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 시가 넘어 학원에서 돌아온 열여섯 살 딸이 왼쪽 손목을 감싸 쥐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계단참에서 처음 보는 남자가 뒤에서 끌어안았고, 뿌리치려는 손목을 그가 비틀어 눌렀다고 했습니다. 응급실 엑스레이에는 골절선이 또렷했습니다. 며칠 뒤 경찰서에서 어머니는 담당 수사관이 말하는 죄명 끝에 치상이라는 두 글자가 붙어 있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두 글자가 무엇을 바꾸는지, 가족이 받는 서류마다 어디를 볼지 짚어 봅니다.
치상이 붙으면 형은 어디서 시작하나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9조는 한 문장입니다. 같은 법 제7조의 죄를 범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합니다. 벌금은 아예 없습니다.
출발점인 제7조는 범위가 넓습니다. 19세 미만에 대한 강간과 유사강간만이 아니라 강제추행, 잠들었거나 취한 상태를 이용한 간음ㆍ추행, 위계나 위력을 쓴 경우까지 담고 있고, 제6항은 그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차이는 숫자에서 드러납니다. 청소년 대상 강제추행만 인정되면 2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합니다. 부상까지 인정되는 순간 하한은 7년으로 올라가고, 벌금이라는 길은 닫힙니다. 성인 피해자라면 형법 제301조의 무기 또는 5년 이상이 적용되니, 하한이 2년 더 높습니다.
가족 손에 들어오는 서류는 무엇이고, 어디를 봐야 하나
가족이 떼거나 받아 보는 서류는 대개 정해져 있고, 서류마다 볼 칸이 다릅니다.
| 서류 | 먼저 볼 곳 | 챙기는 방법 |
|---|---|---|
| 응급실 진료기록ㆍ영상 검사 | 처음 진료한 시각, 다친 경위를 받아 적은 문장, 골절 부위 | 병원 원무과에 기록 사본과 영상 CD를 함께 신청 |
| 상해진단서 | 병명, 치료에 필요하다고 본 기간, 발급 날짜 | 원본은 수사기관에 내고 사본은 집에 보관 |
| 경찰의 사건 진행 안내 | 사건번호, 담당 부서, 적용된 죄명 | 죄명에 치상이 들어 있는지 확인 |
| 검사의 처분ㆍ기소 통지 | 기소 여부와 기소된 죄명 | 미리 통지 신청을 해 두어야 빠짐없이 받음 |
| 판결 | 인정된 죄명과 형, 함께 붙은 명령 | 피해자 변호사를 통해 판결 내용 확인 |
가장 서둘러야 할 것은 첫 줄입니다. 진단서는 나중에 다시 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응급실에서 아이가 처음 꺼낸 말을 받아 적은 기록은 그날 한 번만 생깁니다.
진단서 한 장이면 치상이 인정되나
진단서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치상이 되려면 두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다친 결과가 추행이나 간음 행위에서 비롯되었다는 연결, 그리고 그 상처가 상해라고 부를 만한 정도라는 점입니다.
깁스를 하고 추적 진료를 받아야 하는 손목 골절이라면 정도를 두고 크게 다툴 여지는 적습니다. 다툼은 대개 경위에서 생깁니다. 상대방은 아이가 혼자 넘어지며 바닥을 짚었다고 하거나, 다른 날 다친 것이라고 주장하곤 합니다.
그래서 아래 세 가지가 같은 이야기를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 아이가 조사에서 말한 경위: 누가 손목을 잡았고 어느 쪽으로 꺾였는지
- 응급실 기록에 적힌 다친 경위와 시각
- 골절의 모양을 두고 의사가 남긴 소견
어긋나는 대목이 보이면 감추지 말고 변호사에게 먼저 알리십시오.
상해와 치상은 무엇이 다른가
제9조는 상해한 때와 상해에 이르게 한 때를 한 문장에 묶었습니다. 앞은 다치게 할 뜻까지 있었던 경우이고, 뒤는 그런 뜻 없이 결과가 생긴 경우입니다. 형은 같으니, 어느 이름이 붙든 하한 7년은 그대로입니다.
기소 단계에서 죄명이 바뀌면 어떻게 알 수 있나
수사할 때는 치상으로 다루던 사건이 기소할 때 강제추행만으로 정리되는 일이 있습니다. 부상과 범행의 연결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본 경우입니다. 모르고 지나가면 의견을 낼 때도 놓칩니다.
