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물이 퍼졌을 때 피해자가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연락할 데가 없다는 점입니다. 게시물 밑의 신고 단추를 누르고 나면 그다음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이 빈자리를 사람으로 메워 두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에게 불법촬영물등 유통방지 책임자를 두라고 정한 조문이 그것입니다. 누가 지정 의무를 지는지, 그 사람이 무엇을 맡는지, 두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조문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사업자에게 먼저 지워 둔 의무는 무엇인가
제44조가 출발점입니다. 세 항이 각각 이용자와 사업자, 그리고 감독기관을 향합니다.
제1항은 이용자에게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유통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했습니다. 제2항은 사업자 쪽을 봅니다. 자신이 운영하고 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그런 정보가 돌아다니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문장입니다.
술어가 노력하여야 한다입니다. 이 한 마디가 오래 문제였습니다. 노력만으로 면이 서는 구조에서는 실제로 누가 그 일을 맡는지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뒤에 붙은 조문이 담당자의 자리를 따로 만들었습니다.
누가 책임자를 두어야 하나
제44조의9 제1항이 대상을 정했습니다. 모든 사업자가 아닙니다.
일일 평균 이용자의 수와 매출액, 사업의 종류가 대통령령이 정한 기준에 닿는 사업자만 지정 의무를 집니다. 규모가 작은 곳에까지 같은 조직을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선 긋기입니다. 그래서 신고를 넣기 전에 그 서비스가 이 기준 안에 있는지를 가늠해 두면 대응 속도가 달라집니다.
이용자 쪽에서 그 기준을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국내 이용자가 많은 대형 포털과 사회관계망 서비스, 대형 커뮤니티라면 대체로 이 안에 들어옵니다.
불법촬영물등
제44조의9 제1항이 세 가지를 묶어 부르는 이름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 촬영물과 복제물, 같은 법 제14조의2의 편집물ㆍ합성물ㆍ가공물과 그 복제물, 그리고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의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입니다. 복제물의 복제물까지 괄호 안에 적어 두었습니다.
세 갈래로 나누어 적은 까닭
목록을 나눈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 가지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첫째 갈래는 몰래 찍거나 동의 없이 퍼뜨린 촬영물입니다. 둘째 갈래는 얼굴을 갈아 끼우거나 합성해 만든 영상물이어서, 찍힌 장면이 실제로 없었더라도 이 목록에 들어옵니다. 셋째 갈래는 아동과 청소년이 등장하는 성착취물입니다.
피해자 쪽에서 신고할 때 이 구분이 쓸모가 있습니다. 합성물이니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을 받았다면 제2호를 근거로 다시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책임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제44조의9 제2항이 업무를 한 줄로 적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1항에 따른 불법촬영물등의 삭제와 접속차단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 업무입니다.
고객 응대 창구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민원을 접수해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라, 조치 자체를 수행하도록 업무가 지정되어 있습니다. 같은 조 제3항은 책임자의 수와 자격요건, 교육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맡겼습니다.
둘 이상을 두어야 하는 사업자도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을 한 명 세워 두고 이름만 걸어 놓는 방식은 조문의 취지와 맞지 않습니다.
신고한 뒤 어디까지 기대할 수 있나
삭제 요청의 일반 통로는 제44조의2에 있습니다.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은 침해사실을 소명해 그 정보의 삭제나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고, 사업자는 요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한 뒤 신청인과 정보게재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처리 경과를 받아 볼 수단도 신청인이 고를 수 있습니다. 문자메시지와 전자우편이 조문에 예시로 적혀 있습니다.
- 문제되는 게시물의 주소와 화면을 날짜가 드러나게 저장합니다.
- 사업자의 신고 창구에 침해사실을 소명하며 삭제를 요청합니다.
- 처리 경과와 결과를 통지받을 수단을 함께 지정합니다.
- 답변이 오면 날짜와 문구를 그대로 보관합니다.
- 같은 파일이 다시 올라오는지 살피고 절차를 되풀이합니다.
판단이 어려울 때를 위한 장치도 있습니다. 제4항은 권리침해 여부를 가리기 어렵거나 다툼이 예상되면 접근을 임시로 차단할 수 있게 했고, 그 임시조치의 기간을 30일 이내로 정했습니다. 제44조의3은 사업자가 요청 없이도 스스로 임시조치를 할 수 있도록 열어 두었습니다.
| 근거 | 누가 움직이나 | 내용 |
|---|---|---|
| 제44조 제2항 | 사업자 | 권리 침해 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 |
| 제44조의2 | 침해당한 사람의 요청 | 삭제 또는 반박내용 게재, 결과 통지 |
| 제44조의2 제4항 | 사업자 | 30일 이내의 임시조치 |
| 제44조의9 | 지정된 책임자 | 불법촬영물등의 삭제ㆍ접속차단 조치 |
두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과태료입니다. 제76조 제2항이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예정했고, 그 각 호 가운데 제44조의9 제1항을 위반하여 책임자를 지정하지 아니한 자가 들어 있습니다.
형벌이 아니라 과태료라는 점이 가볍게 읽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의무는 지정 여부만 보는 규정이라 다투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람을 두었는지 아닌지가 곧바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쪽에서는 이 조문을 지렛대로 쓰실 수 있습니다. 사업자가 담당자가 없어 처리가 어렵다고 답한다면, 그 답변 자체가 의무 위반을 내비치는 자료가 됩니다.
확인할 것
· 요청할 때 촬영물ㆍ합성물ㆍ성착취물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 밝혔는지
· 처리 경과를 통지받을 수단을 지정했는지
· 같은 파일이 다른 곳에 다시 올라왔는지 주기적으로 살피는지
정리
제44조가 사업자에게 노력 의무를 지우고, 제44조의9가 그 노력을 맡을 사람의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대상은 대통령령이 정한 규모에 닿는 사업자이고, 업무는 삭제와 접속차단이며, 두지 않으면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따릅니다.
피해를 입으신 분께는 조문보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먼저 주소와 화면을 증거로 남기시고, 사업자에게 요청을 넣으실 때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분명히 적으시기 바랍니다. 요청과 답변의 기록이 남아 있어야 뒤에 형사절차와 손해배상으로 이어 갈 때 흐름이 끊기지 않습니다. 유포 경로가 여럿이거나 상대가 특정되지 않는 사안이라면 변호사와 순서를 짜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참조 조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44조의2, 제44조의3, 제44조의9, 제76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4조의2 ·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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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게시물을 신고했는데 답이 없습니다. 다음 순서가 무엇인가요?
제44조의2는 요청을 받은 사업자가 지체 없이 조치하고 그 사실을 알리도록 정했습니다. 통지가 오지 않는다면 요청을 넣은 날짜와 내용을 정리해 두시고,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절차를 함께 진행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제 얼굴을 합성한 영상입니다. 이것도 대상에 들어가나요?
들어갑니다. 제44조의9 제1항 제2호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의 편집물과 합성물, 가공물, 그 복제물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임시조치 30일이 지나면 게시물이 되살아나나요?
조문은 임시조치의 기간을 30일 이내로 정했을 뿐 그 뒤의 처리를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기간이 끝나기 전에 삭제 요청의 근거를 보강해 두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책임자를 두지 않은 사업자를 제가 신고할 수 있나요?
과태료는 감독기관이 부과합니다. 다만 요청과 답변의 기록은 남겨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담당자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은 의무 이행 여부를 살피는 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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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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