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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9월 2일조회 0

한병철 변호사 [부산 성범죄전문] 기억이 없다는 말과 항거불능은 같지 않습니다 - 판단의 구조

준강간 사건의 결론은 대부분 한 지점에서 갈립니다. 당시 그 사람이 항거불능 상태였는가입니다. 그런데 이 판단만큼 오해가 많은 영역도 드뭅니다. 기억이 없으면 항거불능이라고 생각하는 쪽과, 걷고 말했으니 항거불능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쪽이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실제 법원의 판단 구조는 두 주장 어느 쪽과도 같지 않습니다. 무엇을 근거로 어떤 순서로 판단하는지 짚어 두면, 어느 자료를 먼저 확보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집니다.

조문이 정한 두 가지 상태

법은 심신상실과 항거불능을 나란히 적어 두었습니다. 심신상실은 의식이 없거나 판단 능력이 사라진 상태를 말하고, 항거불능은 의식은 있지만 저항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말합니다.

둘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강간이나 강제추행과 같은 형으로 처벌됩니다. 그래서 실무의 다툼은 이 상태가 있었는지, 그리고 상대가 그 상태를 인식하고 이용했는지에 집중됩니다.

기억의 공백은 상태와 같은 말이 아닙니다

가장 흔한 오해입니다. 술을 마신 뒤 기억이 끊기는 현상은 뇌가 기억을 저장하지 못한 것이지, 그 시간 동안 의식이나 판단 능력이 없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실제로 대화를 나누고 걸어 다닌 사람이 나중에 그 시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기억이 없다는 진술만으로 항거불능이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이 현상이 있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진술 전체가 배척되지도 않습니다. 법원은 기억의 공백과 당시의 상태를 분리해 판단합니다.

이 지점에서 감정과 전문가 의견이 활용됩니다. 마신 술의 양과 종류, 체중,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 농도 추정이 자료로 제출되고, 그 수치가 통상 어떤 상태를 만드는지에 대한 설명이 붙습니다.

법원이 실제로 보는 사정들

  • 음주량과 음주 속도, 마지막 잔부터 경과한 시간
  • 이동 경로에서의 모습 : 부축이 필요했는지, 스스로 걸었는지
  • 대화의 내용과 일관성 : 상황에 맞는 응답이었는지
  • 휴대전화 사용 기록 : 잠금 해제, 메시지 작성, 통화 여부
  • 사건 직후의 상태 : 구토, 실신, 부축을 받은 정황

이 중 휴대전화 기록은 최근 사건에서 비중이 매우 커졌습니다. 스스로 메시지를 작성하고 앱을 조작한 기록이 남아 있으면 판단 능력이 남아 있었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반대로 아무 조작도 없다가 갑자기 통화 시도가 끊긴 정황은 다른 방향으로 읽힙니다.

인식했는지도 함께 따집니다

상태가 인정되더라도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상대가 그 상태를 알면서 이용했는지가 별도의 요건입니다. 스스로도 만취해 상대의 상태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다툼에서는 두 사람의 음주량 차이, 사건 직전의 대화 내용, 장소를 옮긴 경위가 검토됩니다. 상대가 제대로 서 있지 못하는 것을 알고도 데려간 정황이 확인되면 인식은 어렵지 않게 인정됩니다.

한편 실제로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오인하고 행위에 나아간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준강간의 미수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어서, 상태가 부정되면 무조건 무죄가 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진술의 신빙성은 별개의 축입니다

상태와 인식이 정리돼도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진술을 믿을 수 있는가입니다. 이 판단에서 법원은 진술이 일관되는지,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세부가 담겨 있는지를 봅니다.

사소한 부분이 어긋난다고 해서 곧바로 배척되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흐려지는 것이 자연스럽고,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일치하는 진술이 부자연스럽게 평가되기도 합니다. 핵심적인 부분이 흔들리는지가 기준입니다.

피해자의 태도를 근거로 신빙성을 깎는 주장에는 제동이 걸려 있습니다. 피해 이후에 웃거나 평소처럼 지냈다는 사정만으로 진술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확립된 태도입니다.

수면과 약물, 장애가 얽힌 경우

잠든 상태는 전형적인 심신상실로 다뤄집니다. 다만 얕게 잠들었다가 깬 시점이 언제인지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약물이 개입된 경우에는 훨씬 무겁게 다뤄집니다. 상대에게 약물을 사용해 항거불능 상태를 만든 경우는 별도의 가중 규정이 적용되고, 모발과 소변 검사에서 성분이 확인되면 그 자체가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검출 가능 기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지체 없이 검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지적 장애나 정신적 장애가 있는 피해자의 경우에는 별도의 조문이 적용됩니다. 이때 판단 기준은 일반인의 기준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이해 능력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어느 쪽 입장이든 준비할 것

공통점은 객관적 자료입니다. 폐쇄회로 영상, 결제 내역, 통화와 메시지 기록, 택시 승하차 기록은 기억보다 정확하고 다투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자료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피해자 입장이라면 사건 직후의 병원 기록이 가장 중요합니다. 신체 상태뿐 아니라 당시 진술한 내용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피의자 입장이라면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측으로 채우지 마십시오. 나중에 객관적 자료와 어긋나면 그 하나가 전체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립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정리하면 다투는 축은 셋입니다. 상태가 있었는가, 상대가 그것을 인식했는가, 진술을 믿을 수 있는가입니다. 세 축 중 어디에서 승부가 갈리는 사건인지 먼저 파악하고 자료를 그쪽에 모으는 것이, 모든 항목을 두루 다투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 형법 제300조(미수범) · 성폭력처벌법 제6조(장애인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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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기억이 전혀 없으면 항거불능으로 인정되나요?

기억의 공백과 당시의 상태는 다른 문제입니다. 술로 기억이 저장되지 않았을 뿐 의식과 판단 능력은 남아 있는 경우가 있어, 기억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걷고 대화했으면 항거불능이 아닌가요?

단정할 수 없습니다. 법원은 음주량과 경과 시간, 이동 중 모습, 대화의 일관성, 휴대전화 사용 기록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상대의 상태를 몰랐다면 처벌을 면하나요?

상태를 알면서 이용했는지가 별도 요건이므로 인식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다만 상태가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오인하고 행위에 나아간 경우 미수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약물이 의심되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요?

지체 없이 모발과 소변 검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성분마다 검출 가능한 기간이 정해져 있어 시간이 지나면 확인이 불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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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정식 상담을 통해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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