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살 H씨는 모임이 끝난 뒤 지인의 오피스텔에 들렀다가 새벽에 3층 창문 아래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방 안에는 찢어진 옷과 몸싸움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현관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습니다. 남성은 성관계를 시도한 것은 맞지만 H씨가 스스로 창문으로 나갔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 단계의 죄명은 강간미수였습니다. 딸이 그 사람 때문에 죽었는데 왜 죽음은 죄명에 없느냐는 것이 부모의 물음입니다. 강간치사가 성립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차례로 보겠습니다.
강간치사는 어떤 죄인가
근거는 형법 제301조의2의 뒷문장입니다. 강간이나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을 저지르거나 그 미수범에 그친 사람이라도, 그 과정에서 사람이 죽음에 이르렀다면 형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미수범이 목록에 들어 있다는 점이 이 사건의 출발점입니다. 강간이 끝까지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그 시도 과정에서 사망의 결과가 생겼다면 이 조문의 대상이 됩니다.
형의 차이는 큽니다. 강간미수만 인정되면 형법 제297조의 3년 이상 유기징역이 기준이 되고, 제25조 제2항에 따라 미수 감경까지 가능합니다. 치사가 붙으면 하한이 10년으로 뛰고 무기징역까지 열립니다.
무엇이 갖추어져야 사망까지 책임을 묻나
강간치사는 이른바 결과적 가중범입니다. 기본이 되는 범죄를 저질렀고, 의도하지 않은 더 무거운 결과가 생긴 경우를 따로 벌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두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 인과관계: 강간 시도가 만든 위험이 추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어야 합니다. 행위와 결과 사이의 끈이 없으면 결과를 물을 수 없다는 형법 제17조의 원칙입니다.
- 예견 가능성: 그런 상황에서 피해자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가해자가 내다볼 수 있었어야 합니다. 내다볼 수 없던 죽음까지 지우지는 않겠다는 것이 형법 제15조 제2항의 취지입니다.
가해자가 사망을 원했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원했다면 강간살인입니다.
스스로 창문을 넘었다면 연결이 끊기나
남성 쪽이 내세울 주장은 분명합니다. 자기는 밀지 않았고, H씨가 스스로 위험한 선택을 했다는 것입니다. 피해자의 행동이 중간에 끼어들어 책임의 고리가 끊겼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그 선택이 어떤 상황에서 나왔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현관이 막혀 있고, 공격이 계속되고, 도움을 청할 길이 없는 상태라면 창문은 선택이 아니라 남은 유일한 출구였을 수 있습니다. 공격을 피하려는 행동이 그 상황에서 자연스럽고 누구라도 예상할 만한 것이었다면, 가해 행위가 만든 위험이 그대로 결과로 이어졌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 살펴볼 사정 | 치사 인정 쪽으로 | 치사 부정 쪽으로 |
|---|---|---|
| 도주 시점 | 공격이 진행되는 중 | 가해가 끝나고 한참 지난 뒤 |
| 다른 출구 | 현관이 잠겼거나 가해자가 막고 있음 | 현관으로 나갈 수 있었음 |
| 가해자의 인식 | 피해자가 창가로 몰리는 것을 보았음 | 피해자의 움직임을 알 수 없었음 |
| 위험의 정도 | 3층 이상의 높이, 난간 없음 | 낮은 높이에서의 사고 |
H씨 사건에서 잠긴 현관과 몸싸움 흔적은 왼쪽 칸에 무게를 싣는 사정입니다.
그날 밤을 무엇으로 재구성하나
피해자가 말할 수 없는 사건입니다. 남은 사람의 진술과 남은 물건으로 그날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현관 잠금장치의 상태와 열쇠의 위치, 방 안의 흔적과 옷의 손상, 창틀에 남은 자국은 경찰의 현장 감식 기록에 담깁니다. 부검 결과는 추락 외의 상처가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H씨의 휴대전화에 112 발신 시도나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가 있는지도 확인 대상입니다.
건물 CCTV와 이웃의 증언은 시간 순서를 맞추는 데 쓰입니다. 비명이 들린 시각과 추락 시각의 간격이 짧을수록 공격 중의 도주라는 그림이 선명해집니다.
가해자의 진술 변화도 중요합니다.
유족은 절차에서 무엇을 할 수 있나
딸이 말할 수 없게 되었어도 부모가 할 일은 남아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은 몇 군데에서 유족을 피해자의 자리에 세워 둡니다.
- 제225조 제2항: 숨진 딸을 대신해 부모와 형제자매가 고소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제259조의2: 신청하면 검사가 기소 여부, 재판 일정과 결과, 구속ㆍ석방 사실을 알려 줍니다.
- 제294조의2: 법정에서 증인으로 신문받으며 피해의 정도와 처벌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 제294조의4: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소송기록을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습니다.
경찰 단계에서 죄명이 강간미수로 정해졌더라도 끝난 것이 아닙니다. 유족은 검사에게 치사의 인과관계를 뒷받침하는 사정을 정리한 의견서를 낼 수 있습니다.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고소인은 항고를 거쳐, 항고기각 통지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확인할 것
· 현장 감식 결과와 부검 감정서를 받아 볼 수 있는 시점
· 피해자 통지 신청을 했는지
· 딸의 휴대전화와 메신저 기록을 누가 보관하고 있는지
· 그날 함께 있던 사람들의 연락처
정리
강간치사는 강간이 미수에 그쳤어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창문 아래의 죽음이 그 방 안의 공격에서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그 남성이 그런 결말을 내다볼 수 있었는지가 관건입니다. 피해자가 스스로 창문을 넘었다는 사정만으로 고리가 끊어지지는 않습니다.
도주가 공격 중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보여 줄 현장 자료가 결론을 가릅니다. 유족은 고소인과 통지 신청인의 자리에서 수사 초기부터 의견을 내고, 죄명이 정해지기 전에 변호사와 함께 쟁점을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15조, 제17조, 제25조, 제297조, 제300조, 제301조의2 ·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59조의2, 제260조, 제294조의2, 제294조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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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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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강간이 미수에 그쳤는데 강간치사가 될 수 있나요?
형법 제301조의2는 강간 등과 그 미수범을 범한 사람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를 처벌합니다. 미수 단계에서 사망의 결과가 생겼더라도 인과관계와 예견 가능성이 인정되면 강간치사가 됩니다.
딸이 스스로 뛰어내렸다면 가해자 책임이 없어지나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공격이 이어지는 중에 다른 출구가 없어 창문으로 피한 것이라면 그 행동은 가해 행위가 만든 위험의 연장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도주 시점과 현장 구조가 판단의 핵심입니다.
유족도 고소할 수 있나요?
할 수 있습니다. 숨진 피해자의 부모나 자녀, 형제자매, 배우자에게 고소권을 넘겨 둔 조문이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입니다. 고소인이 되면 불기소 처분에 대해 항고와 재정신청으로 다툴 길도 열립니다.
재판 진행 상황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검사에게 피해자 통지를 신청하면 기소 여부, 재판 일시와 장소, 결과, 피고인의 구속ㆍ석방 사실을 통지받을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유족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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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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