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신원입니다. 학교 이름 하나, 사는 동네 하나가 돌면 그 아이가 누구인지 금세 좁혀집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이 지점을 겨냥해 한 조문을 두었고, 그 조문은 막는 대상을 두 갈래로 나누어 적었습니다. 직무로 사건을 아는 사람과,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입니다. 둘 다 같은 형으로 이어집니다. 갈래마다 문언이 어떻게 다른지 보겠습니다.
조문이 지키려는 것은 무엇인가
제31조의 제목은 비밀누설 금지입니다. 지키려는 대상은 피해아동ㆍ청소년을 특정할 수 있는 모든 단서입니다.
제1항이 그 단서를 열거했습니다. 주소와 성명, 연령, 학교 또는 직업, 용모 등 그 아동ㆍ청소년을 특정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입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문장은 그 아동ㆍ청소년의 사생활에 관한 비밀까지 함께 적었습니다.
이름을 가렸으니 괜찮다는 판단이 어긋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조문이 든 항목은 예시이고, 끝에 등이라는 말이 붙어 있습니다. 여러 조각이 합쳐져 한 사람을 가리키게 되면 그 조각들 전체가 인적사항이 됩니다.
특정할 수 있는 정보
단독으로는 누구인지 알 수 없어도 다른 정보와 묶이면 대상이 좁혀지는 조각을 말합니다. 학년과 등하교 경로, 다니던 학원의 이름, 부모의 직업, 사건이 일어난 건물의 호수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조문은 항목을 닫아 두지 않고 특정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첫 번째 갈래, 직무로 알게 된 사람
제1항의 주어는 넓습니다.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 그리고 그 직에 있었던 사람까지 포함합니다.
담당자만 겨냥한 문장이 아닙니다. 관여한다는 말이 붙어 있어 기록을 옮기거나 통역을 맡거나 조사에 배석한 사람도 같은 자리에 놓입니다. 퇴직하면 풀리는 의무도 아닙니다.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이라는 구절이 시간의 제한을 없앴습니다.
제2항은 현장 쪽을 맡습니다. 제45조의 보호시설과 제46조의 상담시설, 곧 청소년쉼터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성폭력피해상담소와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등의 장이나 이를 보조하는 사람,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옮기지 못하게 했습니다. 피해자가 처음 털어놓는 자리가 대개 이곳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갈래, 관계없는 사람
제3항의 주어는 한 단어입니다. 누구든지.
직무도 자격도 묻지 않습니다.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신문 등 인쇄물에 싣거나, 방송을 통해 내보내거나,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하는 행위를 막습니다. 여기서 정보통신망이라는 말의 폭이 넓습니다. 언론 보도만이 아니라 커뮤니티 게시판과 단체 대화방, 개인 계정에 올리는 글이 모두 그 안에 들어갑니다.
앞의 두 항과 문언이 다른 점도 짚어 둡니다. 제1항과 제2항은 누설이라는 행위까지 막지만, 제3항은 열거된 매체를 통한 공개를 겨냥합니다. 대신 대상 범위가 사람 전체로 열려 있습니다.
| 구분 | 묶이는 사람 | 막는 행위 |
|---|---|---|
| 제31조 제1항 | 수사ㆍ재판을 담당하거나 관여하는 공무원과 그 직에 있던 사람 | 인적사항ㆍ사진ㆍ사생활 비밀의 공개와 타인에 대한 누설 |
| 제31조 제2항 | 보호시설ㆍ상담시설의 장, 보조자, 그 직에 있던 사람 |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의 누설 |
| 제31조 제3항 | 누구든지 | 인쇄물 게재, 방송, 정보통신망을 통한 공개 |
형은 어떻게 붙나
제4항이 세 항을 한데 묶었습니다. 앞의 세 항 가운데 어느 하나를 어긴 사람에게 붙는 형은 징역 7년 이하, 벌금 5천만원 이하입니다.
뒤에 한 문장이 더 있습니다. 이 경우 징역형과 벌금형은 병과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구조가 아니라 함께 선고할 길을 열어 둔 것입니다.
제32조의 양벌규정도 함께 봅니다. 회사나 개인 사업장의 종업원이 업무 과정에서 제31조 제3항을 어기면, 실제로 올린 사람만이 아니라 그를 쓰는 쪽에도 같은 조문의 벌금형이 갑니다. 다만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에 주의를 기울이고 감독해 왔다면 빠져나갈 여지가 남습니다.
