나가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가해자 얼굴을 다시 봐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히고, 방청석에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두렵습니다. 법정에서 피해자를 보호해 주는 제도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미리 신청해야 하는 건지 알고 싶습니다.
성폭력 사건의 재판을 앞둔 피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판결의 결과가 아니라 법정이라는 공간 그 자체인 경우가 많습니다. 방청석의 낯선 시선, 피고인과의 대면, 사생활이 공개 법정에서 낱낱이 언급되는 상황. 성폭력처벌법은 이 두려움을 알고 형사절차의 안쪽에 여러 보호 장치를 심어 두었습니다. 심리의 비공개, 비디오 중계장치에 의한 증인신문,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대신 챙겨 주는 피해자 변호사 제도. 재판에 서게 될 피해자와 그 가족이 미리 알아 두면 실제로 쓸 수 있는 장치들을 조문의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재판 공개의 원칙과 그 예외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공개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원칙입니다. 그러나 성폭력 사건에서는 예외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31조 제1항은 「성폭력범죄에 대한 심리는 그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결정으로써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하여 예외의 문을 열어 둡니다. (성폭력처벌법 제31조,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08-27 확인)
비공개는 법원의 결정으로 이루어지며, 심리의 전부를 비공개로 할 수도, 피해자가 진술하는 부분만 비공개로 할 수도 있습니다. 판결의 선고는 공개가 유지되지만, 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운영됩니다. 비공개 결정이 있으면 방청이 제한되고, 소송관계인에게는 비밀 유지의 규율이 함께 작동합니다.
피해자가 직접 신청할 수 있다 - 제31조 제2항
이 조문의 실무적인 핵심은 제2항에 있습니다. 증인으로 소환받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와 그 가족은 사생활 보호 등의 사유로 증인신문의 비공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법원의 재량적 결정을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쪽에서 절차를 움직일 수 있는 신청권이 조문에 명시되어 있는 것입니다.
신청을 받은 재판장은 제31조 제3항에 따라 허가와 공개 여부만이 아니라 법정 외의 장소에서의 신문을 포함한 증인신문의 방식과 장소까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방청석을 비우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법정이 아닌 공간에서의 신문까지 설계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신청은 재판 기일 전에 서면으로 정리되어 제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피해자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다면 그 명의로 이루어집니다. 신청 사유는 구체적일수록 좋고, 심리적 상태에 관한 소견이 있다면 함께 붙입니다.
피고인과 마주치지 않는 증언 - 제40조의 중계신문
제40조 제1항은 법원이 일정한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를 통하여 신문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피해자는 법정이 아닌 별도의 증언실에 앉고, 법정과는 화면으로만 연결됩니다.
피고인과 같은 공간에서 대면해야 하는 부담, 방청석 앞에서 피해 사실을 말해야 하는 부담이 이 장치 하나로 크게 줄어듭니다. 형사소송법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어 성폭력 사건 전반에서 활용되며, 신뢰관계를 가진 사람의 동석, 법원 증인지원 시설의 이용과 결합되면 증언의 환경은 상당히 달라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장치들이 신청 없이 자동으로 작동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재판 기일 전에 재판부와 소통하여 필요한 장치를 미리 요청해 두는 준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장치들을 움직이는 사람 - 피해자 변호사
비공개 신청, 중계신문 요청, 동석 신청 같은 절차를 재판을 처음 겪는 피해자가 혼자 챙기기는 어렵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7조는 피해자와 그 법정대리인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변호사에게 수사기관 조사 참여, 공판 출석과 의견 진술, 소송기록의 열람·등사, 나아가 소송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대리권까지 부여합니다. 선임된 변호사가 없는 경우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선정할 수 있고, 19세 미만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으면 반드시 선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제27조 제6항).
피해자 변호사는 가해자 측과의 접촉 창구가 되어 2차 피해를 차단하고, 절차의 각 단계에서 보호 장치를 신청하며, 합의가 논의되는 국면에서는 피해자의 의사가 왜곡 없이 전달되도록 관리합니다. 수사 단계의 조사에도 참여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므로(제27조 제2항), 선임의 시점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형사절차의 언어로 피해자의 자리를 지키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판을 앞둔 피해자와 가족에게 - 준비의 순서
법원의 증인 소환장을 받았다면 먼저 피해자 변호사와 함께 증언 환경의 설계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비공개 신청과 중계신문 요청 가운데 무엇이 필요한지, 동석할 신뢰관계인은 누구로 할지, 증인지원관의 조력과 별도 대기실·출입구 이용이 가능한지를 기일 전에 정리해 재판부에 요청합니다. 증언 내용의 준비는 자신이 겪은 사실을 시간 순서로 정리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반대신문에서 기억나지 않는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꾸며서 채운 한 문장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절차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수록 진술은 안정되고, 안정된 진술이 결국 사건의 결론을 지킵니다.
정리
성폭력 사건의 법정에는 피해자를 위한 절차 장치가 이미 여럿 마련되어 있습니다. 심리의 비공개는 피해자와 가족이 직접 신청할 수 있고, 중계장치에 의한 신문은 대면의 부담을 덜어 주며, 피해자 변호사가 이 모든 절차를 대리할 수 있습니다. 이 장치들은 그 존재를 아는 사람만이 쓸 수 있습니다. 재판이 다가오고 있다면, 두려움을 혼자 견디는 대신 절차가 마련해 둔 보호를 먼저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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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성폭력 사건 재판은 비공개로 할 수 있나요?
법원은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결정으로 심리를 비공개할 수 있고(성폭력처벌법 제31조 제1항), 증인으로 소환된 피해자와 그 가족도 증인신문의 비공개를 직접 신청할 수 있습니다(제2항).
법정에서 피고인과 마주치지 않고 증언할 방법이 있나요?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증인신문이 가능합니다(제40조). 별도의 증언실에서 화면으로 연결되어 진술하며, 신뢰관계인 동석 등과 결합해 증언 환경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도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나요?
피해자와 법정대리인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그 변호사는 조사 참여·공판 의견 진술·기록 열람과 포괄적 대리권을 가집니다(제27조). 19세 미만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으면 국선변호사가 반드시 선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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