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을 두고 한쪽은 성희롱이라 하고 다른 쪽은 강제추행이라고 합니다. 두 말은 일상에서 섞여 쓰이지만 법에서는 서로 다른 제도입니다. 하나는 형사처벌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주로 직장과 행정의 문제입니다. 어디서 갈리는지, 각각 어떤 절차를 밟는지, 하나의 사건이 양쪽에서 동시에 다뤄질 수 있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같은 행위라도 어느 제도로 다루어지느냐에 따라 끝난 뒤에 남는 것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두 말은 어디서 갈리나
강제추행은 형법이 정한 범죄입니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수사와 재판을 거쳐 유죄가 인정되면 형벌이 따릅니다.
성희롱은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가 정의한 개념으로,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성적 언동으로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 또는 그 언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형벌 조항이 따로 없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주에게 조사와 조치 의무가 생기고, 인권위 진정과 노동청 진정, 사내 징계, 민사 손해배상이라는 경로가 열립니다. 형사처벌만 없을 뿐입니다.
| 구분 | 강제추행 | 성희롱 |
|---|---|---|
| 근거 | 형법 제298조 |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
| 성격 | 형사 범죄 | 직장 내 조치와 행정 구제의 대상 |
| 다루는 곳 | 수사기관과 법원 | 사업주, 국가인권위원회, 노동청, 법원 |
| 따르는 것 | 징역 또는 벌금 | 징계, 시정 권고, 손해배상, 사업주에 대한 제재 |
강제추행이 되려면 무엇이 있어야 하나
조문만 보면 폭행이나 협박이 먼저 있어야 할 것처럼 읽힙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판례는 추행 행위 그 자체가 폭행에 해당하는 경우도 강제추행으로 봅니다. 이를 기습추행이라고 부릅니다. 갑자기 신체를 만지고 지나간 경우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미리 위협을 가한 적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혐의를 벗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추행인지 아닌지는 결국 맥락에서 갈립니다.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인지를 보되, 접촉한 부위와 방법, 그때의 상황, 당사자의 관계를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어깨를 만진 행위도 어떤 자리에서 누구 사이에 있었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직장에서 벌어진 일에는 다른 조항이 자주 등장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는 업무나 고용 관계로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력으로 추행한 경우를 따로 정하고 있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지위에 따른 위력만으로 성립한다는 점에서 적용 범위가 넓습니다.
위력
사람의 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을 말합니다. 물리적인 힘만이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지위나 권세도 포함됩니다. 실제로 저항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사정이 곧 동의로 읽히지는 않습니다.
신체 접촉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나
말과 시선만 오간 경우입니다. 신체 접촉이 없었다면 강제추행으로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처벌 규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는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글, 그림, 영상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메신저와 문자, 전화가 모두 여기에 들어갑니다. 표현의 내용에 따라서는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함께 문제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성희롱은 신체 접촉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같이 봐야 합니다. 형사에서 무혐의로 끝난 언동이 회사에서는 그대로 징계 사유가 되는 상황이 여기서 나옵니다.
회사가 보는 기준은 형사보다 넓습니다. 성적인 농담이나 외모에 대한 평가, 사적인 만남의 반복적인 요구처럼 접촉이 없는 언동도 상대가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면 직장 내 성희롱의 범위에 들어갑니다. 반복 여부와 정도는 판단에서 고려되지만,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형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내 절차를 미뤄 두겠다는 판단이 위험한 이유입니다.
회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는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받은 사업주가 밟아야 할 절차를 정하고 있습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 신고를 받거나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조사에 착수합니다.
- 조사 기간 동안 피해를 입은 근로자를 보호할 조치를 합니다.
- 성희롱이 확인되면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합니다.
- 피해 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 변경이나 배치전환을 검토합니다.
-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을 다른 직원에게 누설하지 않습니다.
이 의무는 회식 자리에서 벌어진 일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업무 시간이 아니어도 회식은 업무의 연장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술자리였다는 사정이 참작 사유가 되지도 않습니다.
가해자가 직원이 아니라 거래처 직원이나 고객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업주는 제3자로부터 근로자가 성희롱을 당한 경우에도 조치할 의무를 지고, 근무 장소 변경 같은 요청을 거부하면 그 거부 자체가 위반이 됩니다. 가해자 본인에 대해서는 형사나 민사로 따로 대응하게 됩니다.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피해를 알렸다는 사정을 이유로 사업주가 근로자를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를 어겼을 때의 벌칙은 남녀고용평등법 제37조에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불리한 대우는 해고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계약 갱신 거절, 승진 배제, 담당 업무에서의 배제가 모두 들어갑니다. 알린 시점과 처우가 달라진 시점의 간격이 짧을수록 인과관계는 인정되기 쉬워집니다.
