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판사와 검사, 변호인 말고 한 사람이 더 앉아 있는 날이 있습니다. 감정인도 증인도 아닌데 질문을 던지고 설명을 내놓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79조의2부터 제279조의8까지가 만들어 둔 전문심리위원입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이 자리가 특히 눈에 띄는 이유는, 어린 피해자의 진술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두고 법정이 바깥의 지식을 빌려야 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부르고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디에서 선이 그어지는지를 조문 순서대로 보겠습니다.
이 사람을 부르는 쪽은 누구인가
제279조의2 제1항이 문을 엽니다. 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거나 소송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결정으로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해 소송절차에 참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움직이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법원이 직권으로 하는 길과, 검사나 피고인, 변호인의 신청에 따르는 길입니다.
피해자는 이 명단에 없습니다.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통로가 막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분야의 설명이 필요한지를 담당 검사에게 의견으로 전달하면 검사의 신청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참여하는 단계도 공판기일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조문이 공판준비 및 공판기일 등이라고 적어 두었으므로 재판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 단계부터 들어올 수 있습니다.
법정에서 무엇을 할 수 있나
제2항이 두 가지 방식을 적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에 의한 설명이나 의견을 적은 서면을 내는 방식과, 기일에 나와 말로 설명하거나 의견을 진술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단서가 붙습니다. 재판의 합의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한 줄입니다.
이 문장이 전문심리위원의 성격을 정합니다. 판단을 함께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판단에 필요한 재료를 놓아 주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제3항은 질문권을 줍니다. 기일에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피고인이나 변호인, 증인, 감정인 등 소송관계인에게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직접 물을 수 있습니다. 허가를 전제로 두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재판장이 흐름을 쥐고 있는 구조입니다.
한쪽 이야기만 듣게 되지는 않나
제4항이 그 우려를 겨냥합니다. 법원은 전문심리위원이 낸 서면이나 그 설명 또는 의견의 진술에 관하여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구술 또는 서면에 의한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줄 수 있다가 아니라 주어야 한다입니다.
기회를 주지 않은 채 그 의견이 판단에 쓰였다면 절차에 흠이 생깁니다. 방청하거나 기록을 확인하실 때 이 절차가 조서에 남아 있는지를 보아 두시면 좋습니다.
감정인과 무엇이 다른가
감정인은 선서를 하고 감정 결과라는 증거를 만들어 냅니다. 전문심리위원은 선서 절차가 없고, 그 설명은 법원이 사안을 이해하도록 돕는 자료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전문심리위원의 말만으로 사실을 인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증거를 읽는 눈을 보태는 구조로 짜여 있습니다.
몇 명이 들어오고 비용은 어떻게 되나
제279조의4가 절차를 정리합니다. 참여시키는 경우 법원은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각 사건마다 1인 이상의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합니다.
인원의 상한은 적혀 있지 않습니다.
분야가 둘 이상 필요한 사건이라면 여럿이 들어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수당은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급하고, 필요한 경우 여비와 일당, 숙박료를 더할 수 있습니다. 지정에 관한 나머지 사항도 대법원규칙에 맡겨져 있습니다.
들어온 사람을 물리는 방법
두 갈래가 있습니다. 하나는 참여결정 자체를 취소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람만 배제하는 길입니다.
| 구분 | 근거 | 효과 |
|---|---|---|
| 참여결정 취소 | 제279조의3 제1항 | 상당하다고 인정하면 취소할 수 있음 |
| 양쪽 합의에 따른 취소 | 제279조의3 제2항 | 신청이 있으면 취소하여야 함 |
| 제척ㆍ기피 | 제279조의5 제1항 | 법관에 관한 제17조부터 제20조까지와 제23조를 준용 |
| 신청 중의 지위 | 제279조의5 제2항 | 결정이 확정될 때까지 절차에 참여할 수 없음 |
표의 두 번째 줄이 눈에 띕니다. 검사와 피고인 쪽이 합의해서 취소를 신청하면 법원은 취소하여야 한다고 문장이 닫혀 있습니다. 재량이 사라지는 자리입니다.
