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가 끝나고 친구 집에 같이 갔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방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자느라 몰랐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서에서 받은 출석요구서에 적힌 죄명은 친구 이름 옆에 나란히 붙은 특수강간이었습니다. 자기는 손끝 하나 대지 않았는데 왜 같은 죄명이냐는 물음이 여기서 나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는 2명 이상이 합동하여 범한 경우를 따로 떼어 무겁게 벌합니다.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과 합동이라는 말 사이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형이 어디까지 달라지는지,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에 무엇을 정리해야 하는지를 차례로 보겠습니다.
조문이 말하는 합동은 무엇인가
제4조 제1항은 두 갈래를 한 문장에 넣었습니다.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강간한 경우, 그리고 2명 이상이 합동하여 강간한 경우입니다. 어느 쪽이든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합동이라는 말이 핵심입니다.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라고 적혀 있는데, 제4조는 공동이 아니라 합동이라는 다른 단어를 골랐습니다. 단어가 다르면 요건도 다르다고 읽는 것이 보통입니다.
실무에서는 범행을 함께 하기로 한 뜻이 있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실행을 나누어 맡은 경우를 합동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의만 하고 멀리서 기다린 사람과 현장에서 역할을 맡은 사람은 다르게 다루어진다는 뜻입니다.
합동범
성폭력처벌법 제4조 제1항이 흉기 소지와 나란히 둔 가중 유형입니다. 둘 이상이 함께 실행했다는 점이 형을 끌어올리는 근거이며,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보다 좁은 범위를 가리키는 말로 읽습니다. 합동이 인정되면 한 사람씩 떼어 보았을 때 가벼운 역할이었더라도 제4조의 형이 적용됩니다.
곁에 있었다는 것과 합동의 거리
같은 방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합동이 되지는 않습니다.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함께 죄를 범했다는 것이지 함께 있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거리는 생각보다 짧습니다. 문을 잠갔거나, 피해자가 나가려 할 때 막아섰거나, 밖에서 망을 보았거나, 소리를 못 지르게 했다면 손을 대지 않았어도 실행을 나누어 맡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고 있었다거나 상황을 몰랐다는 주장은 그것을 뒷받침할 사정이 있어야 받아들여집니다.
그래서 조사에서 묻는 것은 결국 세 가지입니다.
- 그 자리에 가게 된 경위와 미리 나눈 말이 있었는지
- 일이 벌어지는 동안 몸을 어디에 두고 무엇을 했는지
- 끝난 뒤 어떤 연락을 주고받았는지
세 번째가 의외로 큽니다.
합동이 안 되면 어떤 죄로 가나
합동이 부정되어도 사건에서 빠지지는 않습니다.
형법 제32조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를 종범으로 처벌하되 그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고 정했습니다. 망을 봐 주었거나 자리를 피해 주는 식으로 범행을 쉽게 만들었다면 이 조문으로 옮겨 갑니다. 이때 정범의 죄가 형법 제297조 강간이면 그 형을 기준으로 감경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알지도 못했다면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사정을 설명할 몫은 본인에게 돌아옵니다.
| 평가 | 근거 조문 | 법정형 |
|---|---|---|
| 2명 이상 합동 강간 | 성폭력처벌법 제4조 제1항 |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 |
| 2명 이상 합동 강제추행 | 성폭력처벌법 제4조 제2항 | 5년 이상 유기징역 |
| 합동 준강간ㆍ준강제추행 | 성폭력처벌법 제4조 제3항 | 제1항 또는 제2항의 예에 따름 |
| 혼자 한 강간 | 형법 제297조 | 3년 이상 유기징역 |
| 강간을 도운 종범 | 형법 제32조 | 정범의 형에서 감경 |
추행이거나 상대가 취해 있었다면
제4조는 강간만 다루지 않습니다. 제2항은 같은 방법으로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을 범한 사람을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합니다. 혼자 한 강제추행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인 것과 견주면 벌금형이 사라지고 하한이 생깁니다.