주의
가해자를 규탄하려는 뜻으로 올린 글도 같은 조문에 걸립니다. 조문은 동기를 묻지 않고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공개되었는지만 봅니다. 지역 맘카페나 학부모 단체 대화방에 사건 경위를 상세히 옮기는 것, 언론 기사에 학교명을 덧붙여 댓글을 다는 것이 실제로 문제가 되는 형태입니다.
같은 법의 다른 누설 조문과 무엇이 다른가
보호 대상이 갈립니다. 방향을 나누어 두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제54조는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고지하는 업무를 맡았거나 맡았던 사람을 대상으로 삼습니다. 직무상 알게 된 등록정보가 지켜야 할 대상이니, 제31조와는 지키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이쪽의 형은 한 단계 낮아 제65조 제1항 제2호가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천만원 이하를 예정합니다.
제34조 제3항은 또 다른 자리입니다. 사건을 알린 사람이 누구인지 드러나는 자료를 출판물이나 방송, 정보통신망에 내놓지 못하게 막는 규정이고, 다른 법률에 근거가 있는 경우만 예외입니다. 형은 제65조 제4항 제1호가 정했는데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500만원 이하입니다. 피해자 본인과 신고한 사람, 그리고 가해자 자료가 각각 다른 무게로 다루어지는 셈입니다.
이미 퍼졌다면 무엇부터 하나
순서가 있습니다. 지우는 일과 남기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합니다.
- 글이나 영상이 올라온 화면을 주소와 게시 시각이 함께 보이도록 갈무리합니다.
- 어느 항목이 피해자를 특정하는지 표시해 둡니다.
- 해당 플랫폼에 삭제와 접근차단을 요청하고 접수번호를 받아 둡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는 길도 함께 열어 둡니다.
- 수사기관에 제출할 자료로 갈무리본과 요청 기록을 한 묶음으로 정리합니다.
삭제를 먼저 요청하면 증거가 사라집니다. 갈무리가 순서상 앞에 와야 하는 이유입니다.
확인할 것
· 공개된 내용에 학교ㆍ학년ㆍ거주지 가운데 무엇이 들어 있는지
· 올린 사람이 사건 관계자인지 제3자인지
· 게시물이 다른 계정으로 옮겨져 다시 퍼졌는지
· 삭제 요청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
· 피해자가 미성년이라면 법정대리인이 절차를 맡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정리
제31조는 두 갈래를 한 조문에 담았습니다. 사건을 직무로 아는 사람에게는 누설 자체를 막고, 나머지 모두에게는 매체를 통한 공개를 막습니다. 형은 같습니다.
피해자와 보호자 쪽에서 기억하실 것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특정 가능성이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이름을 지웠는지가 아니라 읽은 사람이 누구인지 좁혀낼 수 있는지를 봅니다. 다음으로 갈무리가 먼저라는 점입니다. 이미 퍼진 글을 다루실 때는 지우기 전에 남기시고, 대응의 순서가 헷갈리시면 변호사와 상의해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32조, 제34조, 제45조, 제46조, 제54조, 제65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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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기사에 학교 이름은 없고 지역만 나왔습니다. 그래도 문제가 되나요?
판단 기준은 항목의 개수가 아니라 특정 가능성입니다. 지역에 나이와 학년, 사건 장소가 함께 붙어 주변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 상태라면 조문이 말하는 인적사항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부모가 직접 글을 올린 경우에도 적용되나요?
제3항의 주어는 누구든지여서 가족도 문언상 제외되지 않습니다. 다만 법정대리인이 피해자를 위해 하는 행위인지, 공개의 범위와 목적이 어떠했는지가 함께 따져지므로 사안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올리기 전에 상의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상담소 직원이 다른 기관에 사례를 공유한 것도 누설인가요?
제2항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타인에게 누설하지 못하게 합니다. 법령에 근거가 있거나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연계 절차라면 성격이 다르지만, 근거 없이 신원이 드러나는 형태로 옮겨졌다면 문제가 됩니다.
이미 여러 곳으로 퍼져서 삭제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부 지우기 어렵더라도 기록은 남겨 두셔야 합니다. 게시 주소와 시각이 보이는 갈무리, 삭제 요청 접수 기록을 모아 두시면 수사 단계에서 전파 경위를 밝히는 자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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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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