결국 다툼은 시점과 비교로 좁혀집니다. 신고 전후의 업무 분장과 평가, 근무 조건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나란히 놓고 보기 때문에, 그 무렵에 오간 문서와 메일을 그대로 보관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회사가 든 이유가 신고와 무관한 사정인지도 같은 자리에서 따져집니다.
주의
신고한 사람에게 직접 연락해 사실관계를 맞춰 보려는 시도는 어느 절차에서든 위험합니다. 회유나 압박으로 읽히면 원래 사건과 별개의 문제가 새로 생깁니다. 연락이 필요하면 회사 창구나 대리인을 통해서 합니다.
하나의 사건이 여러 절차로 갈 때
같은 행위가 강제추행이면서 동시에 직장 내 성희롱일 수 있습니다. 이때 형사 고소와 회사 징계, 인권위 진정, 민사 소송은 각각 별개로 진행됩니다. 어느 하나의 결과가 다른 절차를 자동으로 정해 주지 않습니다.
형사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끝나도 회사 징계는 유지될 수 있는데, 징계에 요구되는 입증의 정도가 형사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징계가 취소되어도 형사 절차는 그대로 갑니다.
기한도 절차마다 다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내는 진정은 발생일부터 1년이 지나면 각하될 수 있고, 그 기준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에 있습니다. 강제추행의 공소시효는 법정형에 따라 정해지고, 노동청 진정과 민사 청구는 또 각각 기간이 다릅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남은 기간입니다. 순서를 정하는 일은 그다음입니다.
지목되었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
먼저 확인할 것은 지금 어느 절차에 서 있는지입니다. 회사 조사인지 수사기관 조사인지에 따라 해야 할 일이 달라집니다.
회사 조사에서는 의견을 낼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고, 조사 결과에 대한 소명 기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사 절차라면 진술의 범위를 미리 정해 두어야 합니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측으로 메운 진술은 나중에 신빙성 다툼의 빌미가 됩니다.
회사 조사와 수사 절차가 동시에 굴러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때 회사에 낸 의견서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이 서로 어긋나면 그 어긋남 자체가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어느 쪽에서 묻더라도 같은 사실관계를 말할 수 있도록 미리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양쪽 모두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그날 안에 적어 둔 기록입니다. 기억은 몇 달만 지나도 흐려집니다.
남겨 둘 것
· 날짜와 장소, 있었던 일을 시간 순으로 적은 메모
· 주고받은 메신저와 문자, 통화 기록
· 진료를 받았다면 그 기록
· 회사 창구에 알린 이력과 회사의 회신
· 조사 과정에서 받은 문서와 제출한 의견서
정리
강제추행은 형사의 문제이고, 성희롱은 주로 직장과 행정의 문제입니다. 신체 접촉과 위력이 있었는지가 갈림길입니다. 강제추행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이 따르지만, 성희롱에는 그런 처분이 없습니다. 등록 대상이 되는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가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하나의 사건이 양쪽에 걸치는 경우가 많고, 그때는 절차가 따로따로 굴러갑니다. 형사에서 끝났다고 회사 절차가 함께 끝나지도 않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절차마다 기한이 다르므로 무엇을 할지 정하기 전에 남은 기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먼저 할 일은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시간 순으로 적어 두는 것입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298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3조, 제42조 ·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4조, 제37조 ·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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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성희롱도 형사처벌을 받나요?
성희롱 자체를 처벌하는 형벌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신체 접촉이 있으면 강제추행으로, 통신을 이용했다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는데도 강제추행이 되나요?
됩니다. 판례는 추행 행위 자체가 폭행에 해당하는 기습추행도 강제추행으로 봅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도 별도 조항이 있습니다.
형사에서 무혐의가 나오면 회사 징계도 취소되나요?
아닙니다. 징계에 요구되는 입증의 정도가 형사보다 낮아 별개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피해를 알렸다는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하면 어떻게 되나요?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위반하면 형사 처벌 대상입니다. 계약 갱신 거절이나 승진 배제, 업무 배제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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