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는 곧 덮어써지고 목격자는 출국을 앞두고 있는데 수사기관은 아직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직접 증거가 적고, 남아 있는 자료마저 빠르게 사라집니다. 증거보전은 재판이 열리기 전이라도 판사가 직접 증거를 조사해 그 결과를 법원에 남겨 두는 절차입니다. 누가 언제 무엇을 청구할 수 있는지, 피해자는 어떤 경로를 밟아야 하는지, 그렇게 남긴 증거가 재판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증거보전은 무엇을 하는 절차인가
재판 전 단계에서 증거를 모으는 일은 원칙적으로 수사기관의 몫입니다. 그런데 지금 붙잡아 두지 않으면 나중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되는 증거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84조는 미리 증거를 보전하지 않으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는 때에 제1회 공판기일 전이라도 판사에게 압수, 수색, 검증, 증인신문, 감정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직 기소되지 않은 수사 단계에서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건이 법정에 올라가기를 기다릴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증거보전
미리 보전해 두지 않으면 사용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는 증거에 대하여, 제1회 공판기일 전에 판사가 직접 압수·수색·검증·증인신문·감정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법원에 보관해 두는 절차입니다.
수사기관에 자료를 제출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증거보전은 판사가 직접 증거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가 법원에 보관되므로, 수사기관이 자기 판단과 순서에 따라 확보해 두는 자료와 구별됩니다. 절차가 끝나면 증거는 사건 관계인의 손이 아니라 법원에 남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누가 무엇을 지우든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누가 청구할 수 있고 피해자는 어떻게 하나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검사, 피고인, 피의자, 변호인입니다. 그런데 피해자 본인은 청구권자에 들어가지 않아 법원에 직접 청구서를 낼 수 없습니다. 이 점을 모르고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1조가 통로를 열어 두었습니다.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 사법경찰관은 피해자가 공판기일에 출석해 증언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음을 소명해 검사에게 증거보전을 청구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검사는 그 요청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청구하여야 합니다. 요청은 서면으로 남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미성년이거나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피해자에 대해서는 한 겹이 더 있습니다. 같은 법 제30조에 따라 촬영하고 보존한 진술 영상물에 대해서도 증거보전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법정에서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취지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7조는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변호사를 통해 요청서와 소명자료를 함께 내는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어떤 사정이 있어야 받아들여지나
요건은 한 줄입니다. 미리 보전하지 않으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빨리 확보하고 싶다는 희망만으로는 부족하고, 사라질 위험이 눈앞에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영상의 보존 기간 만료, 증인의 출국이나 중병, 공사로 인한 현장의 변경이 전형적인 사정입니다.
대상이 되는 증거는 사건의 성격에 따라 갈립니다. 피해자 측에서는 현장과 이동 경로의 영상, 통신 기록, 숙박업소나 상점의 기록, 목격자의 진술, 상해의 흔적을 떠올리게 됩니다. 피의자 측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죄를 뒷받침하는 영상과 대화 기록, 알리바이 증인의 진술은 수사기관이 먼저 챙겨 주지 않는 일이 흔합니다.
소명자료로 붙이는 것
· 고소장 또는 사건 접수 사실을 알 수 있는 서류
· 영상이 설치된 위치와 기기를 찍은 사진
· 업주나 관리자가 알려 준 보관 기간 안내
· 증인의 출국 일정이나 진단서처럼 사정을 뒷받침하는 자료
CCTV는 언제까지 남아 있나
가장 자주 사라지는 증거가 영상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5조는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사람이 지켜야 할 기준을 두고 있고, 실제 기기는 정해진 보관 기간이 지나면 오래된 영상부터 자동으로 덮어씁니다. 실무에서 마주치는 기간은 30일 안팎이며, 소규모 점포는 그보다 훨씬 짧기도 합니다. 사건 직후에 확인해야 하는 첫 번째 숫자가 이것입니다.
업주에게 영상을 남겨 달라고 부탁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제3자의 요청만으로 보관을 강제할 방법은 없어서 거절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개인정보가 담긴 영상이라는 이유로 열람이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래서 순서를 이렇게 잡습니다. 먼저 기기의 위치와 관리 주체, 보관 기간을 확인하고, 남은 날짜를 세어 본 다음, 기간이 촉박하면 곧바로 압수를 구하는 증거보전을 청구합니다. 확인에 하루, 서류에 하루가 걸린다는 전제로 역산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주의
보관 기간이 며칠 남지 않았다면 업주의 답을 기다리면서 청구를 미루지 마십시오. 요청과 증거보전 청구를 같은 날 함께 진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청구서에는 무엇을 적고 어디에 내나
형사소송규칙 제92조는 증거보전청구서에 적을 내용을 정해 두었습니다.
