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진술 녹화가 끝나고 돌아온 날 밤, 정작 잠들지 못한 사람은 엄마였습니다. 아빠는 출근은 하지만 점심을 거르고,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손이 떨린다고 합니다. 아이를 먼저 챙기다 보면 부모 자신의 상처는 늘 뒤로 밀립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이런 부모를 회복 지원의 대상으로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누가 대상인지, 어느 기관에서 받는지, 기관이 미루면 어떻게 되는지를 차례로 보겠습니다.
아이가 아닌 부모도 지원을 받을 수 있나
받을 수 있습니다. 제37조 제1항이 상담이나 치료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사람을 세 갈래로 나누어 적었는데, 그 둘째 자리에 피해아동ㆍ청소년의 보호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같은 호에 형제ㆍ자매도 함께 묶여 있습니다.
법이 이 조문에서 내세운 목적은 신체적ㆍ정신적 회복입니다. 아이 곁을 지키는 사람도 회복이 필요하다는 전제입니다.
| 제37조 제1항 | 대상 | 읽을 때 볼 점 |
|---|---|---|
| 제1호 | 피해아동ㆍ청소년 | 사건의 당사자인 아이 본인 |
| 제2호 | 보호자 및 형제ㆍ자매 | 엄마, 아빠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
| 제3호 |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 | 구체적 범위는 시행령에서 확인 |
부모가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아이 몫이 줄어드는 구조도 아닙니다. 각 호가 나란히 놓여 있어 한 가족 안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에 연계될 수 있습니다.
상담과 치료는 어느 기관에서 이루어지나
조문이 지정한 곳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같은 법 제46조의 상담시설이고, 다른 하나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성폭력 전담의료기관입니다.
제46조를 펼치면 상담시설이 무엇인지가 나옵니다. 제1항은 성매매피해상담소와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제2항은 성폭력피해상담소와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을 적고 있습니다. 아이 사건이 성폭력 사건이라면 제2항 쪽 기관과 먼저 닿게 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어느 갈래로 갈지는 부모의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야기를 털어놓을 자리가 필요하다면 상담 쪽이 맞고, 몇 주째 잠을 못 자거나 일상이 무너졌다면 의료 쪽 진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를 함께 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신청은 누구를 통해 넣는 것인가
조문의 주어를 먼저 보셔야 합니다. 제37조 제1항은 국가가 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보호자가 기관 창구에서 직접 권리를 내세우는 형태로 쓰여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연계 경로에 올라타는 일이 먼저입니다. 사건을 맡은 수사관, 아이의 피해자 변호사, 이미 연결된 상담소 담당자에게 부모 본인의 상담ㆍ치료 연계를 분명히 말해 두십시오. 아이 지원만 잡혀 있고 부모 몫은 빠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변호사가 아직 없다면 그 문제도 함께 챙길 일입니다. 아이가 19세 미만이라면 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6항에 따라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반드시 붙여 주어야 합니다. 그 변호사가 연계 요청의 통로가 되어 줄 수 있습니다.
연계를 요청하기 전에 메모해 둘 것
· 사건 담당 경찰서와 수사관 이름
· 아이에게 선정된 변호사가 있는지
· 부모 각자의 증상(수면, 식사, 업무 지장)과 시작된 시점
· 상담을 원하는지, 진료까지 필요한지
· 평일 낮 시간을 낼 수 있는지
기관이 바쁘다며 미루면 어떻게 되나
요청을 받은 기관이 마음대로 물리칠 수는 없습니다. 제37조 제2항이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 금지에는 뒷받침이 붙어 있습니다. 제67조 제2항 제1호가 그 거부를 과태료 사유로 묶어 두었는데, 대상은 상담시설이나 의료기관의 장이고 상한은 1천만원입니다. 기관 입장에서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의무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무엇이 정당한 이유인지는 조문에 열거되어 있지 않습니다. 담당 인력이 없어 다른 기관으로 넘기겠다는 답과, 아예 받을 수 없다는 답은 무게가 다릅니다.
거절을 들었다면 날짜와 담당자, 들은 사유를 그대로 적어 두십시오. 그 기록이 있어야 연계를 다시 요청하거나 이의를 낼 때 말이 섭니다.
부모의 회복이 아이 사건과 무슨 상관인가
생각보다 깊이 얽혀 있습니다. 아이가 조사나 증인신문을 받을 때 부모가 신뢰관계인으로 곁에 앉는 일이 많은데, 성폭력처벌법 제34조 제3항은 그 사람이 피해자에게 불리하거나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동석시키지 말라고 정했습니다. 부모가 무너져 있으면 아이가 오히려 부모 앞에서 말을 아끼기도 합니다.
합의 국면도 있습니다. 가해자 쪽이 지친 부모를 찾아와 서명을 재촉하는 일이 생기는데, 이때 폭행이나 협박이 섞이면 그 자체가 아청법 제16조의 범죄가 되고 형은 최고 징역 7년입니다. 지친 부모일수록 이런 압박에 흔들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치료는 사치가 아닙니다. 사건을 끝까지 버티게 하는 조건에 가깝습니다.
지금 무엇부터 하면 되나
- 아이 사건의 진행 단계(수사 중인지, 재판 중인지)를 확인합니다.
- 엄마와 아빠 각자의 상태를 따로 적어 봅니다. 한 사람만 힘든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 수사관이나 피해자 변호사, 상담소에 보호자 본인 연계를 요청합니다.
- 연계된 기관 이름과 첫 일정을 문자나 서면으로 받아 둡니다.
- 거절이나 지연이 있으면 사유와 날짜를 기록하고 변호사와 다시 상의합니다.
형제ㆍ자매가 있다면 같은 자리에서 함께 말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같은 호에 묶여 있으니 따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줄어듭니다.
정리
제37조는 짧은 조문입니다. 그래도 필요한 것은 다 들어 있습니다. 보호자가 지원 대상이라는 점, 상담시설과 전담의료기관이라는 두 창구, 요청받은 기관의 거부 금지와 그 위반에 붙은 과태료까지입니다.
남은 일은 부모가 스스로 그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손을 드는 것입니다. 아이를 위해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모의 회복도 같이 챙겨야 합니다. 연계 경로가 막혀 있거나 사건 대응과 함께 정리할 일이 많다면 변호사와 순서를 맞춰 보는 것이 지름길입니다.
참조 조문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37조, 제46조, 제67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제34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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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아빠는 따로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대상이 되나요?
제37조 제1항 제2호는 보호자라고만 적었을 뿐 동거 여부를 요건으로 두지 않았습니다. 다만 보호자의 범위를 이 조문이 따로 정의하지는 않으므로, 연계를 요청할 때 아이와의 관계와 실제 양육 사정을 함께 설명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상담이나 치료 비용은 누가 부담하나요?
제37조에는 비용 부담에 관한 문장이 없습니다. 기관마다 지원 범위가 다를 수 있으니 연계 단계에서 비용이 드는지, 어디까지 지원되는지를 먼저 물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재판이 끝난 뒤에도 신청할 수 있나요?
조문에 신청 기한은 적혀 있지 않습니다. 증상이 사건이 끝난 뒤에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그때라도 상담소나 변호사를 통해 연계를 요청해 볼 수 있습니다.
기관에서 거절당했습니다. 어디에 알려야 하나요?
제37조 제2항은 정당한 이유 없는 거부를 금지하고, 제67조 제2항 제1호는 이를 과태료 사유로 정했습니다. 거절한 날짜와 사유를 기록해 두신 뒤 아이의 변호사나 연계를 맡은 기관을 통해 다시 요청하시는 것이 순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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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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