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지 보름쯤 지난 밤, 휴대전화 앨범을 넘기다 둘이 찍어 둔 영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상대가 먼저 찍자고 했고 웃으며 찍었던 것입니다. 화가 난 김에 그 사람에게, 혹은 그 사람의 친구에게 보내 버릴까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촬영할 때 동의가 있었다는 사정은 보내는 행위를 가려 주지 못합니다. 성폭력처벌법은 찍을 때의 동의와 내보낼 때의 동의를 따로 놓고 보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가 죄이고 형은 어느 정도인지, 이미 보냈다면 무엇을 할지 정리했습니다.
동의하고 찍은 영상인데 왜 문제가 되나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은 두 갈래의 사람을 같은 자리에 세웁니다. 하나는 의사에 반해 찍힌 촬영물을 퍼뜨린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촬영 당시에는 상대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더라도 사후에 그 촬영물을 상대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한 사람입니다.
뒤쪽이 바로 이 경우입니다.
조문은 괄호 안에 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까지 넣어 두었습니다. 상대가 스스로 찍어 보내 준 영상이라도 받은 사람이 함부로 내보내면 같은 죄가 됩니다. 찍은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내보내는 시점에 촬영대상자가 원하지 않았는지가 전부입니다.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제1항의 불법 촬영과 같은 무게입니다.
반포등
제14조 제2항이 묶어 부르는 말로, 반포·판매·임대·제공과 공공연한 전시·상영을 모두 가리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뿌리는 반포만이 아니라 특정한 한 사람에게 건네는 제공도 들어 있습니다. 메신저로 한 사람에게 한 번 보낸 행위도 이 범위 안입니다.
본인에게만 보냈다면 죄가 아닌가
영상 속 당사자인 전 연인에게 보내는 것은 남에게 퍼뜨린 것이 아니니 괜찮지 않느냐고 묻는 분이 많습니다.
조문은 반포등의 상대를 제한하지 않습니다.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제공하면 성립 요건이 채워집니다. 다만 당사자 본인에게 되돌려 보낸 행위를 제3자에게 건넨 것과 같이 볼 것인지는 사안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는 지점입니다.
그러나 그 메시지에 공개하겠다는 말이 붙는 순간 다른 조문이 열립니다. 제14조의3 제1항은 그런 촬영물을 이용해 사람을 협박한 자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합니다. 벌금형이 없습니다. 협박으로 만나 달라거나 돈을 내라는 요구를 관철하면 제2항이 적용되어 3년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영상을 보내는 행위보다 보내면서 덧붙인 한 줄이 형을 더 무겁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행위마다 형이 어떻게 다른가
같은 영상을 두고도 무엇을 했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항이 달라집니다.
| 행위 | 근거 | 법정형 |
|---|---|---|
| 동의 없이 촬영 | 제14조 제1항 | 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
| 동의하고 찍은 영상을 사후에 의사에 반해 전송 | 제14조 제2항 | 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
| 영리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에 올림 | 제14조 제3항 | 3년 이상 유기징역 |
| 받은 영상을 소지·저장·시청 | 제14조 제4항 |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
| 영상을 들어 협박 | 제14조의3 제1항 | 1년 이상 유기징역 |
| 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 | 제14조의3 제2항 | 3년 이상 유기징역 |
상습이면 제14조 제5항과 제14조의3 제3항에 따라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미수도 제15조에 따라 처벌되므로 전송 버튼을 눌렀다가 상대가 받기 전에 취소한 경우에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받은 쪽 친구는 어떤 처지가 되나
영상을 넘겨받은 친구가 그냥 보기만 했다면 괜찮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14조 제4항은 제1항이나 제2항의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므로, 사후에 의사에 반해 넘겨진 영상을 받아서 저장하거나 틀어 본 사람도 여기 들어갑니다.
사건은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습니다.
받은 사람이 다시 다른 사람에게 보내면 그 사람은 제2항의 반포등을 한 사람이 되고, 사슬이 길어질수록 처음 보낸 사람의 책임도 무거워집니다.
영상을 보낸 사람에게 따라붙는 것들
형 자체만이 아닙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제42조 제1항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됩니다. 제3조부터 제15조까지의 범죄가 등록대상 성범죄로 묶여 있고 제14조는 그 안에 있습니다. 벌금형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등록 뒤의 의무는 가볍지 않습니다.
