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만난 사람의 자취방이었습니다. 상대가 밀어내며 소리를 지르자 그 자리에서 손을 떼고 나왔고, 열흘쯤 지나 경찰서에서 강간 미수 사건으로 출석해 달라는 전화가 옵니다. 끝까지 간 것도 아닌데 왜 미수냐고 되묻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반대편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정리될까 봐 신고를 미루기도 합니다. 결국 양쪽이 궁금한 것은 같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범죄가 시작된 것으로 보는지, 그리고 멈춘 이유가 결과를 얼마나 바꾸는지입니다.
끝까지 가지 않았는데 왜 죄가 되나
형법은 범죄를 시작했지만 마치지 못한 경우를 따로 부릅니다.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했거나 결과가 생기지 않은 때가 미수입니다.
다만 모든 죄가 미수로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각칙에 그 죄의 미수를 벌한다는 규정이 있어야 하는데, 강간은 그 목록에 들어 있습니다.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과 준강제추행도 같은 조문에 함께 묶여 있습니다.
강간의 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미수라고 해서 별도의 가벼운 형이 마련된 것은 아닙니다. 같은 형의 범위 안에서 감경할 수 있다는 정도에 그칩니다. 감경 여부는 법원이 사정을 보고 정합니다.
그래서 미수라는 말에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어느 장면부터 실행이 시작된 것으로 보나
강간죄는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삼는 죄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간음을 위한 폭행 또는 협박을 시작한 때를 실행의 착수로 봅니다. 옷이 벗겨졌는지, 신체 접촉이 어디까지 갔는지가 기준이 아닙니다.
수사기관이 착수 여부를 따질 때 흔히 살피는 장면은 이렇습니다.
- 나가려는 상대의 팔을 붙잡거나 문을 막아 선 순간
- 몸 위로 올라타 힘으로 누른 순간
- 소리를 내면 사진을 뿌리겠다는 식으로 겁을 준 순간
- 저항하는 손을 뿌리치고 옷을 끌어내린 순간
반대로 방에 함께 들어간 것, 말로 조른 것만으로는 대개 착수 전 단계로 봅니다. 그렇다고 그 앞 단계가 늘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강간할 목적으로 예비하거나 음모한 사람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2020년에 조문이 새로 생겼습니다.
거부당해 멈춘 것도 스스로 멈춘 것인가
이 질문이 사건의 무게를 가장 크게 가릅니다. 형법은 실행에 착수한 사람이 자기 뜻으로 그만둔 경우를 중지범이라 하여 형을 반드시 감경하거나 면제합니다. 앞의 미수는 감경할 수 있다였고, 여기는 감경하거나 면제한다입니다.
장애미수와 중지미수
바깥 사정에 막혀 끝내지 못했다면 장애미수, 막는 사람이 없었는데도 스스로 그만두었다면 중지미수입니다. 앞은 형을 줄일지 말지를 법원이 고르고, 뒤는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정해져 있습니다.
문제는 거부를 어느 쪽에 넣느냐입니다. 상대가 비명을 지르고 몸부림쳐서, 혹은 옆방 사람이 올까 봐 멈췄다면 수사기관은 대체로 외부 사정에 밀린 것으로 봅니다. 반면 저항이 약해진 뒤에도 잘못을 깨닫고 물러났다면 자의라고 주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말만으로는 입증이 어렵습니다. 멈춘 뒤 상대를 어떻게 대했는지, 바로 사과했는지, 귀가를 도왔는지 같은 그 뒤의 행동이 함께 읽힙니다.
헷갈리기 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중지범은 실행에 착수한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폭행이나 협박에 이르기 전에 스스로 돌아섰다면 미수를 따질 일이 아니고, 그 전까지 무엇을 준비했는지가 예비의 문제로 검토될 뿐입니다.
단계마다 형은 어떻게 달라지나
같은 밤의 일이라도 어디까지 나아갔는지, 결과로 무엇이 남았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조문이 바뀝니다. 한눈에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 단계 | 어떻게 보나 | 정해진 형 |
|---|---|---|
| 예비ㆍ음모 | 강간할 목적으로 준비만 한 경우 | 3년 이하 징역 |
| 장애미수 | 폭행ㆍ협박을 시작했으나 저항 등에 막힘 | 3년 이상 유기징역, 감경할 수 있음 |
| 중지미수 | 착수 후 자기 뜻으로 그만둠 |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 |
| 기수 | 간음에 이름 | 3년 이상 유기징역 |
| 미수 중 상해 | 미수에 그쳤으나 상대가 다침 |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
마지막 줄을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강간 등 상해ㆍ치상 조문은 미수범까지 대상에 넣었습니다. 밀치는 과정에서 상대가 넘어져 다쳤다면 미수여도 형의 하한이 5년으로 올라갑니다. 진단서 한 장이 사건의 성격을 바꾸는 경우입니다.
