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를 하면 유리하다는 말은 어디서나 듣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시작하는지,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무엇을 절대 하면 안 되는지는 아무도 알려 주지 않습니다. 잘못된 방식으로 합의를 시도하다 오히려 구속 사유를 만드는 경우가 있고, 급하게 쓴 한 줄 때문에 몇 달 뒤 민사 분쟁이 생기기도 합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합의서에 무엇이 들어가야 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합의를 하면 사건이 끝나나
끝나지 않습니다. 성범죄는 피해자가 고소를 거두더라도 수사와 재판이 그대로 이어지는 죄입니다. 합의했다는 사정은 사건을 소멸시키는 사유가 아니라 양형에서 고려되는 사정으로 들어갑니다.
형법 제51조는 범행 후의 정황을 양형의 조건 가운데 하나로 정하고 있고, 양형기준에서도 처벌불원은 감경 요소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효과가 작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실형과 집행유예, 기소와 기소유예를 가르는 자리에 이 사정이 놓이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다만 합의로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신상정보 등록이나 취업제한 같은 처분은 합의 여부와 별개로 정해집니다.
왜 직접 연락하면 안 되나
이 사건 유형에서 가장 많이 벌어지는 사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과를 하려던 것이든 합의 이야기를 꺼내려던 것이든, 본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순간 남는 기록은 피해자 접근 시도입니다.
결과는 정반대로 돌아옵니다. 형사소송법 제70조가 정한 구속 사유를 뒷받침하는 사정이 되고, 같은 법 제201조에 따른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별도의 2차 가해로도 문제 됩니다. 가족이나 친구를 통해 대신 연락하는 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통로는 정해져 있습니다. 변호인을 통해서만 연락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에 따라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사가 선정되어 있다면 그쪽으로 의사를 전달하고, 수사기관을 거쳐 합의 의사가 있다는 점만 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거기서 멈춰야 합니다.
피해자가 거부하면 무엇이 남나
합의는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거부 의사가 확인되면 접촉을 중단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다음에 검토하는 것이 형사공탁입니다.
공탁법 제5조의2는 2022년부터 형사공탁의 특례를 두어, 피해자의 이름이나 주소를 모르더라도 사건번호로 공탁할 수 있게 했습니다. 연락 자체가 막힌 상황에서 회복 의사를 보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입니다.
공탁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공탁금을 실제로 수령했는지, 피해자가 어떤 의사를 밝혔는지가 함께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만능은 아닙니다. 피해자가 공탁금을 찾아가지 않고 처벌 의사를 유지하면 반영되는 정도가 줄어듭니다. 공탁이 합의를 대신하지는 못한다는 점은 분명히 알고 시작해야 합니다.
언제 해야 효과가 있나
같은 합의라도 시점에 따라 값이 다릅니다. 수사 단계에서 이루어지면 기소 여부 자체에 영향을 줍니다. 재판으로 넘어갔다면 변론이 종결되기 전에 제출되어야 하고, 선고를 앞두고 급하게 내밀면 반영되기 어렵습니다.
빠를수록 유리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수사 단계의 처분과 재판의 선고는 그 시점까지 제출된 자료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형법 제51조가 말하는 범행 후의 정황도 결국 기록에 남은 것만 평가됩니다. 합의가 성사될 가능성이 보인다면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미리 통로를 열어 두는 편이 낫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의 국선변호사가 선정되어 있다면 그 경로부터 확인하십시오.
합의서에는 무엇을 적나
합의서는 화해계약의 성격을 가집니다. 민법 제731조의 화해는 당사자가 서로 양보해 분쟁을 끝내기로 하는 약정이므로, 무엇을 끝내기로 한 것인지가 문서 안에서 특정되어야 합니다.
| 구분 | 내용 |
|---|---|
| 당사자 | 양쪽의 인적사항. 미성년 피해자라면 법정대리인 |
| 사건의 특정 | 일시와 장소, 사건번호가 있으면 함께 기재 |
| 금액과 지급 방법 | 지급 시기와 계좌, 분할이라면 회차별 날짜 |
| 처벌불원 |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한 문장으로 |
| 민사 청구 | 향후 청구를 하지 않기로 하는지, 유보할 부분이 있는지 |
다섯 가지 가운데 실수가 잦은 것은 네 번째입니다. 금액만 적힌 영수증 같은 서류는 힘이 약합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명시되어야 의미가 살아납니다.
민사에 관한 항목도 짚어야 합니다. 향후 민사상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 문구가 없으면 뒤에 별도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반대로 피해자 쪽에서는 치료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면 신중해야 합니다. 나중에 드러날 후발손해를 유보하는 문구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연락하지 않겠다는 약정도 넣을 만합니다. 피해자에게는 실질적인 보호가 되고, 피의자 쪽에서는 재발 방지 의사를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무엇을 넣으면 안 되나
주의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기로 하거나 고소 내용을 바꾸기로 하는 약정은 효력이 없고, 그 자체로 별도의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합의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은 피해의 회복과 처벌에 관한 의사이지 사실관계가 아닙니다.
