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이 돌아가고 있는데 정작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는 처지가 되는 일이 있습니다. 피해자는 당사자가 아니어서 기록을 당연히 받아 보는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4는 그 간격을 메우려고 만든 조문입니다. 다만 열어 준다는 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닫을 수 있는 사유와 조건까지 일곱 개 항에 나누어 적혀 있습니다. 누가, 언제, 무엇을 근거로 신청하고 어디서 막히는지를 항 순서대로 읽어 보겠습니다.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
제1항이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을 세 갈래로 적었습니다.
- 소송계속 중인 사건의 피해자 본인
- 피해자 본인의 법정대리인
- 이들로부터 위임을 받은 배우자와 직계친족, 형제자매, 변호사
피해자가 사망했거나 심신에 중대한 장애가 있는 경우는 따로 열어 두었습니다.
그때는 배우자와 직계친족, 형제자매가 괄호 안에서 피해자에 포함됩니다. 신청을 받는 상대는 법원이 아니라 재판장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재판부에 내는 다른 서면과 수신인이 다르니 표제부터 맞추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소송계속 중인 사건
공소가 제기되어 법원에 걸려 있고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태를 가리킵니다. 제294조의4가 이 말을 앞머리에 둔 탓에, 판결이 확정된 뒤의 기록은 이 조문이 아니라 제59조의2의 재판확정기록 절차로 넘어갑니다. 어느 단계에 있는지에 따라 내야 할 곳이 달라집니다.
신청이 들어가면 먼저 일어나는 일
제2항은 통지 절차를 둡니다.
신청이 들어오면 재판장이 지체 없이 그 취지를 검사 쪽과 피고인 또는 변호인 쪽에 알리게 되어 있습니다. 상대가 모르는 사이에 결론이 나지 않도록 해 둔 장치입니다.
이 통지 때문에 신청 사실이 피고인 쪽에 전해집니다. 그 점이 부담스러워 망설이시는 경우가 있는데, 조문이 예외를 두지 않았으므로 통지 자체를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무엇을 왜 보려는지를 적는 방식은 신청인이 정할 수 있습니다.
허가하여야 한다와 하지 아니할 수 있다
제3항 본문과 단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놓여 있습니다.
본문은 피해자 등의 권리구제 또는 제294조의2에 따른 진술권 보장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열람이나 등사를 허가하여야 한다고 닫힙니다. 재량이 아니라 의무의 형식입니다.
그래서 신청서에 무엇을 적을지가 갈립니다.
기록이 궁금하다는 서술보다 본문의 두 사유 가운데 어디에 걸리는지를 밝히는 편이 낫습니다. 손해배상을 준비하고 있다면 권리구제 쪽이고, 증인으로 나가 의견을 진술할 예정이라면 제294조의2가 보장한 진술권 쪽입니다. 후자라면 그 조문이 피해자등의 신청이 있을 때 증인으로 신문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적으실 수 있습니다.
거절 사유는 어디서 빌려 왔나
제3항 단서는 제59조의2 제2항의 호 가운데 제2호부터 제6호까지를 끌어옵니다.
| 호 | 공개로 인하여 우려되는 것 |
|---|---|
| 제2호 | 국가의 안전보장, 선량한 풍속, 공공의 질서유지, 공공복리 |
| 제3호 | 사건관계인의 명예, 사생활의 비밀, 생명ㆍ신체의 안전, 생활의 평온 |
| 제4호 | 공범의 증거인멸이나 도주, 관련 사건 재판에 미칠 영향 |
| 제5호 | 피고인의 개선이나 갱생 |
| 제6호 | 사건관계인의 영업비밀 |
빠진 것에 눈이 갑니다. 제59조의2 제2항의 제1호는 심리가 비공개로 진행된 경우이고 제7호는 소송관계인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인데, 둘 다 준용 범위 밖입니다.
성폭력 사건에서 이 차이가 실제로 작동합니다. 심리가 비공개로 진행되었다는 사정이나 피고인이 반대한다는 사정만으로는 거절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단서에는 심리의 상황을 고려하여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는 별도의 문구가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
허가에 붙는 조건과 통지
허가가 나도 그대로 끝나지 않습니다.
