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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13일조회 2

트라우마 진단만으로 치상으로 볼 수 있나

사건이 있고 넉 달이 지났습니다. 피해자는 밤마다 같은 시각에 깨고, 출근길 지하철 문이 닫히는 소리에 숨이 가빠집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공소장에 적힌 죄명은 강간입니다. 몸에는 멍 하나 남지 않았는데, 이 진단이 치상을 붙일 근거가 될 수 있는지 피해자와 가족은 궁금해합니다. 마음에 생긴 손상이 형법이 말하는 상해가 되는지, 그 판단에 무엇이 쓰이는지를 따져 봅니다.

형법은 상해를 어떻게 정해 두었나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형법 제301조는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을 범한 사람이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만 적었습니다. 상해가 무엇인지는 어느 조문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판단은 해석의 몫이 됩니다. 상해는 흔히 신체의 생리적 기능이 훼손된 상태로 설명됩니다. 여기서 생리적 기능을 팔다리와 피부에만 한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잠들고, 집중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일도 몸이 하는 일입니다.

치상이 붙느냐는 형의 하한만 바꾸지 않습니다. 강간죄는 유기징역이라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공소시효가 10년이지만, 무기징역이 들어 있는 강간치상죄는 제2호가 적용되어 15년이 됩니다. 피해자가 13세 미만이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3항이 제301조의 죄에 공소시효를 아예 적용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문제는 정도입니다.

정신적 손상도 상해가 될 수 있나

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처럼 진단 기준을 갖춘 정신적 장애가 생겨 상당 기간 치료가 필요하고 일상 기능이 떨어졌다면 상해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범죄 피해 뒤에 이런 진단이 뒤따르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점도 판단의 배경이 됩니다.

모든 충격이 상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범행 직후 누구나 겪을 만한 놀람과 두려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가라앉는 불안까지 치상으로 보면 강간죄와 강간치상죄의 경계가 사라집니다. 법정형의 하한이 3년에서 5년으로 올라가는 차이를 정당화할 만한 손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해와 정신적 충격의 경계
진단명이 붙었는지만으로 나뉘지 않습니다. 증상이 얼마나 오래 이어졌는지, 약물이나 정기적인 치료가 필요했는지, 직장과 학업 같은 일상 기능이 실제로 무너졌는지를 함께 봅니다. 같은 진단명이라도 그 무게가 사건마다 다릅니다.

진단서 한 장으로는 왜 부족한가

진단서는 결론만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이 알고 싶은 것은 그 결론에 이른 과정입니다. 어떤 검사를 했고, 증상이 언제 시작되어 어떻게 바뀌었으며, 치료에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기록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자료보여 주는 것챙길 점
외래 진료기록증상의 시작 시점과 경과첫 진료일이 사건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심리평가 결과지진단이 면담과 검사에 근거했다는 점검사 이름과 실시 날짜
처방 내역약물 치료가 필요했던 정도처방 기간과 변경 이력
결근ㆍ휴학 기록일상 기능이 떨어진 실제 모습사건 전 출결과 비교할 수 있는지
상담 기관 기록병원 밖에서 이어진 회복 과정상담 횟수와 기간

표의 자료가 서로 맞물리면 진단은 결론이 아니라 경과를 가진 사실이 됩니다. 반대로 사건 뒤 한 번의 진료로 발급된 진단서뿐이라면, 증상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정도가 함께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피고인 쪽은 보통 무엇을 다투나

몇 가지가 반복해서 나옵니다.

  • 사건 전에도 우울이나 불안으로 치료받은 이력이 있다는 주장
  • 진단이 고소 이후 한참 뒤에 이루어졌다는 점
  • 사건 뒤에 생긴 다른 스트레스, 예컨대 이별이나 실직이 원인이라는 주장
  • 진단이 피해자의 자기 진술에만 기대고 있다는 지적

기존 병력이 있다고 곧바로 치상이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사건 뒤에 증상이 새로 생겼는지, 아니면 이전 증상이 눈에 띄게 나빠졌는지를 보여 줄 수 있다면 범행과의 연결은 유지됩니다. 양쪽 주장이 팽팽하면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169조에 따라 전문가에게 감정을 맡길 수 있습니다.