- 제43조 제1항에 따라 판결 확정일부터 30일 안에 관할 경찰관서에 기본신상정보를 제출합니다
- 제16조 제2항에 따라 유죄판결에는 500시간 범위의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이 함께 붙습니다
- 제15조의3에 따라 영상으로 얻은 돈이 있으면 몰수되고, 몰수할 수 없으면 가액이 추징됩니다
분풀이로 보낸 영상 하나가 형사처벌과 등록, 교육 이수까지 한꺼번에 끌고 옵니다.
보내기 전이라면, 혹은 이미 보냈다면
아직 보내지 않았다면 지우는 쪽이 맞습니다. 상대가 삭제를 요구해 왔다면 그 요구 자체가 반포등에 대한 의사가 없다는 뜻이므로, 보관 자체가 뒤에 문제가 될 여지도 줄어듭니다.
이미 보냈다면 둘째 행위를 막는 것이 우선입니다.
- 받은 사람에게 즉시 삭제를 요청하고 그 요청 기록을 남깁니다
- 추가로 보내거나 올린 곳이 있다면 모두 내립니다
- 상대에게 사과하거나 연락하려 할 때는 변호사를 통해 합니다
- 휴대전화의 전송 기록을 임의로 지우지 않습니다
보낸 기록을 지우면 감추려 한 정황으로 읽히기 쉽고 포렌식으로 대부분 복구되므로, 지우기보다 변호사와 함께 경위를 정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주의
상대에게 직접 찾아가거나 반복해 연락하면 별도의 혐의가 더해질 수 있습니다. 사과와 합의의 뜻은 변호사가 전하도록 하십시오.
피해를 당한 쪽은 무엇을 할 수 있나
전 연인이 영상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증거를 먼저 고정합니다. 받은 메시지 화면, 전송 일시, 보낸 계정이 보이도록 저장하고 영상 자체는 열어 보지 않아도 됩니다. 고소는 주소지 경찰서에 하며, 제26조 제2항에 따라 지정된 성폭력범죄 전담 사법경찰관이 조사를 맡습니다.
조사실에 혼자 앉지 않아도 됩니다.
제34조는 제14조 범죄의 피해자가 신청하면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하게 하도록 정하고, 제27조는 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해 조사에 참여하게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정리
사귈 때 서로 동의하고 찍은 영상이라도 헤어진 뒤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보내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의 죄가 됩니다. 법정형은 불법 촬영과 같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공개하겠다는 말을 덧붙이면 제14조의3의 협박죄로 넘어가 벌금형 없는 1년 이상의 징역이 됩니다.
받은 사람도 소지와 시청만으로 처벌되고, 보낸 사람에게는 신상정보 등록과 이수명령이 따라붙습니다.
보내기 전이라면 지우고, 이미 보냈다면 더 퍼지는 것을 막은 뒤 성범죄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와 경위를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4조의3, 제15조, 제15조의3, 제16조, 제26조, 제27조, 제34조, 제42조, 제43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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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상대가 자기 휴대전화로 찍어 저에게 보내 준 영상입니다. 제가 보내도 되나요?
제14조 제2항은 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적어 두었습니다. 누가 찍었는지와 무관하게 촬영대상자가 원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에게 보내면 같은 죄가 됩니다.
영상 속 당사자인 전 연인 본인에게만 보냈습니다. 그래도 처벌되나요?
조문은 반포등의 상대를 제한하지 않아 사안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는 지점입니다. 다만 공개하겠다는 말을 붙였다면 제14조의3 제1항의 협박죄가 되어 1년 이상의 징역이 문제됩니다.
친구가 보내 준 전 연인 영상을 한 번 봤습니다. 저도 문제가 되나요?
제14조 제4항은 제2항의 촬영물을 소지·저장·시청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바로 삭제하고 다른 곳에 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벌금형으로 끝나면 신상정보 등록은 피할 수 있나요?
제42조 제1항은 제14조의 범죄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등록대상자로 정하고 있고, 벌금형을 제외하는 단서는 제12조·제13조 등 다른 조문에만 붙어 있습니다. 벌금형이라도 등록 대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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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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