제3항은 술이나 약으로 정신을 잃은 사람을 상대로 한 경우입니다. 형법 제299조의 준강간ㆍ준강제추행을 둘 이상이 합동하여 범하면 제1항 또는 제2항의 예에 따릅니다.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했으니 폭행이 없었다는 말은 여기서 통하지 않습니다.
끝까지 가지 않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제15조가 제3조부터 제9조까지의 미수범을 처벌하고, 제15조의2는 제3조부터 제7조까지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사람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을 정해 두었습니다. 함께 가자고 말을 맞춘 단계도 조문 안에 들어옵니다.
조사실에 들어가기 전에 정리할 것
출석요구를 받으면 준비부터 서두르십시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은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 거부해도 불이익이 없다는 것,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도록 했습니다. 제243조의2는 피의자나 가족의 신청이 있으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신문에 참여시키도록 정했습니다.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 중에도 부당한 신문방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혼자 들어가서 기억나는 대로 말하겠다는 분이 많습니다. 이 사건에서 그 말은 위험합니다. 시간 순서가 조금만 어긋나도 합동의 정황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확인할 것
· 그 집에 가기 전후로 주고받은 메시지와 통화 기록을 지우지 않았는지
· 본인의 위치를 보여 줄 자료(택시 호출, 결제 내역, 출입 기록)가 있는지
· 함께 있던 사람 가운데 본인 상황을 설명해 줄 사람이 있는지
· 상대 피의자와 사건 이야기를 더 나누고 있지는 않은지
· 출석요구서에 적힌 죄명과 조문 번호를 적어 두었는지
유죄가 되면 형 말고 무엇이 따라오나
제4조의 죄는 제2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성폭력범죄이므로 형 외의 처분이 함께 붙습니다.
제16조 제2항은 유죄판결을 선고할 때 500시간의 범위에서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을 병과하도록 했습니다. 제42조 제1항은 제3조부터 제15조까지의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을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로 정했고, 제43조 제1항은 판결 확정일부터 30일 이내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직업, 연락처, 신체정보, 차량번호를 관할 경찰관서에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제45조 제1항에 따른 등록기간은 선고형에 따라 10년에서 30년까지입니다.
합동이냐 종범이냐의 다툼은 형량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등록기간이 선고형으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정리
제4조 제1항의 합동은 같이 있었다는 말이 아니라 같이 실행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문을 잠그고 망을 본 행위도 실행의 분담으로 평가될 수 있어 경계는 좁습니다.
합동이 부정되어도 형법 제32조의 종범이 남고, 미수와 예비까지 조문이 뻗어 있습니다. 조사에서 무엇을 어떤 순서로 말할지가 죄명을 가릅니다. 출석 전에 그날의 시간표와 남아 있는 자료를 변호사와 함께 정리하신 뒤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4조, 제15조, 제15조의2, 제16조, 제42조, 제43조, 제45조 · 형법 제30조, 제32조, 제297조, 제298조, 제299조 ·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244조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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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손을 대지 않았는데 특수강간 피의자가 되었습니다. 가능한 일인가요?
성폭력처벌법 제4조 제1항은 2명 이상이 합동하여 범한 경우를 가중하므로 직접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실행을 나누어 맡았다고 평가되면 같은 죄명이 붙습니다. 문을 잠그거나 망을 본 행위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합동이 아니라고 인정되면 사건이 끝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형법 제32조의 종범으로 평가될 수 있고, 이때는 정범의 형에서 감경합니다. 아무런 관여도 없었다는 점은 본인이 자료로 설명해야 합니다.
실제로 일이 벌어지지 않았어도 처벌되나요?
제15조가 제3조부터 제9조까지의 미수범을 처벌하고, 제15조의2는 제3조부터 제7조까지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사람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을 정해 두었습니다.
벌금으로 끝나면 신상정보 등록은 없나요?
제4조에는 벌금형이 없습니다. 제42조 제1항은 제3조부터 제15조까지의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등록대상자로 정하며, 제45조 제1항의 등록기간은 선고형에 따라 10년에서 30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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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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