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원룸 건물 3층 복도였습니다. 집 앞까지 바래다준 직장 동료가 갑자기 몸을 끌어안자 스물여덟 살 B씨는 팔을 뿌리치고 계단으로 뛰어 내려갔습니다. 두 계단을 남기고 발을 헛디뎠고, 다음 날 받은 진단서에는 발목 인대 손상이 적혀 있었습니다. 동료는 경찰 조사에서 넘어진 건 본인이고 자신은 손도 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추행 혐의에 치상이 붙는지는 이 부상을 누구의 책임으로 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스스로 넘어진 부상도 치상에 들어가나
형법은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ㆍ준강제추행과 그 미수범이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를 따로 떼어 무겁게 처벌합니다. 조문의 표현은 두 갈래입니다. 사람을 상해한 때와 상해에 이르게 한 때입니다.
앞쪽은 다치게 할 생각까지 있었던 경우이고, 뒤쪽이 흔히 말하는 치상입니다. 다치게 할 뜻은 없었지만 범행에서 비롯된 결과로 상처가 생긴 경우를 가리킵니다. B씨 사건처럼 가해자의 손이 직접 닿아 생긴 상처가 아니어도, 범행과 부상 사이에 연결고리가 인정되면 치상이 검토됩니다.
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강제추행만 성립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지만, 치상이 붙는 순간 벌금은 선택지에서 사라집니다.
넘어진 원인이 범행에 있다고 볼 수 있나
형법은 어떤 행위든 그 죄가 예정한 위험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또 결과 때문에 형이 무거워지는 죄에서는 그 결과를 예견할 수 없었을 때 무거운 죄로 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쟁점은 두 가지로 모입니다. 도망친 것이 추행을 피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칠 수 있다는 것을 행위자가 내다볼 수 있었는지입니다.
갑작스러운 신체 접촉을 피해 좁은 복도에서 계단으로 달아나는 모습은 누구라도 떠올릴 수 있는 장면입니다. 실무에서는 폭행이나 추행을 피하려다 다친 경우 그 부상을 범행의 결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범행이 끝나고 한참 뒤 전혀 다른 경위로 다쳤다면 연결고리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추행이 끝까지 가지 않았어도 마찬가지인가
그렇습니다. 조문이 기본 범죄에 미수범을 함께 넣어 두었기 때문입니다.
B씨가 곧바로 팔을 뿌리쳐 추행이 짧게 끝났거나, 강간을 시도하다 저항에 막혀 멈춘 경우라도 그 과정에서 상처가 생겼다면 치상의 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미수라서 형을 감경할 수 있다는 규정은 기본 범죄에 대한 것이고, 치상 조문에는 그런 장치가 따로 없습니다.
행위자 쪽에서 흔히 기대는 말이 끝까지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치상 사건에서는 그 말이 결론을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느 정도 다쳐야 상해로 보나
진단서가 있다고 곧바로 상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치료 없이 며칠 안에 저절로 낫는 가벼운 긁힘이나 멍까지 상해로 볼지는 사건마다 다툼이 되는 지점입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보는 자료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 진단서의 병명과 치료 예상 기간, 발급 시점
- 실제로 받은 치료의 내용 (깁스, 물리치료, 약 처방 여부)
- 부상 때문에 일상생활이나 출근에 지장이 있었는지
- 사진, 응급실 기록처럼 부상 직후의 모습을 보여 주는 자료
인대 손상으로 보조기를 차고 몇 주 동안 치료를 받았다면 상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사건 며칠 뒤 통증만을 이유로 발급받은 진단서라면 부상의 원인과 정도가 함께 다퉈질 수 있습니다.
