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에는 자기나 배우자의 직계존속은 고소하지 못한다는 짧은 조문이 하나 있습니다. 부모와 조부모를 상대로는 수사를 구할 수 없다는 뜻이어서, 가족 안에서 벌어진 일을 신고하려는 사람에게는 벽으로 작동해 왔습니다. 성폭력범죄에는 이 벽이 서 있지 않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8조가 그 자리를 비켜 두었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 열려 있고 어디부터는 그대로인지 짚어 보겠습니다.
막아 두었던 조문은 무엇인가
형사소송법 제224조입니다. 문장이 한 줄뿐입니다.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한다는 것이 전부이고, 예외도 단서도 그 안에는 없습니다. 직계존속은 부모와 조부모처럼 위로 곧게 이어지는 혈족을 가리킵니다. 배우자의 직계존속이라는 말이 함께 들어 있어 시부모와 장인ㆍ장모까지 범위에 들어옵니다.
양자가 되었다면 양부모도 직계존속입니다.
성폭력범죄에서는 어떻게 풀리나
특례법 제18조가 이 조문을 정면으로 비껴 나갑니다.
성폭력범죄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224조에도 불구하고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군사법원법의 같은 취지 규정도 함께 배제 대상으로 들어가 있어, 군사재판이 열리는 사건에서도 결론이 같습니다.
조문의 제목이 고소 제한에 대한 예외입니다. 새로운 권한을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고소권을 막고 있던 것을 치운 구조입니다.
불구하고
법률에서 이 말이 나오면 앞의 규정을 이 사안에서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앞의 조문을 고치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다루는 영역에서만 비켜 간다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성폭력범죄가 아닌 사건에서는 제224조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성폭력범죄인가
예외의 범위는 성폭력범죄라는 말의 범위에 달려 있습니다. 그 정의는 특례법 제2조에 있습니다.
제2조 제1항은 여러 호에 걸쳐 대상을 열거합니다. 형법의 강간과 추행의 죄, 성풍속에 관한 죄 가운데 일부, 추행이나 간음 등을 목적으로 한 약취ㆍ유인의 죄가 들어가고, 특례법이 정한 제3조부터 제15조까지의 죄도 포함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이 죄들이 다른 법률로 가중처벌되는 경우 그 죄까지 성폭력범죄로 봅니다.
죄명 하나만 보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사안이 어느 조문에 걸리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가정폭력 사건과는 어떻게 나뉘나
비슷한 예외가 다른 법률에도 있습니다. 두 통로가 겹치는 사건이 실제로 많습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2항은 가정폭력행위자가 자기나 배우자의 직계존속인 경우에도 피해자가 고소할 수 있도록 하고, 법정대리인이 고소하는 경우에도 같다고 정합니다. 같은 조 제1항은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이 가정폭력행위자이거나 그와 함께 범행한 경우에 피해자의 친족이 고소할 수 있게 열어 두었습니다.
제3항도 눈여겨보십시오. 고소할 법정대리인이나 친족이 없으면 이해관계인의 신청으로 검사가 10일 안에 고소할 사람을 지정합니다.
| 근거 | 내용 |
|---|---|
| 형사소송법 제224조 | 자기나 배우자의 직계존속은 고소하지 못한다는 원칙 |
| 형사소송법 제235조 | 같은 제한을 고발에도 준용합니다 |
| 특례법 제18조 | 성폭력범죄에서는 직계존속을 고소할 수 있습니다 |
| 가정폭력처벌법 제6조 제2항 | 가정폭력범죄에서도 같은 예외를 둡니다 |
| 형사소송법 제225조 | 법정대리인은 독립하여 고소할 수 있습니다 |
| 형사소송법 제226조 | 법정대리인이 피의자인 경우 친족이 독립하여 고소합니다 |
고발에는 같은 예외가 있나
여기서 결이 달라집니다. 조문을 나란히 놓고 보아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34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생각되면 고발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제235조가 제224조의 규정을 고발에 준용한다고 적어, 직계존속에 대한 제한이 고발에도 따라붙습니다. 특례법 제18조는 고소할 수 있다고만 적고 있어 문언 자체는 고소를 가리킵니다.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이름표가 아니라 내용입니다. 피해자 본인이 처벌을 구하는 서면이라면 그것은 성질상 고소이고, 명칭을 달리 적었더라도 실질에 따라 정리됩니다.
