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아이의 조사 날, 경찰서 진술실에 수사관 말고 낯선 사람이 한 명 더 앉습니다. 아이의 말을 수사관에게, 수사관의 질문을 아이에게 옮겨 주는 진술조력인이라고 소개합니다. 엄마는 반가우면서도 궁금합니다. 우리 아이 편을 들어 주는 사람인지, 아니면 수사기관 쪽 사람인지요. 몇 달 뒤 법정에서 같은 사람을 본 피고인의 가족은 정반대의 의심을 품습니다. 피해자 쪽 말을 부풀려 전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입니다. 법은 이 질문에 대해 꽤 분명한 답을 적어 두었습니다.
진술조력인은 어떤 사람인가
의사소통이나 의사 표현이 어려운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법무부장관이 양성하는 사람입니다. 정신건강의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교육학처럼 아동과 장애인의 심리나 의사소통에 관한 전문지식이 있거나 그 분야에서 상당 기간 일한 사람이 법무부 교육을 마쳐야 합니다. 법무부는 이렇게 양성한 사람의 명부를 만들어 둡니다.
될 수 없는 사람
피성년후견인, 금고 이상의 실형 집행이 끝난 뒤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등은 진술조력인이 될 수 없습니다. 성폭력범죄,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 아동학대범죄로 형이 확정된 사람은 집행이 끝나거나 유예ㆍ면제된 날부터 10년 동안 자격을 얻지 못합니다.
자격이 있어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자격을 얻었거나, 뒤에 결격사유가 생기면 법무부장관은 반드시 자격을 취소해야 합니다.
조사실과 법정에는 언제 들어오나
대상은 19세 미만이거나 신체적ㆍ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피해자입니다. 성인이라도 뒤쪽에 해당하면 대상이 됩니다.
절차는 이렇게 흘러갑니다.
-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조사 전에 피해자, 법정대리인, 변호사에게 진술조력인을 신청할 수 있다고 알려야 합니다.
- 수사기관이 직권으로 붙이거나, 피해자 쪽이 신청합니다.
- 진술조력인은 조사 전에 피해자를 면담해 조력이 필요한지 평가한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 조사에 참여해 의사소통을 중개하거나 보조합니다.
하나 기억할 점이 있습니다.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참여시키지 않습니다. 제도는 피해자를 돕기 위한 것이지 강제로 붙이는 것이 아닙니다.
재판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습니다. 법원은 직권으로 또는 검사, 피해자, 법정대리인, 변호사의 신청을 받아 결정으로 진술조력인이 증인신문에 참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신문 전에 이를 신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피해자 쪽에 알려야 하는 것도 수사 단계와 같습니다.
19세 미만 피해자라면 증인신문 전에 공판준비기일이 열리기도 합니다. 이때 법원은 진술조력인을 출석시켜 신문 사항과 방법에 관한 의견을 물을 수 있습니다. 어떤 질문을 어떤 말로 할지 미리 다듬는 자리입니다.
질문이 아이에게 닿는 모양이 바뀝니다.
누구 편에 서라고 적혀 있나
조문은 짧습니다. 진술조력인은 수사와 재판에 참여할 때 중립적인 지위에서 상호간의 진술이 왜곡 없이 전달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상호간이라는 말에 무게가 있습니다. 수사관이나 변호인의 질문을 아이가 알아들을 말로 바꾸는 일과, 아이의 대답을 어른들이 이해할 말로 옮기는 일이 모두 그 사람의 몫입니다. 어느 한쪽 방향의 통역만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피해자 편도, 수사기관 편도, 피고인 편도 아닙니다.
진술조력인이 참여 뒤에 내는 의견도 같은 성격입니다. 피해자의 의사소통 능력, 표현 방식, 특성에 관한 의견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할 수 있을 뿐, 진술이 사실인지 판단하는 자리에 서지는 않습니다.
옆자리의 다른 사람들과는 무엇이 다른가
조사실이나 법정에는 피해자를 돕는 사람이 여럿 앉을 수 있어 헷갈리기 쉽습니다. 역할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보입니다.
| 구분 | 서 있는 자리 | 하는 일 |
|---|---|---|
|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 | 피해자 곁, 심리적 안정 | 동석해 피해자가 편하게 진술하도록 함. 피해자에게 불리하거나 원치 않으면 동석 불가 |
| 피해자 변호사 | 피해자 쪽 대리인 | 조사와 재판에 참여해 피해자 입장에서 의견을 냄 |
| 진술조력인 | 중립 | 질문과 대답이 왜곡 없이 오가도록 중개ㆍ보조, 의사소통 능력에 관한 의견 제출 |
부모가 동석인으로 앉고 진술조력인이 함께 참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두 제도는 목적이 달라 서로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피고인 쪽이 중립을 의심한다면
법은 중립을 선언만 해 두지 않았습니다. 중립 의무를 어기면 법무부장관이 자격을 취소할 수 있고, 업무와 관련해 부당한 금품을 받은 경우도 취소 사유입니다. 뇌물 관련 형법 조항을 적용할 때는 공무원으로 봅니다.
재판에서 다툴 방법도 있습니다. 19세 미만 피해자 사건의 공판준비기일에서는 피고인 쪽도 신문 방식에 관한 의견을 낼 수 있고, 진술조력인이 낸 의견서 역시 법원이 다른 증거와 함께 평가하는 자료일 뿐입니다. 중개 과정에서 질문의 뜻이 바뀌었다고 본다면 조사 과정의 녹화물과 조서를 대조해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설득력 있습니다.
막연한 의심만으로는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피해자 가족이 알아 둘 것은
진술조력인은 가족 대신 아이의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이가 하지 않은 말을 보태 주기를 기대하면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대신 기댈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진술조력인은 직무상 알게 된 아이의 주소, 이름, 학교, 사진과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낯선 사람을 특히 두려워한다면 조력인 참여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힐 수도 있고, 변호사를 통해 동석인과 함께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정리
진술조력인은 법무부가 양성하고 관리하는 의사소통 중개인이며, 법이 정한 자리는 중립입니다. 질문과 대답이 양쪽으로 왜곡 없이 오가게 하는 것이 일이고, 진술의 진위를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피해자 쪽이라면 제도를 쓸지 말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피고인 쪽이라면 의심이 있을 때 녹화물과 조서를 근거로 다퉈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6조, 제34조, 제35조, 제35조의2, 제35조의3, 제36조, 제37조, 제38조, 제39조, 제40조의2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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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진술조력인은 피해자 편을 들어 주는 사람인가요?
법은 진술조력인이 수사와 재판에서 중립적인 지위에서 상호간의 진술이 왜곡 없이 전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피해자를 대리해 의견을 내는 사람은 피해자 변호사입니다.
성인 피해자도 진술조력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19세 미만 피해자 외에 신체적ㆍ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피해자도 대상입니다. 이 경우 성인이라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낯선 사람을 싫어하는데 거절할 수 있나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수사 과정에 진술조력인을 참여시키지 않습니다.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의 동석은 별도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 쪽에서 진술조력인의 중개가 부당했다고 다툴 수 있나요?
진술조력인이 낸 의견은 법원이 다른 증거와 함께 평가하는 자료입니다. 공판준비기일에서 신문 방식에 관한 의견을 내거나, 조사 녹화물과 조서를 대조해 문제된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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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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