상대가 누구였는지에 따라 형은 어떻게 달라지나
치상 조문은 형법에만 있지 않습니다. 기본 범죄가 특별법의 죄라면 치상의 형도 그 법을 따릅니다.
| 기본 범죄 | 상해ㆍ치상이 붙으면 | 근거 법률 |
|---|---|---|
|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ㆍ준강제추행 (미수 포함) |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 형법 |
| 흉기 소지ㆍ합동 강간 등, 장애인ㆍ13세 미만 대상 강간 등 |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 징역 | 성폭력처벌법 |
|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 | 성폭력처벌법 |
| 19세 미만 아동ㆍ청소년 대상 강간ㆍ강제추행 등 |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 | 청소년성보호법 |
어느 줄이든 하한이 5년 이상입니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때만 가능하므로, 정상참작감경으로 형이 절반까지 내려가지 않는 한 집행유예의 문이 열리지 않는 구조입니다.
다친 사람은 무엇부터 챙기면 되나
- 통증이 가볍게 느껴져도 사건 당일이나 다음 날 병원에 가서 다친 경위를 그대로 말합니다. 진료기록에 경위가 남습니다.
- 부상 부위와 현장(계단, 복도)을 사진으로 남깁니다.
- 건물이나 주변 CCTV는 보존 기간이 짧을 수 있으니 관리사무소에 보존을 요청하고 경찰에도 알립니다.
- 치료가 이어지면 영수증과 추가 진단서를 모아 둡니다. 형사 절차와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쓰입니다.
치상 사건의 피해자도 피해자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변호사는 조사에 참여하거나 공판에 출석해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
조사와 법정에 누가 함께 들어갈 수 있나
형법상 강간ㆍ강제추행 치상의 성인 피해자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현저한 불안이나 긴장이 우려될 때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신뢰관계인의 동석을 허가할 수 있습니다. 재량입니다. 반면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성폭력처벌법이 정한 특수강간 등의 피해자라면 신청이 있을 때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동석하게 해야 합니다.
혐의를 받는 쪽은 무엇을 다투게 되나
치상이 붙은 사건에서는 기본 범죄의 성립과 부상의 책임을 나눠서 봐야 합니다. 신체 접촉 자체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추행으로 평가될 행위였는지가 첫 번째 질문입니다.
두 번째 질문이 부상입니다. 넘어진 시점과 장소가 범행과 이어지는지, 행위자가 그런 결과를 내다볼 수 있었는지, 진단된 부상이 상해라고 할 정도인지를 각각 따져야 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라도 무너지면 치상이 빠지고 기본 범죄만 남을 수 있습니다.
이때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진단서를 거두어 달라고 부탁하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형의 무게가 큰 사건일수록 변호인을 통해 사실관계와 증거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정리
강간이나 추행을 피하려다 다친 부상도 범행과 연결되고 예견할 수 있었던 결과라면 치상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추행이 미수에 그쳤어도 같습니다.
그 순간 형의 하한은 5년이 됩니다.
다친 쪽은 진료기록과 현장 자료를 서둘러 남기시고, 혐의를 받는 쪽은 기본 범죄의 성립, 부상과의 연결, 상해의 정도를 나누어 변호인과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15조, 제17조, 제53조, 제55조, 제62조,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299조, 제300조, 제301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8조, 제27조, 제34조 ·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9조 · 형사소송법 제163조의2, 제22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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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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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상대를 밀지도 않았는데 치상이 될 수 있나요?
치상은 직접 가한 폭행으로 생긴 상처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추행이나 강간을 피하려다 넘어져 다친 경우처럼 범행에서 비롯되고 예견할 수 있었던 결과라면 치상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진단 2주 정도의 가벼운 부상도 상해인가요?
진단 기간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실제 치료를 받았는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었는지, 저절로 나을 정도였는지 등을 함께 보고 판단하므로 사건마다 결론이 다를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치상도 벌금으로 끝날 수 있나요?
형법상 강간 등 치상의 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어서 벌금형이 없습니다. 정상참작감경이 되면 형이 낮아질 수는 있지만 벌금형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피해자가 성인이면 조사 때 가족이 함께 들어갈 수 없나요?
형법상 강간ㆍ강제추행 치상의 성인 피해자는 현저한 불안이나 긴장이 우려되면 신뢰관계인 동석을 신청할 수 있고, 허가 여부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판단합니다. 19세 미만 피해자나 특수강간 등 성폭력처벌법상 일정한 죄의 피해자는 신청하면 원칙적으로 동석이 허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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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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