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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정보2026년 10월 13일조회 0

영상 지워 줄 테니 한 번 더 보자는 전 연인

헤어진 지 석 달 만에 전 연인에게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사귈 때 찍은 영상이 아직 휴대전화에 있다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 주면 눈앞에서 지워 주겠다는 내용입니다. 거절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없습니다. 그런데 읽는 사람은 그 빈칸이 무엇을 뜻하는지 압니다. 이 메시지 한 통이 이미 무거운 범죄일 수 있습니다. 만남에 응했을 때와 거절했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지금 무엇을 남겨 두어야 하는지를 짚어 봅니다.

지워 주겠다는 말이 왜 협박이 되나

문장만 보면 호의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지워 주는 데 조건을 걸었다는 것은, 조건을 채우지 않으면 영상을 계속 쥐고 있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1항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촬영물이나 그 복제물을 이용해 사람을 협박한 경우를 따로 떼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다룹니다.

퍼뜨리겠다는 단어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뒤 대화에서 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따르지 않으면 그 영상이 어딘가로 갈 수 있다는 암시가 읽힌다면 협박으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그래서 메시지 한 줄이 아니라 대화 전체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나가서 만났다면 죄가 더 무거워지나

무거워집니다. 같은 조 제2항은 그런 협박으로 상대의 권리행사를 막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에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정했습니다. 원하지 않는 만남에 나가게 한 것 자체가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거절해서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제15조가 제14조의3의 미수범을 처벌 대상에 넣어 두었기 때문입니다. 만남 자리에서 원치 않는 신체 접촉까지 있었다면 별개의 성범죄가 더해집니다.

조문어떤 행위법정형
형법 제283조 제1항일반적인 협박3년 이하 징역, 5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법 제324조 제1항폭행ㆍ협박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1항성적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1년 이상 유기징역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2항그 협박으로 만남 등 의무 없는 일을 강요3년 이상 유기징역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3항제1항ㆍ제2항을 상습으로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표를 보면 차이가 선명합니다. 일반 협박과 강요는 상한을 정해 둔 반면, 촬영물을 지렛대로 쓴 경우에는 하한이 정해진 징역형만 남아 있고 벌금형이 없습니다.

함께 찍기로 했던 영상이어도 같나

같습니다. 제14조의3은 촬영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묻지 않습니다. 교제 중에 둘이 합의해 찍었더라도, 그 영상을 무기로 삼는 순간 이 조문의 문제가 됩니다.

영상의 출처에 따라 다른 죄가 겹칠 수는 있습니다. 상대가 몰래 찍은 것이었다면 제14조 제1항의 촬영죄가 따로 성립할 수 있고, 협박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퍼뜨렸다면 제14조 제2항이 문제됩니다. 이 항은 촬영 당시 동의가 있었거나 본인이 직접 찍은 영상이어도, 나중에 의사에 반해 반포하면 처벌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지금 무엇을 남겨 두어야 하나

마음은 당장 차단하고 싶을 것입니다. 차단은 저장을 마친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대화방을 나가거나 계정을 지우면 상대 쪽 기록만 남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원본이 담긴 휴대전화는 그대로 두고 화면 저장과 백업부터 하십시오.

  • 문제의 메시지 화면. 보낸 계정과 날짜, 시각이 함께 보이도록
  • 그 앞뒤로 오간 대화 전체. 영상이 언급된 부분은 빠짐없이
  • 만날 장소나 시간을 정하라고 재촉한 기록
  • 통화가 있었다면 통화 기록과 녹음
  • 헤어진 경위와 이후 연락이 이어진 흐름을 날짜순으로 적은 메모
주의
한 번만 만나면 끝난다는 약속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눈앞에서 지운 파일이 유일한 원본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조건에 응하는 것은 해결이 아니라 다음 요구의 출발점이 되기 쉽습니다. 답장을 보내야 한다면 만나지 않겠다는 뜻만 짧게 남기십시오.

신고하면 영상이 퍼질까 두렵다면

가장 많이 망설이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신고와 유포 대비를 나란히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같은 기관에 상담과 삭제 지원을 요청해 두면, 혹시 게시물이 올라왔을 때 대응이 빨라집니다.

수사 단계에서도 혼자 버틸 필요는 없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7조는 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해 조사에 함께 들어가 의견을 낼 수 있게 했고, 제34조는 이 죄의 피해자가 조사를 받을 때 믿을 만한 사람이 곁에 앉을 수 있게 했습니다.

상대가 연락을 멈추지 않거나 집 근처에 나타난다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조치도 함께 살펴볼 일입니다. 어떤 조치를 먼저 신청할지는 상대의 행동 수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상대가 사과하며 없던 일로 하자고 하면

제14조의3에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없습니다. 형법상 단순 협박이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것과 다른 점입니다. 사과를 받아들이더라도 수사와 재판은 그대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 사과가 다시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제안으로 이어진다면 같은 구조가 반복되는 것입니다. 상대와 직접 마주할 이유는 없습니다. 합의 여부를 검토하더라도 변호사를 통해 서면으로 오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정리

영상을 지워 주겠다며 만남을 요구하는 메시지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1항의 협박이 될 수 있고, 실제로 만남에 나가게 했다면 제2항의 3년 이상 형이 문제됩니다. 응하지 않았어도 미수범 처벌 규정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 할 일은 세 가지입니다. 대화를 통째로 저장하고, 만나지 않고, 신고와 삭제 지원을 함께 준비하는 것입니다. 상대의 다음 행동에 따라 필요한 조치가 달라지니 초기에 변호사와 대응 순서를 정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4조의3, 제15조, 제27조, 제34조 · 형법 제283조, 제324조 · 형사소송법 제23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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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상대가 농담이었다고 하면 처벌이 어려워지나요?

말 한 줄만 떼어 놓고 보면 그렇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상이 언급된 앞뒤 대화, 만남을 재촉한 횟수, 헤어진 뒤의 연락 흐름을 함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협박 여부는 전체 맥락으로 판단됩니다.

상대가 정말 영상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영상이 실제로 남아 있는지는 수사 과정에서 확인할 문제입니다. 설령 영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그런 말로 만남을 요구했다면 형법상 협박이나 강요가 문제될 수 있으니 신고를 미룰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이미 한 번 만나러 나갔습니다. 제 책임도 있나요?

없습니다. 제14조의3 제2항은 협박을 받아 원치 않는 일을 하게 된 사람을 피해자로 보는 조문입니다. 그 만남이 오히려 강요가 완성되었다는 사정이 될 수 있으니 그날의 경위를 날짜와 함께 적어 두십시오.

고소는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이 죄는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죄가 아니어서 고소 기간 6개월의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다만 메시지나 계정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으므로 저장을 마친 뒤 가능한 한 빨리 신고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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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2

대표 변호사 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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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정식 상담을 통해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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