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질문 내용
성폭력 사건으로 고소한 뒤 재판을 방청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피고인 옆자리에 변호인 말고 낯선 사람이 한 명 더 앉아 있었습니다. 저쪽에도 그렇게 사람을 붙여 주는 규정이 따로 있는 것인지, 있다면 제 쪽 규정과 무엇이 다른지 알고 싶습니다.
본인 사안은 법정에서 피고인 옆에 사람이 앉는 근거가 무엇이고 그 자리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재판 단계를 겨냥한 조문이 따로 있으며, 문장이 재량의 형태로 열려 있어 재판장의 판단이 들어갑니다.
■ 법정 쪽을 맡는 조문
형사소송법 제276조의2입니다. 제1항의 주어가 재판장 또는 법관이고, 피고인을 신문하는 국면에만 걸립니다. 사유는 두 갈래인데, 하나는 피고인이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장애 때문에 사물을 가리거나 뜻을 정하고 전하는 힘이 모자란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나이나 성별, 국적 같은 사정을 볼 때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이 오가게 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보이는 경우입니다. 움직이는 방법은 ① 재판장의 직권 ② 피고인이나 법정대리인의 신청 ③ 검사의 신청 세 가지입니다. 누가 앉을 수 있는지는 본문에 없습니다. 제2항이 범위와 절차, 방법을 대법원규칙에 넘겨 두었기 때문입니다.
■ 수사 단계에도 같은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제244조의5가 그것인데, 제목이 제276조의2와 글자 그대로 같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주체와 신청권자입니다. 조사실에서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판단하고, 신청은 피의자나 법정대리인이 냅니다. 검사가 신청권자로 적힌 법정 쪽과 이 대목에서 갈립니다. 이 조문은 수사 주체에 관한 개정이 예정되어 있으나 지금은 위 문언대로 적용됩니다. 두 조문 모두 문장이 할 수 있다로 끝난다는 점은 같습니다.
■ 피해자 쪽 조문과 강도가 다릅니다
제163조의2 제2항을 나란히 놓아 보면 차이가 보입니다. 피해를 입은 사람이 13세 미만이거나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 법원은 재판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등 부득이한 사정이 없으면 동석하게 하여야 합니다. 의무의 형태로 문장이 닫혀 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4조도 일정한 죄의 피해자와 열아홉 살 미만 피해자에 대하여 같은 강도로 적었습니다. 피고인 쪽은 허용의 문장이고 피해자 쪽은 의무의 문장인 셈입니다. 같은 제도처럼 보여도 법이 무게를 다르게 실어 둔 것입니다.
■ 그 자리에 앉는 사람과 넘지 못할 선
실무에서는 가족이나 후견인, 장애인 지원기관의 담당자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참고인이나 증인으로 조사받을 예정인 사람은 진술이 섞일 우려 때문에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어느 쪽이든 동석은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둔 자리이지 대신 말하라고 만든 자리가 아닙니다. 피고인신문 도중에 옆에 앉은 사람이 답을 일러 주거나 신호를 보냈다면 그 사실이 기록에 남아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81조 제2항은 재판장이 법정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방청석에서 보셨다면 기일과 시각, 어떤 장면이었는지를 적어 두십시오.
■ 마주치지 않게 해 달라는 요청
실제로 더 무거운 문제는 옆자리가 아니라 동선입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3항 제3호는 수사기관과 법원이 피해아동ㆍ청소년으로 하여금 피의자나 피고인과 접촉하거나 마주치지 아니하도록 하는 조치를 하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합니다. 성인 피해자에게 이 조문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지만, 출석 시각을 달리 잡아 달라거나 대기 장소를 나누어 달라는 요청은 실무에서 받아들여집니다. 증인지원관이 배치된 법원이라면 증인지원실을 통해 출입 경로를 따로 쓰실 수도 있습니다.
■ 마무리로 챙길 것
세 가지를 순서대로 정리해 두시면 됩니다. 첫째, 본인이 증인으로 나가는 기일에 누구를 곁에 둘지를 미리 정해 담당 검사실에 알리십시오. 가족이 부담스럽다면 성폭력피해상담소의 상담원처럼 사건을 아는 사람을 택하셔도 됩니다. 둘째, 상대방 쪽 동석자가 사건과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으로 보인다면 그 사정을 서면으로 검사실에 전달하십시오. 조문이 그런 동석을 직접 금지하지는 않지만,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자리에서 재료가 됩니다. 셋째, 법원 출입과 대기 동선에 관한 요청은 재판부와 증인지원실 양쪽에 미리 알려 두시는 편이 확실합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163조의2, 제244조의5, 제276조의2, 제281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4조 ·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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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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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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