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소 통지를 받은 피해자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걱정이 시간입니다. 고등법원에 판단을 구해 두었는데 그 사이에 공소시효가 끝나 버리면 이겨도 남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성범죄 사건은 처분까지 여러 달이 걸리는 일이 흔해서 이 불안이 더 큽니다. 형사소송법은 바로 이 구간을 겨냥한 조문을 따로 두었고, 기다리는 동안 시계를 멈추어 둡니다. 어느 시점부터 멈추고 언제 다시 흐르는지, 그 장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이 절차는 무엇을 다투는 자리인가
검사의 결정을 법원이 다시 보게 하는 절차입니다.
제260조 제1항은 고소권자로서 고소를 한 사람이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통지를 받은 때에 관할 고등법원에 그 당부에 관한 재정을 신청할 수 있게 했습니다. 관할은 그 검사가 속한 지방검찰청 소재지를 맡는 고등법원입니다. 직무유기 등 일부 공무원 범죄에서는 고발한 사람도 신청권자에 들어갑니다.
피해자가 고소인이 아니었다면 이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고소장을 낸 주체가 누구였는지를 먼저 확인하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재정신청
검사가 기소하지 않기로 한 사건을 두고 그 판단이 옳았는지 법원에 가려 달라고 구하는 제도입니다. 법원이 이유 있다고 보면 공소제기를 결정하고, 그 결정을 받은 검사는 공소를 제기하게 됩니다. 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절차가 아니라 재판을 열지 말지를 정하는 앞 단계의 절차입니다.
항고를 먼저 밟아야 하나
원칙은 그렇습니다. 제260조 제2항이 검찰청법에 따른 항고를 거치도록 했습니다.
다만 단서에 세 가지 예외가 붙어 있습니다. ① 항고 뒤 재기수사가 이루어졌는데 다시 불기소 통지를 받은 경우 ② 항고를 낸 지 석 달이 지나도록 처분이 나오지 않은 경우 ③ 시효 만료일을 한 달 앞둔 시점까지 검사가 기소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세 번째가 시효와 맞물리는 자리입니다.
예외에 해당하면 항고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고등법원으로 갑니다. 다만 건너뛸 수 있다는 것과 건너뛰는 편이 낫다는 것은 다른 말입니다. 항고 단계에서 자료를 보강해 두면 뒤의 심리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기한과 제출처를 혼동하기 쉽다
여기서 어긋나는 사례가 많습니다. 서류를 고등법원에 직접 들고 가는 경우입니다.
제260조 제3항은 제출처를 따로 정했습니다. 항고기각 결정을 통지받은 날 또는 위 예외 사유가 생긴 날부터 열흘 안에, 처분을 한 검사가 속한 지방검찰청의 검사장이나 지청장에게 재정신청서를 내야 합니다. 세 번째 예외에 해당할 때는 단서가 있어 시효 만료일 전날까지 낼 수 있습니다. 제4항은 신청서에 대상 사건의 범죄사실과 증거 등 신청을 이유 있게 하는 사유를 적으라고 했습니다.
열흘은 짧습니다. 이 조문은 기관 명칭과 근거 법률이 바뀌는 개정을 앞두고 있으므로, 서류를 낼 무렵의 창구 이름은 한 번 더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신청서를 낸 순간 시계는 어떻게 되나
멈춥니다. 제262조의4 제1항이 그 한 줄입니다.
제260조에 따른 재정신청이 있으면 재정결정이 확정될 때까지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됩니다. 기준은 신청이 있었다는 사실이지 법원이 받아들였는지가 아닙니다. 나중에 기각 결정이 나더라도 그 사이의 기간은 흘러가지 않은 것으로 다루어집니다.
정지는 확정까지 이어집니다. 기각 결정에 즉시항고가 제기되었다면 그 절차가 끝나 확정될 때까지 멈춘 상태가 유지됩니다. 몇 달이 걸리든 남은 시효가 깎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받아들여지면 기소 시점은 어디로 잡히나
결정한 날입니다. 실제 공소장이 접수된 날이 아닙니다.
제262조의4 제2항은 공소제기를 결정한 때에 공소시효에 관하여 그 결정이 있는 날에 공소가 제기된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결정이 난 뒤 담당 검사가 지정되고 공소장이 작성되기까지 며칠이 걸리는데, 그 며칠 때문에 시효가 넘어가는 일을 막으려고 시점을 앞으로 당겨 놓은 것입니다.
