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 한 장 때문에 조사를 받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공개된 장소였다거나 얼굴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해도 사건은 그대로 진행됩니다. 반대로 촬영당한 쪽에서는 어디까지 신고할 수 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기준은 장소나 얼굴이 아닙니다. 무엇을 어떻게 찍었는지입니다. 이 죄의 성립 요건과 경계선, 유포되었을 때 무엇이 더해지는지를 양쪽의 시선에서 차례로 짚었습니다.
이 죄는 어떤 구조로 되어 있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중요한 것은 촬영과 유포가 서로 다른 범죄라는 점입니다. 촬영물을 반포하거나 판매, 임대, 전시하는 행위는 따로 성립합니다. 그래서 한 사건에서 두 개의 죄가 함께 문제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찍는 행위가 하나의 죄이고, 그것을 퍼뜨리는 행위가 또 하나의 죄이며, 퍼뜨리겠다고 겁주는 행위가 다시 별개의 죄입니다. 이 셋이 각각 언제 있었는지를 나누어 보는 것이 사건을 이해하는 출발점입니다.
어떤 신체가 대상이 되나
모든 촬영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 부위여야 하고, 특정 부위를 확대하거나 강조해 담은 경우가 전형입니다. 일상복 차림의 전신을 담은 사진은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복장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도 않습니다. 같은 옷차림이라도 각도와 거리, 확대 여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법원은 촬영된 부위와 각도, 거리, 노출의 정도, 촬영 경위를 종합해서 봅니다. 피해자가 실제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의 관점이라는 객관적인 기준을 함께 적용합니다. 그래서 방어든 신고든, 결국 사진 자체를 놓고 다투게 됩니다. 말로 설명한 의도보다 화면에 남은 구도가 먼저 읽힙니다.
장소와 얼굴은 왜 기준이 아닌가
가장 자주 나오는 항변은 두 가지입니다. 공개된 장소였다는 것과 얼굴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인데, 둘 다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길거리나 지하철처럼 열린 공간이었다는 사정은 요건과 관계가 없습니다. 어디서 찍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담았는지가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지하철이나 계단에서 특정 부위를 촬영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신원이 특정되지 않아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사정은 촬영죄의 요건이 아닙니다. 다만 유포 단계로 넘어가면 특정 여부가 다른 죄의 요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어, 죄명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동의가 있었다면 어디까지 괜찮나
촬영에 동의가 있었다면 촬영 자체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동의가 어디까지였느냐입니다.
촬영에 동의한 것과 유포에 동의한 것은 전혀 다릅니다. 합의하에 찍은 영상이라도 관계가 끝난 뒤 동의 없이 퍼뜨리면 처벌되고, 촬영 당시의 동의는 이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유포하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죄가 됩니다. 같은 법 제14조의3은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과 강요를 따로 정하고 있어서, 실제로 유포하지 않았더라도 처벌되고 형이 가볍지 않습니다. 관계가 끝난 뒤 오간 메시지 한 줄이 그대로 증거가 되는 자리입니다. 지우더라도 상대방의 기기에는 남아 있다는 점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촬영 말고 무엇이 더 처벌되나
이 영역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직접 찍지 않았더라도 걸리는 행위가 여럿입니다.
| 구분 | 내용 |
|---|---|
| 미수 | 제15조에 미수범 처벌 규정이 있음. 시도했다가 실패해도 처벌 |
| 소지, 시청 | 불법촬영물임을 알면서 가지고 있거나 보는 행위도 처벌 |
| 합성물 | 제14조의2의 허위영상물. 제작과 유포 모두 처벌 |
| 반사 촬영 | 거울이나 유리에 비친 모습을 담은 경우도 성립 가능 |
| 화면 캡처 | 영상통화 중 상대의 신체를 저장하는 것도 촬영에 해당 |
기수 시점도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촬영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미 기수에 이릅니다. 파일이 저장되지 않았거나 곧바로 지웠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습니다.
받은 영상을 지우지 않고 두는 것도 소지가 됩니다. 단체 대화방에서 전달받아 방치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와 무관하게, 불법촬영물임을 알게 된 즉시 삭제하는 것이 맞습니다.
합성물은 최근 몇 년 사이 처벌이 크게 강화된 영역입니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합성한 이른바 딥페이크 영상이 제14조의2의 대상이고, 제작과 유포뿐 아니라 소지와 시청까지 처벌 범위에 들어왔습니다. 촬영 방법을 우회했다는 사정 역시 성립을 막지 못합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찍든 통화 화면을 저장하든, 남는 결과물이 무엇인지로 판단합니다.
