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접수된 뒤 합의 이야기가 오가는 것 자체는 법이 막지 않습니다. 오히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는 여러 조문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문제는 그 이야기를 꺼내는 방식입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는 합의를 요구하는 행위가 어느 선을 넘으면 그 자체로 따로 처벌된다고 적어 둔 조문이 하나 있습니다. 한 문장짜리인데, 그 안에 주체와 상대방, 수단과 목적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조문은 어떤 모양으로 되어 있나
제16조의 제목은 피해자 등에 대한 강요행위입니다. 항이 나뉘어 있지 않습니다.
문장을 쪼개 보면 네 조각이 나옵니다. 수단은 폭행이나 협박이고, 상대방은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의 피해자 또는 아동복지법이 정한 보호자이며, 목적은 합의이고, 결과는 강요입니다. 네 조각이 모두 갖추어져야 이 조문이 작동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가 무엇인지는 같은 법 제2조 제2호가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이 법의 여러 죄와 성폭력처벌법의 죄, 형법의 성범죄 조문 가운데 상대가 아동ㆍ청소년인 경우가 목록으로 묶여 있습니다.
상대방이 둘이라는 점
조문은 피해자와 보호자를 나란히 적어 두었습니다. 압박이 미성년 당사자를 비껴가 부모나 후견인에게만 향한 경우에도 조문의 문턱을 넘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이쪽이 더 흔합니다.
누가 이 죄의 주체가 되나
조문은 그저 강요한 자라고만 적었습니다. 본래 사건의 피의자로 한정하는 문구가 없습니다.
그래서 압박을 실제로 행한 사람이 주체가 됩니다. 가족이나 지인이 대신 나선 경우, 직장 상급자가 개입한 경우, 같은 학교의 학부모가 움직인 경우가 모두 문언 안에 들어옵니다. 본인은 연락한 적이 없다는 해명이 곧바로 방어가 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부탁을 받고 움직인 쪽에서도 위험이 생깁니다. 대신 전달한 사람이 자기 이름으로 수사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수단과 요구 내용은 어디까지인가
수단이 조문에 못 박혀 있으므로, 이 부분이 빠지면 제16조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협박은 해악을 알리는 것을 말합니다. 직접적인 위해만이 아니라 상대가 두려워할 만한 불이익을 들어 보이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읽힙니다. 다만 부탁이 잦았다거나 말투가 강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해악이 어떤 말로 전달되었는지가 특정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수사에서는 표현 하나하나가 검토됩니다. 실무에서는 이 대목에서 결론이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구의 내용도 좁게 적혀 있습니다. 목적어가 합의로 한정되어 있어 넓게 읽을 자리가 아닙니다.
합의서에 서명하게 하는 것,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서면을 내게 하는 것, 이미 낸 고소를 취소하게 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진술을 바꾸라는 요구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그쪽은 사안에 따라 증거인멸이나 위증교사 같은 다른 조문에서 검토됩니다.
또 하나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조문에 미수범 처벌 규정이 붙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같은 법의 제7조나 제14조에는 미수범을 벌한다는 항이 따로 달려 있는데, 제16조에는 그런 항이 없습니다.
본래 사건과는 어떤 관계로 놓이나
두 사건은 별개로 갑니다. 새로 생긴 죄이기 때문입니다.
본래 사건이 어떻게 끝나는지와 무관하게 이 죄는 따로 판단됩니다. 본래 사건이 무혐의로 정리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있었던 압박은 남습니다. 성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합의를 강요할 이유도 없지 않았느냐는 주장은 조문의 구조와 맞지 않습니다.
양형에도 영향이 갑니다. 진지한 반성이나 피해 회복은 형을 정할 때 고려되는 사정인데, 압박으로 받아 낸 서면은 그 자리에서 힘을 잃습니다. 오히려 사후 정황이 좋지 않게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형법의 강요죄와 나란히 놓으면
겹치는 자리와 갈라지는 자리가 함께 있습니다.