피해자 쪽에서 보면 이 두 항이 한 쌍으로 작동합니다. 앞의 항은 기다리는 동안을 붙잡아 둡니다. 뒤의 항은 결정 이후의 며칠을 덮어 줍니다.
| 국면 | 시효의 상태 |
|---|---|
| 불기소 통지를 받고 항고를 검토하는 동안 | 계속 진행 |
| 재정신청서를 낸 때부터 | 진행 정지 |
| 기각 결정이 확정된 때 | 다시 진행 |
| 공소제기 결정이 있는 날 | 그날 기소된 것으로 취급 |
기다리는 동안 기록을 볼 수 있나
볼 수 없습니다. 이 점이 당사자를 가장 답답하게 합니다.
제262조의2는 재정신청사건의 심리 중에는 관련 서류와 증거물을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없다고 정했습니다. 다만 단서가 하나 열려 있습니다. 법원이 증거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서류의 전부나 일부에 대해 열람이나 등사를 허가할 수 있습니다. 제262조 제3항이 심리를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도록 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그래서 신청서에 담을 자료는 미리 확보해 두셔야 합니다. 불기소 이유를 적은 서면과 본인이 가진 증거를 항고 단계에서부터 정리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결정은 언제 어떤 모양으로 나오나
제262조가 흐름을 정해 두었습니다. 기간이 조문에 박혀 있어 대략의 일정을 미리 가늠할 수 있습니다.
- 법원은 신청서를 송부받은 날부터 10일 안에 피의자에게 그 사실을 알립니다.
- 송부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항고의 절차에 준하여 결정합니다.
- 방식에 어긋나거나 이유가 없으면 신청을 기각합니다.
- 이유가 있으면 사건에 대한 공소제기를 결정합니다.
- 결정 정본은 신청인과 피의자, 관할 검찰청 쪽으로 보내집니다.
불복의 길은 한쪽만 열려 있습니다. 기각 결정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지만 공소제기 결정에는 불복하지 못합니다. 기각 결정이 확정되면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를 빼고는 그 사건을 다시 소추할 수 없습니다.
주의
제264조 제2항은 결정이 있을 때까지 신청을 취소할 수 있게 하면서, 취소한 사람은 다시 신청하지 못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공동신청권자 가운데 한 사람의 신청은 전원을 위하여 효력이 생기지만 취소의 효력은 취소한 사람에게만 미칩니다. 또 제262조의3에 따라 기각이나 취소가 있으면 신청인에게 절차 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습니다.
정리
신청서를 낸 날부터 재정결정이 확정될 때까지 시효는 멈춥니다. 공소제기 결정이 나면 그날 기소된 것으로 봅니다. 두 장치가 기다리는 시간을 덮어 줍니다.
다만 정지는 신청이 들어와야 시작됩니다. 통지를 받고 고민하는 동안에는 시계가 그대로 돌아가고, 항고기각을 통지받은 뒤 주어지는 시간은 열흘뿐입니다. 성범죄 사건은 시효 계산 자체가 까다로운 유형이므로, 불기소 통지를 받으셨다면 남은 기간부터 확인하고 변호사와 일정을 맞춰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260조, 제262조, 제262조의2, 제262조의3, 제262조의4, 제264조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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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항고를 하지 않고 바로 고등법원에 갈 수 있는 경우가 있나요?
세 가지가 조문에 적혀 있습니다. 항고 후 재기수사를 거쳐 다시 불기소 통지를 받은 경우, 항고한 지 석 달이 지나도록 처분이 없는 경우, 시효 만료를 한 달 앞둔 시점까지 기소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입니다.
신청이 기각되면 멈춰 있던 시효는 어떻게 되나요?
기각 결정이 확정된 때부터 다시 진행합니다. 정지되어 있던 기간은 계산에서 빠지므로 신청 당시 남아 있던 기간이 그대로 이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심리 중에 수사기록을 복사해 볼 수 있습니까?
원칙적으로 막혀 있습니다. 심리 중에는 관련 서류와 증거물의 열람이나 등사가 허용되지 않고, 법원이 증거조사 과정에서 만들어진 서류에 한해 허가할 수 있을 뿐입니다.
신청을 냈다가 취소하고 다시 낼 수 있나요?
결정이 있을 때까지 취소는 가능하지만 취소한 사람은 다시 신청할 수 없습니다. 기각이나 취소가 있으면 절차 비용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취소 여부는 신중하게 정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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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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