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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15일조회 0

약에 취한 이를 속인 간음, 심신미약자의 범위

처방받은 수면유도제를 먹고 누운 지 삼십 분쯤 지났을 때 G씨의 방문이 열렸습니다. 불 꺼진 방에 들어온 사람은 함께 사는 남자친구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다가왔고, 약 기운에 반쯤 잠긴 G씨는 남자친구라고 믿었습니다. 아침에 알고 보니 전날 함께 술을 마신 남자친구의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G씨가 깨어 있었고 거부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약에 취해 판단이 흐린 성인을 속인 경우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지, 심신미약자라는 말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따져 봅니다.

성인을 속인 간음은 언제 처벌되나

먼저 짚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판단 능력이 온전한 성인을 거짓말로 속여 성관계에 이르렀다는 것만으로는 처벌 조문이 마땅치 않습니다. 형법이 위계에 의한 간음을 따로 처벌하는 대상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의 상태검토되는 조문형
의식을 잃었거나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형법 제299조 준강간강간의 예, 3년 이상 유기징역
판단 능력이 흐린 상태에서 속임을 당함형법 제302조 심신미약자 간음5년 이하 징역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속임성폭력처벌법 제6조 제5항5년 이상 유기징역
보호ㆍ감독을 받는 사람을 속임형법 제303조 제1항7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G씨는 장애가 있는 것도, 남자친구의 친구에게 보호를 받는 관계도 아닙니다. 그러니 남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약 기운으로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준강간이고, 그 정도는 아니었으나 판단력이 흐렸다면 제302조가 검토됩니다.

심신미약자란 누구를 말하나

제302조는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에 대하여 위계나 위력으로 간음ㆍ추행한 사람을 처벌합니다. 그런데 조문 어디에도 심신미약자의 뜻은 적혀 있지 않습니다.

비슷한 말은 형법 제10조 제2항에 있습니다.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사람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는 조문입니다. 제302조의 심신미약자도 이 틀을 빌려, 정신 기능의 장애로 판단 능력이 떨어진 사람을 가리킨다고 읽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까다로운 것은 일시적인 상태입니다.

평소에는 판단에 아무 문제가 없던 사람이 약이나 술로 잠시 흐려졌을 때도 심신미약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조문이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 자(者)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지속되는 상태를 전제로 한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반대로 보호의 필요는 그 순간의 판단 능력에서 나온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 지점이 정리되지 않으면 같은 밤의 일이 어느 조문에도 걸리지 않는 공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약 기운이 어느 정도였느냐가 왜 중요한가

그래서 실제 사건에서는 준강간 쪽으로 먼저 검토가 이루어집니다. 제299조의 항거불능이라는 말은 몸이 묶인 상태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심리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도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G씨는 약을 먹고 거의 잠든 상태였고, 어두운 방에서 상대를 남자친구로 착각했습니다. 이렇게 의식이 흐린 채 상대가 누구인지조차 알아보지 못했다면, 착각을 만든 속임과 약 기운이 겹쳐 사실상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주장이 힘을 얻습니다. 그렇게 되면 형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올라갑니다.

반대로 G씨가 대화를 주고받을 정도로 깨어 있었다면 다툼은 제302조로 옮겨 갑니다. 그때는 심신미약자의 범위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제302조로 가면 무엇이 달라지나

형의 폭부터 다릅니다. 제302조는 5년 이하의 징역만 두었습니다. 벌금은 없습니다.

미수의 처벌도 다릅니다. 형법 제300조가 미수범을 처벌하는 죄는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까지이고 제302조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실행에 옮겼다가 중간에 멈춘 경우 이 조문으로는 벌하기 어렵습니다. 상해나 사망의 결과가 생겼을 때 형을 무겁게 하는 제301조와 제301조의2의 목록에도 제302조는 빠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벼운 죄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제302조는 성폭력처벌법 제2조의 성폭력범죄에 포함되어 있어, 유죄가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과 이수명령 같은 처분이 함께 검토됩니다. 상습이라면 형법 제305조의2에 따라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무엇으로 그날의 상태를 증명하나

이 사건의 증거는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약물 검출은 복용 뒤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워지므로, 피해를 알아챈 날 바로 병원과 경찰에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처방전과 약 봉투, 복용한 시각을 적은 메모
  • 약 복용을 알고 있던 사람과 그 사람이 들은 내용
  • 사건 직후 남자친구나 지인과 주고받은 메시지
  • 가해자가 G씨의 복용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

마지막 항목이 특히 중요합니다. 제302조든 제299조든 상대가 그 상태를 알고 이용했는지가 요건의 중심에 있기 때문입니다. 술자리에서 G씨가 수면제를 먹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기억도 자료가 됩니다.

주의
가해자에게 직접 따져 묻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상대가 그 대화를 근거로 합의된 관계였다는 주장을 다듬을 수 있습니다. 확인이 필요하면 변호사와 먼저 상의하십시오.

정리

판단력이 온전한 성인을 속인 간음은 처벌 근거가 좁습니다. 그래서 약 기운에 취한 사람이 피해자라면 먼저 준강간이 되는지를 보고, 그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면 제302조의 심신미약자에 해당하는지를 따지게 됩니다.

어느 쪽이든 그날 밤 피해자의 상태와 상대의 인식을 보여 줄 자료가 핵심입니다. 약 복용 기록과 직후의 메시지를 지키고, 피해자 변호사와 함께 적용 조문을 정해 고소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10조, 제297조, 제299조, 제300조, 제301조, 제301조의2, 제302조, 제303조, 제305조의2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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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수면제를 먹은 상태에서 당했는데 준강간인가요?

약 기운으로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다면 형법 제299조 준강간이 검토됩니다. 상대를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는지, 대화가 가능했는지 같은 당시 상태가 판단의 중심입니다.

심신미약자 간음죄는 형이 어떻게 되나요?

형법 제302조는 미성년자나 심신미약자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ㆍ추행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합니다. 벌금형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술이나 약으로 잠시 판단이 흐렸던 것도 심신미약에 해당하나요?

조문에 정의가 없어 해석이 나뉘는 지점입니다. 지속적인 정신 기능의 장애를 전제로 보는 견해와 그 순간의 판단 능력을 기준으로 보는 견해가 있어, 사건마다 준강간 성립 여부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서 약물 검사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고소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처방전과 복용 시각, 사건 직후의 메시지, 복용 사실을 알던 사람의 진술 등으로 당시 상태를 보여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자료는 빨리 모을수록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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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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