네 번째 줄도 실무에서 의미가 큽니다. 기피 신청이 들어가 있는 동안에는 그 사람이 절차에 들어올 수 없되, 자신에 대한 신청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들은 이야기를 밖으로 옮기면
제279조의7이 별도의 죄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전문심리위원이나 전문심리위원이었던 사람이 직무수행 중에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었던 사람까지 넣어 둔 점을 보십시오. 사건이 끝난 뒤에도 의무가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제279조의8은 또 다른 장치입니다. 전문심리위원을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벌칙을 적용할 때 공무원으로 본다고 하여, 금품이 오간 경우에 수뢰 쪽 조문이 그대로 걸리게 해 두었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기록에 사생활이 촘촘하게 담기므로 이 두 조문의 무게가 다른 사건보다 큽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특히 걸리는 지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의2가 이 자리를 한 번 더 부릅니다.
열아홉 살이 되지 않은 피해자의 진술을 담은 영상녹화물을 유죄의 증거로 쓸지 정할 때, 제2항은 법원이 피고인과의 관계와 범행의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심신의 상태, 증언으로 겪을 수 있는 심리적 외상, 진술의 내용과 태도 등을 고려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에서 전문심리위원 또는 같은 법 제33조에 따른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들을 수 있다가 아닙니다.
피해자 쪽에서 보면 여기가 실질적인 통로입니다. 증언대에 다시 서는 일이 어떤 부담인지를 법정에 전달할 사람이 조문으로 지정되어 있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의견을 넣으실 때에는 이 순서가 무난합니다.
- 어느 분야의 설명이 필요한지를 한 줄로 적습니다
- 이미 받은 상담이나 치료의 기록이 있다면 기관 이름과 기간을 함께 밝힙니다
- 영상녹화물의 증거 사용이 쟁점인 사건인지를 확인해 적습니다
- 서면은 담당 검사실로 보내고, 접수 사실을 기록해 둡니다
부를 사람은 법원이 정하지만,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는 사건을 겪은 쪽이 가장 잘 압니다.
정리
전문심리위원은 재판을 대신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합의에 들어가지 못하고, 질문도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그 의견에는 양쪽이 반론할 기회가 보장됩니다. 대신 법정이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눈을 보탭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영상녹화물의 증거 사용을 정할 때 그 의견을 듣도록 법이 따로 정해 두었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사건에서 이 절차가 검토되고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담당 검사실에 확인하시고, 필요한 분야를 적은 의견서를 준비해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279조의2, 제279조의3, 제279조의4, 제279조의5, 제279조의6, 제279조의7, 제279조의8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의2, 제3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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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피해자가 직접 전문심리위원 참여를 신청할 수 있습니까?
제279조의2 제1항의 신청권자는 검사와 피고인, 변호인입니다. 피해자는 여기에 들어 있지 않으므로 담당 검사에게 의견을 전달해 검사의 신청으로 이어지게 하는 방식이 됩니다.
전문심리위원의 설명이 그대로 증거가 됩니까?
아닙니다. 조문은 설명 또는 의견이라고만 적었고 증거방법으로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제279조의2 제4항에 따라 그 내용에 대해 양쪽이 의견을 낼 기회를 가지므로, 절차 안에서 다툴 수는 있습니다.
참여 결정에 불복할 수 있습니까?
조문은 별도의 불복 절차를 두지 않았습니다. 대신 제279조의3이 취소의 길을 열어 두었고, 제279조의5가 제척과 기피를 준용하므로 그 두 갈래로 다투게 됩니다.
전문심리위원이 피해자 이름을 외부에 말했다면 어떻게 됩니까?
제279조의7의 비밀누설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정해져 있고, 직무를 그만둔 뒤에도 같은 의무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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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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