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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14일조회 0

모욕성 질문 세례, 재판 진행으로 막을 수 있나

증인석에 앉은 지 사십 분이 지났습니다. 피고인 쪽 변호인은 사건 당일 동선을 묻다가 갑자기 방향을 틉니다. 평소 남자 친구가 자주 바뀌었다는데 맞느냐, 그날 그 옷을 고른 이유가 무엇이냐. 검사가 한 번 이의를 말했지만 질문은 표현만 바꿔 다시 돌아옵니다. 반대신문은 피고인의 권리이고, 피해자의 인격도 법이 지키라고 한 가치입니다. 두 가치가 법정에서 부딪칠 때 재판 진행으로 어디까지 막을 수 있는지를 따져 보겠습니다.

반대신문은 원래 어디까지 허용되나

형사소송법 제161조의2 제1항은 증인을 신청한 쪽이 먼저 묻고 상대방이 이어서 묻는 순서를 정합니다. 피해자를 신청한 검사의 주신문이 끝나면 피고인 쪽 반대신문이 시작됩니다.

반대신문의 목적은 진술을 흔들어 보는 데 있습니다. 기억이 정확한지, 앞뒤가 맞는지, 다른 증거와 어긋나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질문은 피고인의 방어권 그 자체입니다. 피해자에게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질문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진술의 신빙성이 아니라 사람을 겨누는 질문입니다. 사건과 연결되지 않은 사생활을 꺼내거나, 같은 질문을 되풀이해 지치게 만드는 방식이 그렇습니다.

재판장이 끼어들 근거는 무엇인가

근거는 세 겹입니다.

첫째, 제279조가 공판기일의 소송지휘를 재판장에게 맡겼습니다. 둘째, 제161조의2 제3항은 재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어느 때나 직접 신문할 수 있고 신문 순서도 바꿀 수 있게 했습니다. 변호인의 질문이 엇나갈 때 재판장이 질문을 넘겨받아 요점만 확인하고 넘어가는 방식이 여기서 나옵니다.

셋째, 제299조는 소송관계인의 신문이 중복된 사항이거나 소송에 관계없는 사항이면 재판장이 제한할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다만 소송관계인의 본질적 권리를 해하지 않는 한도라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반대신문 자체를 닫을 수는 없고, 선을 넘은 질문만 걸러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성범죄 재판에는 어떤 기준이 더해지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9조 제1항이 한 겹을 더 얹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 및 소송관계인은 피해자의 나이와 심리 상태, 후유장애 유무를 신중하게 고려해 심리와 재판 과정에서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거나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합니다.

소송관계인이라는 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주의 의무는 재판부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피고인 쪽 변호인에게도 걸려 있습니다.

이 조문에 위반 시 제재가 따로 붙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쓰임은 분명합니다. 제299조의 관계없는 사항인지를 판단할 때, 재판장이 성범죄 사건에서는 인격 침해 여부를 함께 저울에 올릴 근거가 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심리와 재판 횟수를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하라고 했으니, 질문을 되풀이해 기일을 늘리는 방식에도 제동을 걸 수 있습니다.

어떤 질문이 선을 넘는가

관련성은 사건마다 달라 일률적인 목록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경계가 어디쯤인지는 가늠할 수 있습니다.

질문 유형대체로 허용되는 경우제한 대상이 되기 쉬운 경우
과거 이성 관계피고인과의 이전 관계가 쟁점일 때제3자와의 관계를 들춰 평판을 깎을 때
옷차림ㆍ음주준강간에서 항거불능 상태를 다툴 때의 음주량옷차림을 피해자 책임으로 돌리는 질문
진술의 모순수사기관 진술과 법정 진술의 차이 확인이미 답한 내용을 표현만 바꿔 반복
사건 직후 행동신고 시점과 경위 확인왜 바로 저항하지 않았느냐는 추궁의 반복

같은 음주 질문이라도 사건 유형에 따라 결론이 바뀝니다. 준강간 사건에서 얼마나 마셨는지는 범죄의 성립과 직결되지만, 강제추행 사건에서 평소 술버릇을 묻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제한의 기준은 질문의 소재가 아니라 쟁점과의 연결입니다.

