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가 넘어 SNS에 잘 곳을 구한다는 글이 올라옵니다. 스물여섯 살 직장인이 답장을 보냈고, 중학교 3학년인 아이는 그 원룸에서 나흘을 지냈습니다. 부모가 낸 가출 신고로 경찰이 아이를 찾았을 때 두 사람 사이에는 이미 성관계가 있었습니다. 남성은 먼저 다가온 것도, 싫다고 하지 않은 것도 아이였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법이 따지는 것은 그 말이 아니라 두 사람의 나이, 그리고 아이가 그 방에 머물 수밖에 없던 사정입니다.
아이가 원했다는 말은 왜 방어가 되지 않나
형법은 상대가 13세 이상 16세 미만이고 행위자가 19세 이상이면, 동의가 있었는지와 상관없이 간음이나 추행을 처벌합니다. 형은 강간과 강제추행의 예를 따르므로 간음이라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중학교 3학년은 대부분 만 14세나 15세입니다. 이 나이대의 아이가 성인과의 관계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거절하기 어렵다고 보고 입법자가 선을 그어 둔 것입니다.
여기에 가출이라는 사정이 더해지면 조문이 하나 더 겹칩니다. 청소년성보호법은 19세 이상의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 아이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를 따로 처벌합니다. 2019년에 새로 만들어진 조문입니다.
동의라는 말은 이 두 조문 어디에도 요건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궁박한 상태를 이용했다는 것은 어떤 모습인가
궁박(窮迫)
몹시 곤란하고 급박한 처지를 말합니다. 집을 나와 잘 곳도, 먹을 것도, 돈도 없는 상황이 대표적입니다. 이용했다는 것은 그 처지를 알고 숙소나 식사, 교통비 같은 도움을 관계와 엮었다는 뜻입니다.
수사기관은 그 방에 들어가기 전과 후의 대화를 나란히 놓고 봅니다. 재워 주겠다는 제안이 어떤 말과 함께 나왔는지, 아이가 돌아갈 곳이 있었는지, 휴대전화 배터리나 차비처럼 사소해 보이는 것까지 누가 쥐고 있었는지가 기록에 남습니다.
명시적인 거래 제안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이 요건이 빠지지는 않습니다. 나가면 갈 데가 없는 아이에게 거절은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행위자 쪽에서는 아이의 처지를 몰랐다거나, 도움과 관계가 전혀 무관했다는 사정을 구체적인 자료로 설명해야 합니다.
형법 조문과 청소년성보호법 조문은 어떻게 다른가
두 조문은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요건과 형이 조금씩 다릅니다. 어느 쪽으로 기소될지는 사실관계에 따라 검사가 정합니다.
| 구분 | 형법(미성년자 간음ㆍ추행) | 청소년성보호법(궁박 이용) |
|---|---|---|
| 행위자 | 19세 이상 | 19세 이상 |
| 상대 | 13세 이상 16세 미만 | 13세 이상 16세 미만 아동ㆍ청소년 |
| 추가 요건 | 없음 | 궁박한 상태를 이용했을 것 |
| 간음 | 강간의 예, 3년 이상 유기징역 | 3년 이상 유기징역 |
| 추행 | 강제추행의 예,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 |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
| 제3자와 관계하게 한 경우 | 규정 없음 | 같은 형으로 처벌 |
마지막 줄이 중요합니다. 재워 주는 대가로 아이를 다른 사람과 관계하게 만든 경우도 청소년성보호법 조문은 직접 처벌 대상으로 삼습니다. 장애가 있는 16세 미만 아이는 이 조문이 아니라 장애 아동ㆍ청소년에 관한 별도 조문으로 다뤄집니다.
형이 끝나도 따라오는 것은 무엇인가
두 조문 모두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형 자체보다 오래 남는 처분이 줄줄이 붙습니다.
-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과 함께 500시간 범위의 수강명령이나 이수명령이 원칙적으로 병과됩니다.
-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로 관리되고, 확정일로부터 30일이 제출 기한이어서 그 안에 주소지 경찰서에 인적사항과 직장, 차량번호 등을 알려야 합니다.
- 학교, 학원, 청소년시설 같은 아동ㆍ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이 법원이 정한 기간 동안 막힐 수 있습니다.