통로는 형사소송법 제259조의2입니다.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신청하면 검사는 공소제기 여부, 공판 일시와 장소, 재판 결과, 그리고 구속이나 석방 같은 구금 사실을 신속하게 알려야 합니다.
신청이 있어야 움직입니다.
열여섯 살 딸이라면 부모가 법정대리인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통지에서 치상이 빠진 것을 확인했다면 피해자 변호사를 통해 진료기록과 의사 소견을 보태어 의견을 내는 길을 변호사와 함께 검토합니다.
아이가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고 하지 않으려면
부상이 걸린 사건은 조사가 길어지기 쉽습니다. 다친 순간을 한 번 더, 또 한 번 더 묻게 되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성보호법은 이 부담을 덜기 위한 장치를 여럿 두었습니다.
- 진술하는 과정은 영상녹화로 남깁니다. 다만 아이나 법정대리인이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녹화하지 않습니다.
- 조사와 재판 횟수는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해야 합니다.
- 검사나 아이, 법정대리인이 신청하면 부모처럼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이 곁에 앉습니다.
- 열아홉 살 미만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으면 검사는 국선변호사를 선정해야 합니다.
네 번째가 특히 실용적입니다. 변호사는 조사에 참여해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진단서와 진료기록을 언제 어떤 순서로 낼지도 가족과 함께 정합니다.
가해자가 다시 다가오지 못하게 할 수 있나
같은 단지에 사는 사람이라면 가족의 걱정은 처벌보다 내일 아침 등굣길에 있습니다. 제41조는 검사가 아이를 위해 법원에 보호처분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담을 수 있는 조치는 구체적입니다. 아이의 주거에서 가해자를 분리하는 조치, 주거나 학교에서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 전화나 메시지로 아이와 보호자에게 연락하는 행위의 금지가 들어 있습니다. 법원은 6개월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판결로 선고하고, 검사의 청구로 3회까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 법원에 바로 낼 수 있는 청구는 아니어서, 수사 단계에서 담당 검사에게 필요성을 알리는 데서 시작합니다. 상대방 쪽에서 합의를 서두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으로 피해자나 보호자에게 합의를 강요하면 제16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니, 그런 연락은 지우지 말고 수사기관에 넘기십시오.
정리
청소년을 상대로 한 강간이나 추행 과정에서 부상이 생기면 제9조가 적용되어 형은 무기 또는 7년 이상에서 시작합니다. 같은 일을 성인이 당했을 때보다 하한이 높습니다.
가족이 할 일은 서류 순서대로 정리됩니다. 응급실 기록과 영상부터 확보하고, 진단서와 아이의 진술이 같은 경위를 가리키는지 살피며, 통지 신청으로 기소된 죄명을 확인합니다. 접근 금지가 필요하다면 검사에게 일찍 알리십시오. 공소시효는 아이가 성년이 된 날부터 흐르지만, 병원 기록과 기억은 그보다 훨씬 빨리 흐려집니다.
참조 조문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9조, 제16조, 제20조, 제25조, 제26조, 제28조, 제30조, 제37조, 제41조, 제42조 · 형법 제301조 ·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59조의2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13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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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진단서에 적힌 치료 기간이 짧으면 치상이 빠지나요?
치료 기간 하나로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받은 치료의 내용, 일상생활에 생긴 지장, 부상 직후의 기록을 함께 봅니다. 골절처럼 고정과 추적 진료가 필요한 부상은 기간이 짧게 적혀 있어도 상해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대신 고소해도 되나요?
형사소송법은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이 독립하여 고소할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가 되는 죄가 아니어서, 신고만으로도 수사가 시작됩니다. 아이의 뜻을 확인하며 진행하는 편이 이후 진술에도 도움이 됩니다.
지금 바로 고소하지 않으면 시효가 끝나나요?
청소년성보호법 제20조에 따라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를 입은 아이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합니다. 다만 진료기록, 주변 영상, 아이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지므로 증거를 모으는 일은 미루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가해자 쪽 가족이 찾아와 합의를 요구합니다.
직접 응대하기보다 피해자 변호사를 통해 연락하도록 하십시오. 폭행이나 협박을 동원해 합의를 강요하는 행위는 제16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별도 범죄입니다. 찾아온 날짜와 오간 말을 적어 두시면 필요할 때 자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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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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