비밀유지 조항도 범위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에 합의서를 제출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이 부분을 적어 두지 않으면 제출 자체를 두고 다시 다투게 됩니다.
제3자가 끼어드는 상황도 조심해야 합니다. 직장이나 학교가 나서서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강요된 합의는 효력이 다투어집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절차 밖의 압박이므로 그런 접촉이 있었다면 날짜와 내용을 기록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합의 여부는 사건의 당사자들이 정할 문제입니다.
금액과 지급, 그리고 그 뒤
합의금에 정해진 기준표는 없습니다. 사건의 정도와 피해의 내용, 양쪽의 사정에 따라 정해지고 비슷한 사례를 참고하게 됩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가 이어진다면 응하지 않고 공탁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나치게 낮은 제안은 진정성을 의심받아 역효과가 납니다.
- 지급은 계좌 이체로 하고 적요에 사건과 명목을 남깁니다.
- 현금을 직접 건네는 방식은 피합니다.
- 분할이라면 회차별 날짜와 미이행 시의 효과를 정합니다.
- 필요하면 공정증서로 만들어 집행력을 갖춰 둡니다.
- 합의서 원본과 지급 내역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합니다.
순서도 중요합니다. 돈을 받지 못했는데 처벌불원서가 먼저 제출되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급과 제출의 순서를 합의서에 명시하고, 지급하지 않을 경우의 해제 조항을 함께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확인할 것
· 연락이 변호인이나 국선변호사를 통해 이루어졌는지
· 사건이 일시, 장소, 사건번호로 특정되었는지
· 처벌불원의 의사가 문장으로 적혀 있는지
· 민사 청구의 포기 범위와 유보 사항
· 지급과 처벌불원서 제출의 선후, 해제 조항
· 미성년 피해자라면 법정대리인이 당사자로 들어갔는지
미성년 피해자 사건은 절차가 한층 더 엄격합니다. 법정대리인이 합의의 당사자가 되어야 하고, 본인만 서명한 합의는 효력이 다투어집니다. 법정대리인의 의사가 확인되었는지를 서면에 남겨 두어야 뒤에 다툼이 없습니다. 피해자 본인과 직접 접촉하는 것은 특히 위험합니다.
피해자 쪽에서도 알아 둘 것이 있습니다. 합의는 의무가 아니며, 원하지 않으면 응하지 않아도 되고 응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불리하게 작용하지도 않습니다. 응하기로 정했다면 국선변호사와 함께 문구를, 특히 민사 청구 포기 조항의 범위를 확인하십시오.
세금 문제도 미리 정리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합의금이 손해배상의 성격이라면 과세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므로, 그 성격을 합의서에 적어 두면 뒤에 다툼이 줄어듭니다. 금액이 크다면 미리 확인해 보십시오. 명목을 어떻게 적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리
성범죄에서 합의는 사건을 끝내 주지 못합니다. 그러나 양형은 크게 바꿉니다. 조건은 두 가지뿐입니다. 변호인과 수사기관을 통한 통로를 지키는 것, 그리고 합의서의 문구를 정확히 쓰는 것입니다.
본인이 직접 연락하면 합의 시도가 아니라 피해자 접근으로 기록됩니다. 합의서에는 사건의 특정과 처벌불원의 의사, 민사 청구에 관한 사항을 빠짐없이 담고, 거부 의사가 확인되었다면 공탁법 제5조의2의 형사공탁으로 회복 의사를 남기는 것이 순서입니다. 합의서만 덜렁 내는 것보다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함께 제출하는 편이 평가에도 낫습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70조, 제201조 · 형법 제51조, 제155조 · 공탁법 제5조의2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 민법 제105조, 제731조 · 공증인법 제56조의2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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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합의하면 처벌을 안 받나요?
성범죄는 피해자가 고소를 거두어도 수사와 재판이 멈추지 않는 죄입니다. 다만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양형 사정으로 크게 반영됩니다.
제가 직접 사과하고 합의하면 안 되나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사과가 목적이었더라도 접근 시도로 남아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전할 말이 있으면 변호인을 거칩니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합니다.
강요할 수 없습니다. 형사공탁으로 피해 회복의 뜻을 남길 수 있지만 피해자가 찾아가지 않으면 효과는 줄어듭니다.
합의서에 무엇을 꼭 넣어야 하나요?
사건의 특정, 금액과 지급 방법, 처벌불원의 의사, 민사상 청구에 관한 사항입니다. 처벌불원 문구가 빠지면 효과가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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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정식 상담을 통해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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