결과를 내다볼 수 있었는지도 따집니다. 형법 제15조 제2항은 무거운 결과를 예견할 수 없었다면 무거운 죄로 벌하지 않도록 했지만, 성폭력 피해가 깊은 정신적 상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라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미 강간으로 기소된 뒤라면 바꿀 수 있나

공소장은 고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은 검사가 법원의 허가를 받아 공소사실과 적용법조를 추가하거나 바꿀 수 있게 했고,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으면 법원은 허가하여야 합니다. 같은 범행에서 생긴 결과를 덧붙이는 것이니 동일성이 문제될 여지는 크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직접 공소장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길은 검사를 움직이는 것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7조의 피해자 변호사는 공판절차에 나가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므로, 진료기록과 평가 결과를 묶어 치상 추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낼 수 있습니다.

공소장이 바뀌면 같은 조 제4항에 따라 피고인에게도 방어를 준비할 시간이 주어질 수 있어, 재판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은 미리 감안해 두십시오.

피해자 쪽은 무엇을 준비하면 되나

  1. 증상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진료를 시작합니다. 첫 진료일이 늦을수록 다툼의 여지가 커집니다.
  2. 잠, 식사, 출근, 대인 관계에서 달라진 점을 날짜와 함께 짧게 적어 둡니다.
  3. 주치의에게 심리평가를 받았는지, 결과지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4. 결근이나 휴직, 휴학 같은 기록을 회사나 학교에서 받아 둡니다.
  5. 모은 자료를 피해자 변호사에게 넘겨 치상 추가 의견을 낼지 함께 정합니다.

치상이 인정되든 그렇지 않든, 이 자료들은 양형과 손해배상에서도 그대로 쓰입니다. 들인 수고가 헛되지 않습니다. 기록은 원본을 병원에 두고 사본을 발급받아 날짜순으로 묶어 두면 충분합니다.

정리

몸에 상처가 없어도 치상은 가능합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처럼 치료가 필요하고 일상이 무너질 정도의 정신적 손상이라면 형법 제301조의 상해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진단명만으로는 부족하고, 증상의 경과와 치료, 기능 저하를 잇는 기록이 판단을 좌우합니다.

이미 강간으로 기소되었다면 공소장 변경이라는 길이 남아 있습니다. 진료기록을 언제부터 어떻게 모을지, 의견서를 언제 낼지를 변호사와 일찍 정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15조, 제297조, 제298조, 제301조 · 형사소송법 제169조, 제249조, 제298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 제27조 · 민법 제750조, 제751조

관련 안내: 부산 성범죄변호사 · 성범죄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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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진단을 사건 몇 달 뒤에야 받았습니다. 그래도 인정될 수 있나요?

시간 간격만으로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사이 증상이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보여 줄 자료가 중요해집니다. 주변 사람에게 보낸 메시지, 결근 기록, 상담 기록처럼 진료 전의 상태를 짐작하게 하는 자료를 모아 두십시오.

강제추행 사건에서도 정신적 손상으로 치상이 될 수 있나요?

형법 제301조는 강간뿐 아니라 강제추행과 그 미수범까지 기본 범죄로 묶어 두었습니다. 추행 사건이라도 치료가 필요한 정신적 장애가 생겼다면 같은 조문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치상이 인정되면 합의를 해도 처벌을 피할 수 없나요?

형법 제301조에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없습니다. 합의나 처벌불원 의사는 형을 정할 때 참작되는 사정일 뿐, 공소 제기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

치료비는 어떻게 받을 수 있나요?

민법 제750조와 제751조에 따라 치료비와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 안에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으니 피해자 변호사와 어느 쪽이 나은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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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2

대표 변호사 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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