- 공개명령이나 고지명령이 함께 선고될 수 있습니다.
시효도 일반 사건과 다르게 흐릅니다.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 아이가 성년이 된 날부터 진행합니다. 몇 년 뒤 아이가 어른이 되어 신고하더라도 수사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경찰 연락을 받은 성인은 무엇부터 해야 하나
대부분 아이를 찾는 과정에서 휴대전화 대화가 먼저 확보됩니다. 기억에 기대기보다 기록을 기준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 처음 연락이 오간 글과 메시지를 날짜순으로 정리합니다. 삭제하면 오히려 설명할 기회를 잃습니다.
- 아이의 나이를 언제,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 적어 둡니다.
- 숙소와 식사, 돈을 제공한 경위와 그 대화가 관계와 어떤 순서로 이어졌는지 확인합니다.
- 아이에게든 부모에게든 먼저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려 들지 마십시오. 좋은 뜻이었어도 아이의 진술을 흔들려 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 첫 조사 전에 변호인과 진술 범위를 정하고 함께 출석합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좋은 뜻으로 재워 줬다는 설명만 반복하는 것입니다. 선의였다는 주장이 조문의 요건을 지우지는 못합니다.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지, 궁박 이용 요건을 다툴 여지가 있는지부터 기록을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아이와 보호자는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
보호자는 아이의 법정대리인으로서 피해자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 따로 선임하지 못했더라도 아이가 19세 미만인 이상 검사는 국선 변호사를 반드시 붙여 주어야 합니다.
아이의 조사 과정은 원칙적으로 영상으로 녹화되고, 조사 전에 그 사실과 녹화물이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아이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이나 보호자가 원하지 않으면 녹화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이름, 학교, 사진처럼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정보는 수사와 재판에 관여한 공무원도 밖으로 알릴 수 없고, 누구든지 인터넷에 올려서는 안 됩니다. 반 친구들 사이에 소문이 도는 상황이라면 이 점을 학교에 분명히 전달하십시오.
집에 돌아온 뒤가 더 중요합니다.
아이를 탓하는 말은 진술을 닫게 만듭니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나 청소년쉼터처럼 가출 청소년을 만나는 기관의 종사자는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수사기관에 신고할 의무가 있으니, 그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정리
집 나온 중학생을 재워 주다 생긴 관계는 아이가 원했다는 이유로 가벼워지지 않습니다. 19세 이상이 16세 미만과 관계하면 형법으로, 아이의 곤궁한 처지를 이용했다면 청소년성보호법으로도 처벌됩니다. 둘 다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기본입니다.
그 뒤에는 수강명령,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이 이어집니다.
혐의를 받은 쪽은 대화 기록을 보존하고 아이 쪽과 접촉을 끊은 채 변호인과 쟁점을 정리하시고, 보호자는 피해자 변호사와 함께 아이의 진술 환경부터 챙기시면 됩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297조, 제298조, 제305조 ·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8조의2, 제20조, 제21조, 제26조, 제28조, 제30조, 제31조, 제34조, 제56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제42조, 제43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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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상대 아이가 먼저 연락했고 분명히 동의했습니다. 그래도 처벌되나요?
형법은 19세 이상의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과 간음이나 추행을 하면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강간ㆍ강제추행의 예에 따라 처벌합니다. 먼저 연락한 쪽이 누구였는지는 요건이 아닙니다.
궁박한 상태를 이용했다는 건 돈을 줬다는 뜻인가요?
돈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잘 곳이 없는 아이에게 숙소나 식사를 제공하면서 그 처지를 관계와 엮은 경우가 전형적입니다. 명시적인 거래 제안이 없어도 대화와 정황으로 판단합니다.
벌금형으로 끝나도 신상정보 등록이 되나요?
두 죄 모두 등록대상 성범죄여서 약식명령으로 벌금이 확정되어도 등록대상자가 됩니다. 확정일로부터 30일이 기한인 신고 의무도 생겨, 주소지 경찰서에 인적사항과 직장, 연락처 등을 알려야 합니다.
아이가 조사받을 때 부모가 옆에 있을 수 있나요?
아이나 보호자가 신청하면 수사기관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아이와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을 동석하게 해야 합니다. 다만 그 사람이 아이에게 불리하거나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동석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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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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