유죄가 되면 무엇이 따라오나
선고되는 형만 보면 이 사건의 무게를 놓치게 됩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같은 법 제42조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고, 아동과 청소년 관련 기관에 대한 취업이 제한됩니다. 사안에 따라 공개나 고지 명령이 함께 내려지기도 합니다.
벌금형으로 끝나도 이 부담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실제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대부분 여기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형량만 놓고 전략을 세우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칩니다.
공소시효는 행위마다 따로 계산합니다. 촬영죄는 10년입니다. 촬영죄의 시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오래된 촬영물이 뒤늦게 유포되면 유포 시점부터 새로 시효가 시작됩니다. 한 사건처럼 보여도 시점을 나누어 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양쪽은 각각 무엇을 해야 하나
피해자 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촬영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즉시 신고하고 촬영자의 기기를 확보해 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워집니다.
유포가 시작되었다면 혼자 검색해 다니지 마십시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의3은 불법촬영물 피해자에 대한 삭제 지원의 근거를 두고 있고,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플랫폼에 삭제를 요청하고 유포 현황을 추적하며 수사기관과 연계합니다. 국가가 운영하는 지원이라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확산되기 전 초기에 요청할수록 효과가 큽니다.
주의
피의자 쪽에서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피해야 합니다. 사과든 합의 제안이든 접촉 시도로 평가되어 구속 사유가 됩니다. 연락은 변호인을 통해서만 합니다.
방어의 축은 촬영의 내용과 각도, 경위입니다. 성적인 목적이 없었다는 점은 말이 아니라 사진 자체로 드러나야 합니다. 그리고 삭제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지운 사진은 복원되는 경우가 많고, 삭제했다는 사실 자체가 정황으로 평가됩니다.
- 형사소송법 제218조의 임의제출로 휴대전화를 낼 때는 범위를 서면으로 특정합니다.
- 통째로 넘기면 사건과 무관한 자료까지 확보되어, 제106조가 정한 압수의 범위를 뒤늦게 다투기 어려워집니다.
- 사진과 영상의 내용을 직접 확인한 뒤에 진술합니다.
- 기억에 의존한 한마디가 목적을 인정한 진술로 남을 수 있습니다.
확인할 것
· 문제가 된 사진의 부위, 각도, 거리, 확대 여부
· 촬영 시점과 장소, 그 전후의 대화 기록
· 동의가 있었다면 그 범위를 보여 주는 자료
· 유포 여부와 최초 유포 시점
· 기기 제출 범위를 적은 서면
형사 절차와 별개로 민사 청구도 남아 있습니다.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유포된 사건에서는 액수가 크게 올라갑니다. 통지를 받고도 방치한 플랫폼 사업자를 상대로 삭제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공통된 부분도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결론은 대부분 기기 안에 남아 있는 기록으로 정해진다는 점입니다. 촬영 시각과 위치 정보, 전후의 대화, 파일이 이동한 흔적이 사실관계를 대신 말해 줍니다. 그래서 주장을 세우기 전에 그 기록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정리
카메라등이용촬영은 촬영된 부위와 각도, 경위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공개된 장소였다거나 얼굴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정은 성립을 막지 못하고, 동의를 받고 찍은 촬영물이라도 유포는 별개로 처벌됩니다. 미수와 소지, 시청, 합성물까지 처벌 범위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실제로 오래 남는 것은 선고형이 아니라 신상정보 등록과 취업제한입니다. 그러니 양쪽 모두 초기 대응이 전부입니다. 피해자는 삭제 지원 제도를 빨리 이용하고, 조사를 받는 쪽은 삭제나 직접 연락 대신 사진의 내용을 확인한 뒤 정확히 진술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참조 조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4조의2, 제14조의3, 제15조, 제42조, 제45조, 제47조 ·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조의3 ·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21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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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공개된 장소에서 찍은 것도 처벌되나요?
장소가 아니라 촬영의 내용이 기준입니다. 공공장소에서 특정 부위를 찍었다면 성립합니다.
얼굴이 안 나왔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신원이 특정되지 않아도 촬영죄는 성립합니다. 피해자를 알 수 없다는 사정은 요건이 아닙니다.
찍는 데 동의했는데 유포하면요?
촬영에 동의했어도 유포에 동의한 것은 아닙니다. 동의 없이 퍼뜨리면 별도로 처벌되고 협박만으로도 죄가 됩니다.
받은 영상을 그냥 두면 어떻게 되나요?
불법촬영물임을 알면서 소지하면 처벌됩니다. 알게 된 즉시 삭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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