본인이 직접 내기 어려울 때는
미성년이거나 판단이 어려운 상태라면 다른 조문이 함께 작동합니다.
- 제223조에 따라 범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고소합니다.
- 제225조 제1항에 따라 법정대리인은 독립하여 고소할 수 있습니다.
- 제226조에 따라 법정대리인이 피의자이거나 법정대리인의 친족이 피의자이면 피해자의 친족이 독립하여 고소합니다.
- 제236조에 따라 고소와 그 취소는 대리인을 통해서도 할 수 있습니다.
- 제237조 제1항에 따라 서면이나 구술 어느 쪽으로도 접수됩니다.
제226조를 특히 기억해 두십시오. 부모가 피의자인 사건에서 아이 편에 설 수 있는 사람을 법률이 따로 만들어 둔 조항입니다.
확인할 것
· 사안이 특례법 제2조가 정한 성폭력범죄에 해당하는지
· 고소하려는 상대가 직계존속인지, 배우자의 직계존속인지
· 가정폭력범죄에도 함께 해당하여 두 통로가 열려 있는지
· 피해자가 미성년이라면 누가 고소권자로 나설 수 있는지
· 제출한 서면의 명칭과 실제 성격이 일치하는지
기간과 취소는 어떻게 되나
기간 제한을 걱정하는 분이 많습니다. 조문을 읽으면 오해가 풀립니다.
제230조 제1항이 정한 여섯 달은 친고죄에 관한 것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친고죄 규정은 오래전에 정비되어 지금은 고소가 있어야만 기소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므로, 이 기간이 일반적으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공소시효는 별개의 문제이고, 특례법 제21조가 미성년자 피해 사건 등에 관하여 따로 정해 둔 내용이 있습니다.
취소에는 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제232조 제1항은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게 하고, 제2항은 한 번 취소한 사람이 다시 고소할 수 없다고 못 박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므로 서둘러 정할 일이 아닙니다.
정리
형사소송법 제224조가 세워 둔 벽은 성폭력범죄에서는 특례법 제18조에 의해 비켜 갑니다. 군사재판이 열리는 사건에서도 같습니다. 가정폭력범죄에는 가정폭력처벌법 제6조 제2항이 같은 취지의 예외를 따로 두고 있어, 하나의 사건이 두 통로에 동시에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고발에는 제235조가 제224조를 준용하고 있어 결론이 갈립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이라면 제225조와 제226조가 고소할 수 있는 사람을 넓혀 둡니다. 취소는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만 가능하고 한 번 취소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가족 안에서 벌어진 사건은 절차 하나하나가 생활 전체를 흔듭니다. 서면을 내기 전에 변호사와 순서를 정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8조, 제21조 · 형사소송법 제223조, 제224조, 제225조, 제226조, 제230조, 제232조, 제234조, 제235조, 제236조, 제237조 ·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 군사법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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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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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성폭력 사건이 아닌 다른 일로 부모를 고소할 수 있습니까?
형사소송법 제224조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특례법 제18조는 성폭력범죄에 한정된 예외이므로 다른 죄명으로는 같은 결론이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가정폭력범죄에 해당한다면 가정폭력처벌법 제6조 제2항이 별도의 통로를 열어 둡니다.
시아버지나 장인을 고소하는 경우도 이 예외에 들어갑니까?
들어갑니다. 제224조가 배우자의 직계존속까지 제한 대상으로 적고 있었고, 특례법 제18조는 그 조문 전체를 비켜 가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배우자와의 혼인이 유지되고 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 보아야 할 사정입니다.
고소가 아니라 고발로 접수해도 됩니까?
제235조가 제224조를 고발에 준용하고 있어 직계존속에 대한 고발에는 제한이 남아 있습니다. 피해자 본인이 처벌을 구하는 서면이라면 명칭과 무관하게 성질상 고소로 다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므로, 접수 단계에서 성격을 분명히 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고소를 냈다가 취소하면 나중에 다시 낼 수 있습니까?
제232조 제2항이 고소를 취소한 사람은 다시 고소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취소는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 가능하지만 한 번 하면 되돌릴 수 없으므로, 합의나 가족 관계를 이유로 결정하시기 전에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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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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