- 사건의 개요
- 증명할 사실
- 증거 및 보전의 방법
- 증거보전을 필요로 하는 사유
이 가운데 승패를 가르는 것은 마지막 항목입니다. 보전이 필요한 사유는 소명하여야 하므로, 위험이 임박했다는 점을 자료로 보여 주지 못하면 나머지를 아무리 잘 써도 기각됩니다. 관할은 사건을 수사하는 곳이 아니라 증거가 있는 곳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형사소송규칙 제91조가 보전의 방법마다 나누어 두었습니다.
| 보전의 방법 | 청구할 지방법원 판사 |
|---|---|
| 압수 | 압수할 물건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판사 |
| 수색, 검증 | 수색이나 검증을 할 장소, 신체, 물건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판사 |
| 증인신문 | 증인의 주거지 또는 현재지를 관할하는 판사 |
| 감정 | 감정 대상의 소재지 또는 현재지를 관할하는 판사 |
법원은 어떻게 처리하고 결과는 어떻게 쓰이나
청구를 받은 판사는 그 처분에 관하여 법원 또는 재판장과 같은 권한을 가집니다. 이유가 있다고 보면 직접 압수와 수색, 검증, 증인신문, 감정을 실시합니다. 증인신문을 할 때에는 상대방에게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청구가 기각되면 3일 이내에 항고할 수 있습니다.
보전된 증거는 법원에 남습니다. 다만 열람과 등사가 언제나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185조는 검사, 피고인, 피의자, 변호인이 판사의 허가를 얻어 증거보전 처분에 관한 서류와 증거물을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허가라는 한 단계가 있다는 점을 미리 알아 두면 일정을 잡기 쉽습니다. 열람과 등사를 언제 신청할지는 수사와 재판의 진행 상황을 보고 정하게 됩니다.
판사 앞에서 작성된 증인신문조서는 그 뒤의 재판에서 그대로 증거로 쓰입니다. 증인이 법정에서 말을 바꾸더라도 조서는 남습니다. 사라지는 진술을 붙들어 두는 효과가 여기서 나옵니다.
수사기관에 맡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수사기관에 압수를 요청하면 그 판단과 우선순위에 따라 처리됩니다. 사건이 밀려 있으면 며칠이 그대로 지나갑니다. 증거보전은 법원이 직접 하므로 그 순서와 무관하게 움직입니다. 반대로 수사기관이 이미 확보한 증거는 보전의 대상이 아니므로, 청구 전에 무엇이 이미 압수되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영상을 두 번 압수할 수는 없습니다.
두 절차는 서로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고소를 접수하면서 사라질 자료의 목록을 따로 만들어 두고, 수사기관이 손을 대지 않는 항목만 골라 증거보전으로 돌리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목록을 만드는 순간 무엇이 급한지가 드러납니다.
손해배상까지 함께 생각하고 있다면 민사 쪽 절차도 따로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375조는 미리 증거조사를 하지 않으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할 사정이 있을 때 당사자의 신청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게 합니다. 어디에 내는지는 제376조가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형사와 민사는 각각 신청해야 하지만, 형사에서 보전해 둔 증거를 민사에서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리
증거보전은 사라질 위험이 있는 증거를 재판 전에 판사가 직접 조사해 남겨 두는 절차입니다. 제1회 공판기일 전까지 검사, 피고인, 피의자, 변호인이 청구할 수 있고, 피해자는 성폭력처벌법 제41조에 따라 검사에게 요청하는 경로를 씁니다. 요건은 보전하지 않으면 쓰기 곤란한 사정이며, 그 사유는 자료로 소명해야 합니다.
영상은 30일 안팎이면 사라지고 증인은 언제든 떠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고소 직후가 움직일 때입니다. 보전된 증거의 열람과 등사에는 판사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판사 앞에서 만든 조서는 진술이 바뀌어도 남는다는 점까지 계산에 넣어 일정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184조, 제185조, 제221조의2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제30조, 제41조 · 형사소송규칙 제91조, 제92조 · 민사소송법 제375조, 제376조 · 개인정보 보호법 제25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13년차)
전화: 1533-7377 | 이메일: hanbyungch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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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경찰이 CCTV를 아직 안 가져갔는데 어떻게 하나요?
업주에게 보존을 요청하고, 거절되거나 기간이 임박하면 검사에게 증거보전 청구를 요청하거나 피의자 측이라면 직접 법원에 청구합니다. 보존 기간이 30일 안팎이므로 서둘러야 합니다.
피해자인데 제가 직접 법원에 신청할 수 있나요?
직접 청구권자는 아니지만 검사에게 서면으로 요청할 수 있고 성폭력처벌법은 피해자의 요청권을 명시합니다. 국선피해자변호사를 통하면 요청이 빠르게 처리됩니다.
목격자가 곧 출국하는데 진술을 남길 수 있나요?
증거보전으로 판사 앞에서 증인신문을 할 수 있습니다. 판사가 작성한 조서는 증거능력이 높아 나중에 증인이 없어도 재판에서 쓸 수 있습니다.
피의자인데 제 무죄를 증명할 영상이 지워질 것 같습니다.
피의자와 변호인은 직접 증거보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확보하지 않는 증거이므로 기다리지 말고 사유를 소명해 압수를 청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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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정식 상담을 통해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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