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벌어진 일은 신고를 결심하기까지가 가장 어렵습니다. 물리적인 힘이 없었으니 범죄가 아니라고 스스로 정리해 버리거나, 신고하면 일자리를 잃을 것 같아 삼키게 됩니다. 그런데 법은 이런 상황을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힘으로 누르지 않아도 지위 자체가 압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보고, 업무나 고용 관계에서 벌어진 행위에 별도의 조문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지위가 곧 수단이 됩니다
일반적인 강제추행이나 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을 요건으로 합니다. 그래서 물리적인 저항을 억누른 정황이 없으면 성립을 다투게 됩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유형은 다릅니다. 여기서 요건은 위계 또는 위력이고, 위력은 사람의 의사를 제압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뜻합니다. 물리적인 힘뿐 아니라 지위, 권세, 인사권처럼 상대를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그래서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거나 밀치지 않았다는 사정이 곧바로 무죄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판례는 위력이 실제로 행사되지 않았더라도 그 존재만으로 의사가 제압될 수 있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어떤 관계가 여기에 해당하나
- 직장의 상하 관계 : 인사와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
- 고용 관계 : 계약 연장이나 근무 조건을 좌우할 수 있는 위치
- 교육이나 훈련 관계 : 성적과 자격에 관여하는 위치
- 의료나 상담 관계 : 치료와 정보에서 우위에 있는 위치
- 그 밖에 보호나 감독을 받는 관계 전반
조문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라고 넓게 적고 있어서 형식적인 직함보다 실제로 보호나 감독을 받는 처지였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정규직이 아니어도, 계약서가 없어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관계가 끝난 뒤의 행위도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퇴사했더라도 경력 증명이나 업계 평판처럼 여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고리가 남아 있다면 그 사정이 함께 검토됩니다. 반대로 관계가 실질적으로 단절된 이후라면 일반 조문으로 다뤄집니다.
간음과 추행은 조문이 갈립니다
같은 위력이라도 행위에 따라 적용 조문과 법정형이 다릅니다. 간음의 경우 형법에, 추행의 경우 성폭력처벌법에 각각 규정돼 있고 형의 상한도 다르게 정해져 있습니다.
구금된 사람을 감호하는 사람이 그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경우에는 별도의 항이 적용되어 더 무겁게 처벌됩니다. 상대가 그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을 반영한 것입니다.
주의할 점은 이 조문이 적용된다고 해서 더 무거운 죄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위력의 정도가 폭행이나 협박에 이를 만큼이었다면 강간이나 강제추행으로 평가될 수 있고, 그때는 법정형이 크게 올라갑니다. 죄명이 어디에 놓이느냐가 사건의 무게를 결정합니다.
동의가 있었다는 주장은 어떻게 판단되나
가장 흔한 방어는 상대도 동의했다는 것입니다. 이때 법원이 보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반응이 아니라 그 반응이 자유로운 의사에서 나온 것인지입니다.
거절하면 어떤 불이익이 예상되는 관계였는지, 이전에 유사한 요구가 반복됐는지, 거절 이후 실제로 불이익이 있었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표면적으로 웃으며 응대한 메시지가 있더라도, 그것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대응이었다면 동의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피의자 입장에서는 관계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다투게 됩니다. 지시나 평가 권한이 없었다는 점, 사적인 관계가 별도로 형성돼 있었다는 점을 자료로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시기별 기록이 필요합니다.
신고했을 때 함께 작동하는 보호 장치
직장 내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형사 절차와 별개로 회사에 조치 의무가 생깁니다.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고, 이를 어기면 별도의 책임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두 갈래를 함께 봅니다. 형사 고소와 별도로 회사에 신고해 분리 조치와 근무 장소 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회사가 이를 방치하면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양형에서 무엇이 반영되나
이 유형은 신뢰 관계를 이용했다는 점 때문에 같은 행위라도 무겁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지위를 이용해 반복했거나 거절 이후 인사상 불이익을 준 정황이 확인되면 가중 요소가 됩니다.
반대로 유리하게 참작되는 사정도 있습니다. 즉시 인정하고 피해 회복에 나선 경우, 직을 내려놓아 관계를 단절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다만 회사를 통해 합의를 압박하는 방식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부수처분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유죄가 되면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이 따를 수 있고, 직업 자체를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어 변론에서 이 부분을 별도로 다투게 됩니다.
증거는 어디에 남아 있나
이 유형의 사건은 목격자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관계의 성격을 보여주는 자료가 흩어져 있습니다. 업무 지시 메시지, 근무표, 회식 자리의 사진, 사건 전후로 동료에게 보낸 하소연이 모두 자료가 됩니다.
사건 직후에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기록은 특히 중요합니다. 그 시점의 반응이 진술의 일관성을 뒷받침하기 때문입니다. 지우지 마시고 그대로 보관하십시오.
회사 내부 조사에서 한 진술도 나중에 그대로 쓰입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정리되지 않은 채 조사에 응하면 이후 절차 전체가 흔들릴 수 있으므로, 조사 전에 시간순 정리를 먼저 해 두시기를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점을 확인하십시오. 형사 절차와 노동 관계의 구제 절차는 각각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어, 한쪽을 진행하는 사이 다른 쪽 기간이 지나가는 일이 있습니다. 두 절차의 일정을 함께 놓고 계획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303조(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 · 성폭력처벌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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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물리적인 힘이 없었는데도 처벌되나요?
업무나 고용 관계에서는 위계 또는 위력이 요건이고, 위력에는 지위와 권세처럼 상대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일체의 세력이 포함됩니다. 물리력이 없어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정규직이 아니어도 적용되나요?
조문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라고 넓게 규정하고 있어 형식적인 고용 형태보다 실제로 보호나 감독을 받는 처지였는지를 봅니다.
당시 웃으며 답장한 메시지가 있으면 동의로 보나요?
겉으로 드러난 반응보다 그것이 자유로운 의사에서 나온 것인지를 봅니다. 거절 시 불이익이 예상되는 관계였다면 관계 유지를 위한 대응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회사에 신고하면 불이익을 받지 않나요?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고 위반 시 별도의 책임이 발생합니다. 분리 조치와 근무 장소 변경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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