| 구분 | 청소년성보호법 제16조 | 형법 제324조 | 형법 제283조 |
|---|---|---|---|
| 상대방 |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의 피해자와 그 보호자 | 제한 없음 | 제한 없음 |
| 요구 내용 | 합의 | 권리행사 방해 또는 의무 없는 일 | 요구가 없어도 성립 |
| 법정형 | 7년 이하의 징역 | 제1항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제2항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 제1항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
| 벌금형 | 없음 | 있음 | 있음 |
| 미수 | 처벌 규정 없음 | 형법 제324조의5가 처벌 | 형법 제286조가 처벌 |
| 피해자 의사 | 조문에 제한 없음 | 조문에 제한 없음 | 명시한 의사에 반해 기소할 수 없음 |
피해자가 성인이라면 어떤 조문이 남나
제16조는 쓰이지 않습니다. 대상이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로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는 이에 대응하는 조문이 놓여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성인 피해자에게 향한 압박은 형법 쪽에서 검토하게 됩니다. 요구가 있었다면 강요, 해악의 고지에 그쳤다면 협박이 출발점이 됩니다.
차이는 문턱에서 드러납니다. 강요죄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결과가 필요하고, 협박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할 수 없습니다. 같은 행동이라도 상대가 미성년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조문과 그 문턱이 달라집니다.
적용 여부는 어떤 순서로 가리나
사안을 받아 들면 대체로 이 순서를 밟습니다.
- 본래 사건이 제2조 제2호의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에 들어가는지 확인합니다.
- 압박을 받은 사람이 피해자인지 보호자인지, 아니면 그 밖의 사람인지 가립니다.
- 연락과 방문의 주체가 누구였는지, 전달자가 따로 있었는지 특정합니다.
- 어떤 해악이 어떤 표현으로 전달되었는지를 문장 단위로 뽑습니다.
- 요구의 내용이 합의였는지, 진술의 변경이었는지 나눕니다.
- 실제로 서면이 작성되었는지, 작성 전에 멈추었는지 확인합니다.
마지막 항목이 특히 중요합니다. 미수 규정이 없다는 점과 곧바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주의
피의자 쪽에서 합의를 시도할 때 가족이나 지인을 보내는 방식은 권하지 않습니다. 전달자가 별도의 수사 대상이 될 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움직였다는 사정 자체가 압박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의사 전달은 선임한 변호인을 통해 수사기관에 남는 형태로 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정리
제16조는 합의를 요구하는 행위 가운데 폭행이나 협박이 섞인 것만을 잘라 내어 따로 처벌하는 조문입니다. 상대방에 보호자가 함께 적혀 있고, 주체를 본래 사건의 피의자로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대목입니다.
본래 사건과는 별개로 판단되므로 그쪽 결론이 이 죄를 덮어 주지 않습니다. 벌금형이 없고 미수 처벌 규정도 없어 성립 여부가 곧바로 결과로 이어집니다. 피해자가 성인이면 형법의 강요와 협박으로 넘어가는데 문턱이 서로 달라 판단이 갈립니다. 어느 쪽 자리에 서 계시든 연락의 경위와 표현을 정리해 변호사와 먼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7조, 제14조, 제16조 · 형법 제283조, 제286조, 제324조, 제324조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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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부탁만 했을 뿐인데도 이 조문이 적용될 수 있습니까?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면 제16조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조문이 수단을 그 둘로 못 박아 두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횟수와 시간대, 찾아온 장소 같은 사정이 쌓이면 해악의 고지로 평가될 여지가 생깁니다.
제가 아니라 제 부모님이 연락한 것이라면 어떻게 됩니까?
조문은 강요한 자라고만 적어 두었으므로 실제로 압박을 행한 분이 주체가 됩니다. 부탁을 받고 움직인 경우에도 그 사람 이름으로 수사가 진행됩니다. 부탁한 쪽의 책임도 경위에 따라 함께 검토됩니다.
합의서를 받지 못하고 끝났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까?
제16조에는 미수범을 처벌한다는 항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단계까지 나아갔는지가 실제 판단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다만 그 과정의 행위가 형법의 협박이나 강요에 해당할 수 있어 별도로 검토가 필요합니다.
압박을 받아 써 준 합의서는 그대로 효력이 있습니까?
그 경위가 드러나면 양형 자료로서의 힘을 잃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서명하게 되었는지를 담당 수사관이나 재판부에 서면으로 밝히는 방법을 검토하게 되고, 처벌 의사에 관한 입장 역시 1심 선고 전이라면 다시 정리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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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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