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시작된 사건에서는 상대가 누구였는지가 뒤늦게 밝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화를 주고받던 계정이 사실은 수사기관이었다는 사실이 기록으로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이때 자주 나오는 주장이 하나 있습니다. 그쪽이 먼저 권했다는 말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는 이 지점을 겨냥한 한 줄짜리 조문이 들어 있고, 그 한 줄이 어디까지를 막고 있는지가 다툼의 출발점이 됩니다.
조문은 무엇을 하지 말라고 적었나
제22조의9는 제목이 준수사항입니다. 항이 나뉘어 있지 않고 한 문장으로 끝납니다.
문언을 뜯어보면 요구가 세 덩어리로 들어 있습니다. 하나는 수사 관련 법령을 지키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게 범의를 유발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며, 마지막은 적법한 절차와 방식을 따르라는 것입니다. 앞뒤가 일반적인 요구라면 가운데 것만 행위의 모양을 구체적으로 짚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에 이 법으로 들어온 조문입니다. 온라인 잠입 방식이 제도로 자리를 잡으면서 그 안쪽에 선을 하나 그어 둔 셈입니다.
범의
죄가 되는 사실을 알면서 그 행위를 하려는 마음을 말합니다. 조문이 문제 삼는 것은 그 마음이 이미 있던 사람을 붙잡는 일이 아니라, 없던 사람에게 그 마음을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접근하는 것과 부추기는 것은 어디에서 갈리나
신분을 감춘 사실 자체는 다툴 거리가 되기 어렵습니다. 제22조의2가 그 방식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 위장한 신분으로 문서를 만들거나 계약과 거래에 나서는 행위까지 열어 두고 있습니다. 다만 촬영물이나 복제물을 제공하거나 판매하는 부분에는 단서가 붙어, 피해자가 없거나 피해자가 성년이고 동의한 경우로 한정됩니다. 허용의 폭이 넓어 보여도 안쪽에 조건이 촘촘합니다.
그렇다면 갈림길은 어디인가. 대화가 어느 쪽에서 시작되었고, 거래의 조건을 누가 먼저 꺼냈는가입니다.
먼저 말을 꺼낸 쪽을 어떻게 가리나
판단의 재료는 대화 기록입니다. 그래서 원본이 중요합니다.
실무에서 살펴보는 지점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광고성 게시물이 먼저 올라와 있었는지, 가격과 수량을 누가 먼저 제시했는지, 한 번 거절한 뒤에도 같은 제안이 반복되었는지, 접촉이 몇 차례에 걸쳐 이어졌는지입니다. 거절 이후의 재권유가 있었다면 그 부분이 가장 먼저 검토됩니다.
| 구분 | 기회를 준 접촉 | 범의를 유발한 접촉 |
|---|---|---|
| 대화의 시작 | 상대가 올린 글이나 광고를 보고 응답 | 아무 표시가 없던 계정에 먼저 말을 걺 |
| 조건 제시 | 상대가 값과 방법을 정해 두고 있었음 | 수사관 쪽이 값과 방법을 설계해 건넴 |
| 거절 뒤 | 거절하면 접촉이 끊어짐 | 거절한 뒤에도 표현을 바꾸어 다시 권함 |
| 이익의 제시 | 따로 없음 | 값을 크게 올려 주겠다는 식의 유인 |
| 다투는 자리 | 구성요건 자체를 다툼 | 수집 절차의 적법성을 다툼 |
급하게 시작한 수사에도 같은 선이 그어지나
그렇습니다. 문언이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제22조의9는 적용 범위를 제22조의2부터 제22조의5까지로 적어 두었습니다. 사전 승인이나 법원의 허가를 받고 들어간 경우만이 아니라, 시간이 없어 절차를 앞당겨 개시한 경우까지 모두 포함된다는 뜻입니다. 제22조의5가 정한 긴급한 개시는 절차의 순서를 뒤로 미루는 장치이지 행위의 한계를 풀어 주는 장치가 아닙니다.
절차를 나중에 갖추었다는 사정이 그 사이의 접촉 방식까지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수사관을 벌하지 않는 조문과는 어떤 관계인가
제22조의10은 면책을 다룹니다. 읽는 방향을 잘못 잡으면 오해가 생기는 조문입니다.