그 자리에서 피해자 쪽은 무엇을 할 수 있나

증거조사에 관한 이의신청은 제296조 제1항에 따라 검사, 피고인, 변호인이 할 수 있습니다. 증인신문도 증거조사이므로 부적절한 질문에는 검사가 이의를 하고, 법원은 제2항에 따라 결정으로 답해야 합니다.

피해자 변호사는 이 이의신청의 주체로 적혀 있지는 않습니다. 대신 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3항이 공판절차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실제로는 이런 순서로 움직입니다.

  1. 질문이 선을 넘으면 피해자 변호사가 검사에게 이의를 요청합니다.
  2. 검사가 이의를 하지 않으면 피해자 변호사가 재판장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구합니다.
  3. 피해자가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우면 잠시 휴정을 요청합니다.
  4. 같은 유형의 질문이 반복되면 기일 뒤 서면으로 신문 방식에 대한 의견을 냅니다.

피해자 본인이 답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도 하나의 신호입니다. 재판장이 질문의 취지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됩니다.

미리 막을 수 있는 장치도 있나

질문이 나온 뒤에 막는 것보다 신문 환경을 먼저 바꾸는 편이 효과가 큽니다. 피해자와 가족은 제31조 제2항에 따라 증인신문을 비공개로 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고, 재판장은 제3항에 따라 신문 방식과 장소까지 정할 수 있습니다. 방청석의 시선이 사라지면 같은 질문도 무게가 달라집니다.

제40조의 비디오 중계, 형사소송법 제297조의 피고인 퇴정, 제34조의 신뢰관계인 동석도 함께 검토합니다. 피해자가 19세 미만이라면 제40조의2에 따라 공판준비기일에 신문사항을 서면으로 미리 받아 볼 수 있어, 문제 될 질문을 사전에 걸러 낼 기회가 생깁니다.

기록은 남습니다
제56조의2에 따라 검사나 변호인이 신청하면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판정 심리를 녹음하거나 영상녹화해야 합니다. 어떤 질문이 어떤 방식으로 이어졌는지가 그대로 남으므로, 피해자 쪽은 검사를 통해 녹음 신청이 되어 있는지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

반대신문을 통째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재판장은 제279조와 제161조의2 제3항으로 신문에 직접 끼어들 수 있고, 제299조로 중복되거나 관계없는 질문을 자를 수 있습니다. 성범죄 재판에서는 제29조가 그 판단에 인격 보호라는 기준을 더합니다.

피해자 쪽은 검사의 이의와 피해자 변호사의 의견 진술로 그 자리에서 대응하고, 비공개 신청과 중계 신문으로 환경을 먼저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질문이 선을 넘는지는 결국 쟁점과의 연결로 판단되므로, 사건의 쟁점을 피해자 변호사와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가장 실용적인 대비입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56조의2, 제161조의2, 제279조, 제296조, 제297조, 제299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제29조, 제31조, 제34조, 제40조, 제40조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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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변호인이 제 과거 연애를 묻는데 대답하지 않아도 되나요?

증인은 원칙적으로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지만, 사건과 관계없는 질문이라면 재판장이 형사소송법 제299조에 따라 제한할 수 있습니다. 답하기 전에 재판장을 보고 이 질문에 답해야 하는지 묻는 것도 방법입니다.

피해자 변호사가 직접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나요?

제296조의 이의신청 주체는 검사, 피고인, 변호인으로 적혀 있습니다. 피해자 변호사는 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3항에 따라 공판절차에서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므로, 검사에게 이의를 요청하거나 재판장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같은 질문을 계속 받아 너무 지칩니다. 신문을 다음 기일로 나눌 수 있나요?

휴정이나 기일 속행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성폭력처벌법 제29조 제2항은 심리 횟수를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하라고 정하고 있어, 재판부는 대개 한 기일에 마무리하는 방향을 찾습니다. 반복 질문 자체를 제한해 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비공개로 하면 이런 질문이 줄어드나요?

비공개는 방청인을 내보내는 것이지 질문 범위를 정하는 제도는 아닙니다. 그래도 공개된 자리에서 느끼는 부담이 줄고, 재판장이 신문 방식까지 함께 정할 수 있어 대응 여지가 넓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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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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