제4항은 등사를 허가할 때 사용목적을 제한하거나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조건을 붙일 수 있게 했습니다. 제6항은 그렇게 알게 된 내용을 쓸 때의 선을 긋습니다. 관계인의 명예와 생활의 평온을 부당히 해치는 방식, 그리고 수사나 재판에 지장을 주는 방식이 금지됩니다.
거절되거나 조건이 붙은 경우에는 제5항이 움직입니다. 재판장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이유를 통지해야 합니다. 이유를 받아 보아야 어느 호에서 막혔는지를 알 수 있고, 그래야 범위를 좁혀 다시 낼지 다른 통로로 갈지를 정할 수 있습니다.
불복할 수 없다는 문장
제7항이 짧게 닫아 둡니다. 제3항과 제4항에 관한 재판에 대하여는 불복할 수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항고나 이의로 다투는 길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손이 묶이는 것은 아닙니다. 조문이 막은 것은 그 결정에 대한 불복이지 다시 신청하는 일이 아니므로, 사정이 달라졌다면 범위를 조정해 새로 내는 쪽을 검토하게 됩니다. 아래의 다른 통로를 함께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기록을 보는 다른 통로
제294조의4가 전부는 아닙니다.
제294조의5는 검사가 보관하는 서류와 물건을 대상으로 삼아, 제266조의3 제1항 제1호의 서류등에 관하여 검사에게 열람이나 등사를 신청할 수 있게 했습니다. 허가 여부의 기준은 제294조의4 제3항과 같은 틀이고, 조건 부과와 이유 통지도 나란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증거보전 절차의 서류는 또 다른 조문이 맡습니다.
제185조 제2항이 그 자리입니다. 증거보전 처분에 관한 서류와 증거물을 두고 판사에게 열람이나 등사를 신청할 수 있게 열어 두었습니다. 제3항은 제294조의4의 제2항 이하를 그대로 가져다 쓰되 재판장을 판사로 읽고, 심리의 상황이라는 말은 수사와 재판의 상황으로 바꾸어 읽으라고 했습니다. 성폭력 사건에서 선임되거나 선정된 변호사에게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제4항이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나 증거물을 열람ㆍ등사할 수 있는 권한을 따로 주고 있습니다.
정리
제294조의4는 소송이 걸려 있는 동안의 기록을 대상으로 합니다.
신청은 재판장에게 하고, 권리구제나 진술권 보장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허가하여야 하는 구조입니다. 거절은 제59조의2 제2항 제2호부터 제6호까지와 심리의 상황이라는 문구에서만 나올 수 있고, 비공개 심리나 피고인의 부동의는 그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허가에는 사용목적 제한이 붙을 수 있으며 결정 자체에는 불복하지 못합니다.
먼저 하실 일은 단계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재판 중이면 제294조의4, 검사가 가진 서류라면 제294조의5, 확정된 뒤라면 제59조의2로 창구가 갈립니다. 어느 서류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변호사와 함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59조의2, 제185조, 제294조의2, 제294조의4, 제294조의5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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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신청하면 피고인이 알게 됩니까?
제294조의4 제2항이 그 통지를 재판장의 의무로 적어 두었습니다. 예외가 없으므로 상대에게 알리지 않고 처리하는 길은 조문에 없습니다.
심리가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면 열람이 막힙니까?
그 사유는 준용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제3항 단서가 제59조의2 제2항 제2호부터 제6호까지만 끌어왔고, 비공개 심리를 적은 제1호는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거절되면 항고할 수 있습니까?
제7항이 제3항과 제4항에 관한 재판에는 불복할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제5항에 따라 이유를 통지받게 되므로, 그 내용을 보고 범위를 조정해 다시 신청할지를 정하게 됩니다.
등사한 서류를 다른 소송에 써도 됩니까?
제4항에 따라 사용목적이 제한되거나 조건이 붙었다면 그 범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제6항도 알게 된 내용을 쓸 때 지켜야 할 선을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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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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