제1항은 부득이한 사유로 위법행위를 하게 된 경우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벌하지 아니한다고 적고, 제2항은 같은 사정이면 징계나 문책을 묻지 않도록 하며, 제3항은 손해가 생겨도 배상책임을 지지 않도록 합니다. 세 항 모두 시선이 수사관 개인을 향합니다.
피의자가 다투는 자리는 다른 층에 있습니다. 그 접촉으로 만들어진 자료를 법정에서 쓸 수 있는가라는 증거능력의 질문입니다. 수사관이 처벌을 면하는 것과 그 자료가 증거가 되는 것은 별개의 판단입니다. 면책 규정이 있으니 절차 문제는 끝났다는 식의 정리는 조문의 구조와 맞지 않습니다.
선을 넘었다고 보면 기록은 어떻게 되나
근거 조문은 형사소송법에 있습니다.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한 문장뿐입니다.
다만 주장한다고 곧바로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접촉이 언제 있었고 그것이 왜 범의를 만들어 낸 행위인지를 자료로 보여야 합니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합니다.
- 수사보고서에서 접촉이 시작된 날짜와 경로를 특정합니다.
- 대화 원본 전체의 열람과 등사를 신청합니다. 발췌본만으로는 시작 지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 승인서나 허가서에 적힌 기간과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 접촉인지 대조합니다.
- 제안과 거절, 재권유의 순서를 시각 단위로 표로 정리합니다.
- 제22조의9 위반이라는 취지를 의견서로 제출합니다.
이 작업은 수사 단계에서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기록이 정리된 뒤에는 원본에 접근할 길이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주의
대화 내용을 지우거나 계정을 없애는 일은 하지 마십시오. 먼저 권유를 받았다는 사정은 그 기록으로만 드러나는데, 지운 쪽은 증거인멸로 읽힐 뿐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까지 함께 사라지게 됩니다. 기기와 계정은 그대로 두고 변호인과 함께 확보 방법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정리
제22조의9는 잠입한 수사가 지켜야 할 선을 한 문장으로 그어 둔 조문입니다. 금지의 핵심은 마음이 없던 사람에게 그 마음을 만들어 주는 행위이고, 이 선은 절차를 미리 갖춘 수사와 급하게 개시한 수사에 똑같이 걸립니다.
다투는 쪽에서 먼저 확보해야 할 것은 대화의 원본입니다. 누가 먼저 꺼냈고 거절 뒤에 무엇이 있었는지가 그 안에 남아 있습니다. 수사관의 면책을 정한 제22조의10은 자료의 증거능력을 보증해 주는 조문이 아니므로, 두 층을 나누어 접근하셔야 합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사건이라면 접촉 경위부터 변호사와 함께 짚어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참조 조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2조의2, 제22조의5, 제22조의9, 제22조의10 ·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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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수사관이 신분을 숨기고 접근한 것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있습니까?
그 사정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디지털 성범죄에 한정해 요건과 절차를 정해 두고 허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툴 지점은 신분을 감춘 사실이 아니라 접촉의 방식과 대화가 시작된 경위입니다.
제가 먼저 글을 올려 두었다면 유발에 해당할 여지가 없습니까?
그 사정이 있으면 유발을 주장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집니다. 다만 글의 내용과 실제 거래 조건이 크게 다르거나, 거절한 뒤 다른 제안이 이어진 사정이 있다면 그 부분은 따로 살펴볼 여지가 남습니다. 게시물의 원문과 시각이 확인되어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준수사항을 어겼다는 이유로 수사관을 고소할 수 있습니까?
제22조의9 자체에는 이를 어긴 사람을 처벌하는 벌칙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사안에 따라 직권남용이나 다른 죄의 성립을 검토하게 되는데, 제22조의10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를 덜어 두고 있어 문턱이 낮지 않습니다.
대화 기록 전체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기록의 열람과 등사를 신청하는 방식이 기본입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범위가 제한될 수 있고 공소가 제기된 뒤에 폭이 넓어지는 편입니다. 발췌된 부분만 편철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 원본 전체가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필요하면 별도로 요청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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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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