강제추행으로 바뀌어 다뤄지기도 하나
그렇습니다. 폭행이나 협박 중에 몸을 만진 사실은 인정되지만 간음까지 하려 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강제추행으로 정리되는 일이 있습니다. 강제추행은 징역 상한이 10년이고 벌금형도 고를 수 있어, 벌금이 아예 없는 강간 미수와는 무게가 크게 다릅니다.
어느 쪽인지는 그날의 말과 행동, 전후의 메시지로 가립니다. 피의자 쪽은 간음할 생각이 없었다는 점을, 피해자 쪽은 그 의도가 드러난 정황을 각각 정리하게 됩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두 죄 모두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하는 죄가 아닙니다. 합의가 이루어져도 수사는 계속되고, 합의는 양형에서 고려될 뿐입니다.
연락을 받았다면, 혹은 피해를 입었다면 무엇부터 하나
조사를 앞둔 쪽이라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 그날 만난 시각부터 헤어진 시각까지를 시간순으로 적어 둡니다.
- 상대와 주고받은 메시지, 통화 기록, 이동 경로를 지우지 말고 보관합니다.
- 해명하려고 상대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습니다. 합의를 조르는 연락은 불리한 정황으로 읽힙니다.
- 변호인과 함께 조사에 출석할 날짜를 조율합니다.
피해를 입은 쪽이라면 먼저 진료를 받아 기록을 남기시고, 당시 입었던 옷이나 메시지는 그대로 두십시오. 경찰서에서 사법경찰관에게 처벌을 원한다고 말로 밝혀도 고소가 됩니다. 조사실에 혼자 들어가기 어렵다면 피해자 변호사를 두고 함께 가실 수 있습니다. 직접 선임하지 못했다면 검사에게 국선변호사 선정을 요청해 볼 수 있고, 피해자가 19세가 되지 않았다면 검사가 반드시 붙여 주어야 합니다.
정리
거부당해 멈췄더라도 폭행이나 협박이 이미 시작됐다면 강간 미수가 됩니다. 멈춘 이유가 상대의 저항이었는지, 스스로의 판단이었는지에 따라 감경이 선택인지 의무인지가 갈립니다.
상대가 다쳤다면 미수라도 무거운 조문으로 옮겨 갑니다.
어느 쪽에 서 계시든 첫 조사 전에 그날의 시간표와 자료를 정리해 두는 일이 가장 큰 차이를 만듭니다. 진술이 한 번 조서에 남으면 뒤에서 바꾸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건 기록을 놓고 착수 시점과 중지의 자의성을 어떻게 다툴지, 또는 어떻게 입증할지 변호사와 함께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25조, 제26조, 제29조, 제297조, 제298조, 제300조, 제301조, 제305조의3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 형사소송법 제237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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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옷을 벗기기 전에 멈췄는데도 강간 미수인가요?
강간의 실행은 간음을 위해 폭행이나 협박을 시작한 때 시작된 것으로 봅니다. 옷을 벗겼는지보다 힘으로 누르거나 겁을 준 행동이 있었는지가 먼저 검토됩니다.
상대가 싫다고 해서 바로 멈췄습니다. 중지범이 되나요?
거부나 저항 때문에 멈췄다면 외부 사정에 막힌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뜻으로 그만두었다는 점은 멈춘 뒤의 행동과 정황까지 함께 보고 판단합니다.
실랑이 중에 상대가 조금 다쳤습니다. 미수와 다른가요?
강간 등 상해ㆍ치상 조문은 미수범도 대상으로 삼습니다. 상해가 인정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적용되므로 진단 내용과 경위가 중요합니다.
피해자인데 변호사를 따로 둘 수 있나요?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와 법정대리인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그 변호사는 조사에 참여해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직접 선임하지 않았을 때에는 검사가 국선으로 붙여 줄 수 있으며, 19세 미만이면 선정이 의무입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 해운대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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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2
대표 변호사 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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