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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14일조회 0

응급 진료를 맡았던 의사의 증언, 어디까지 듣나

새벽 세 시, 응급실 당직 의사는 팔목과 목 주변에 멍이 든 여성을 진료했습니다. 상처를 재고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긴 뒤 다음 환자에게 갔습니다. 여덟 달 뒤 그 의사에게 법원의 소환장이 도착합니다. 피고인 쪽은 멍이 그날 생긴 것인지부터 다투고 있습니다. 이때 의사는 전문가로서 판단을 말하는 사람인지, 본 것을 말하는 증인인지가 먼저 정리되어야 합니다. 그 구분이 법정에서 의사에게 무엇을 물을 수 있는지를 정합니다.

응급실 의사는 증인인가, 감정인인가

형사소송법은 두 사람을 다르게 다룹니다. 감정인은 법원이 제169조에 따라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판단을 맡기는 경우이고, 증인은 자신이 겪은 사실을 말하는 사람입니다.

응급실 의사는 그 사이에 걸쳐 있습니다. 의학 지식이 없었다면 그 멍의 모양과 깊이를 그렇게 기록하지 못했을 테니 전문가의 눈이 들어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가 말하려는 것은 그날 새벽 실제로 본 장면입니다.

제179조가 이 경우를 정리했습니다. 특별한 지식에 의하여 알게 된 과거의 사실을 신문하는 경우에는 감정에 관한 장이 아니라 증인에 관한 장의 규정을 따른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을 감정증인이라고 부릅니다.

감정증인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관찰한 과거의 사실을 진술하는 사람입니다. 지식은 전문가의 것이지만 진술의 대상은 이미 일어난 사실이므로, 소환과 선서와 신문 절차에서 일반 증인과 같이 취급됩니다.

증인으로 다뤄지면 무엇이 달라지나

구분은 이론에 그치지 않습니다. 법정에 세우는 방법, 거짓말의 책임, 비용까지 달라집니다.

구분감정인감정증인(응급실 의사)
누구를 세우나법원이 학식 있는 사람 중에서 지정, 바꿀 수 있음그 사실을 본 사람이므로 바꿀 수 없음
선서 문구성실히 감정하고 거짓이 있으면 허위감정의 벌숨김과 보탬 없이 사실대로 말하고 거짓이면 위증의 벌
거짓의 책임형법 제154조 허위감정형법 제152조 위증
나오지 않으면구인 규정은 준용되지 않음과태료, 감치, 구인까지 가능
비용여비 등 외에 감정료여비, 일당, 숙박료

가장 큰 차이는 첫 줄입니다. 감정인은 다른 전문가로 대신할 수 있지만, 그날 새벽 그 상처를 본 사람은 한 명뿐입니다. 그래서 법이 출석을 강제할 수단까지 열어 둔 것으로 읽힙니다.

의사에게 물을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인가

중심은 관찰한 사실입니다. 상처의 위치와 모양과 크기, 색깔, 출혈 여부, 시행한 검사와 처치, 증거물을 채취해 누구에게 넘겼는지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환자가 울고 있었는지, 옷 상태가 어땠는지처럼 진료 중에 직접 본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까다로운 것은 이 멍이 생긴 지 몇 시간쯤 되어 보였느냐 같은 질문으로, 관찰 위에 의학적 판단이 얹힌 것입니다. 진료 당시 그런 판단을 하고 기록까지 남겼다면 그 판단 역시 과거에 알게 된 사실로 다룰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지금 사진을 다시 보니 손으로 세게 쥔 자국으로 보인다는 식의 새로운 해석은 성격이 다릅니다. 그날 알게 된 사실이 아니라 법정에서 새로 내리는 판단이어서 감정의 영역에 가까워집니다. 이런 질문이 필요하면 별도 감정을 신청하는 편이 절차상 깔끔합니다.

환자가 의사에게 한 말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피해자가 진료 중 누가 그랬는지 말했다면 의사의 증언은 남의 말을 옮기는 전문진술이 됩니다. 그런 전해 들은 말은 제316조 제2항의 좁은 문을 지나야 하는데, 말한 본인이 법정에 설 수 없는 사정과 믿을 만한 정황이 함께 갖춰져야 열리는 문입니다. 피해자가 직접 증언하는 사건이라면 의사를 통해 그 말을 사실의 증거로 들여오기는 어렵습니다.

진료 내용은 비밀이 아닌가

비밀입니다. 그래서 의사에게는 말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제149조는 의사가 업무상 위탁을 받은 관계로 알게 된 타인의 비밀에 관한 것은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예외도 같은 조문에 있습니다. 본인의 승낙이 있거나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으면 거부할 수 없습니다. 피해자가 진료 내용 증언에 동의하면 이 문제는 풀립니다.

거부하려는 의사는 제150조에 따라 그 사유를 소명해야 하고, 재판장은 제160조에 따라 신문 전에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어야 합니다. 피해자 쪽은 의사가 거부권을 고지받고 머뭇거리지 않도록 미리 승낙 의사를 분명히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진료 기록과 증언은 어떻게 맞물리나

여덟 달 전 새벽의 환자 한 명을 의사가 생생히 기억하기는 어렵습니다. 증언의 뼈대는 결국 당시 남긴 기록입니다. 기록이 꼼꼼할수록 증언도 단단해집니다.

  • 응급실 진료기록과 간호기록, 처치 시각이 적힌 기록
  • 상처 사진과 촬영 시각
  • 채취한 증거물의 목록과 인계 서명
  • 시행한 검사 결과지

피해자 쪽은 진료기록 사본을 일찍 받아 두고, 수사기관에도 같은 기록이 제출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피고인 쪽은 반대로 기록에 없는 내용을 의사가 법정에서 덧붙이는지, 관찰 시점과 사건 시점 사이에 다른 원인이 끼어들 여지가 있는지를 봅니다.

의사가 법정에 오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감정증인은 증인이므로 제151조와 제152조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소환장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나오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와 소송비용 부담, 거듭되면 감치, 그리고 구인까지 갈 수 있습니다. 감정인이었다면 쓸 수 없었을 마지막 수단입니다.

다만 응급실 의사는 진료 일정 때문에 기일을 맞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제165조는 증인의 직업과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해 법정 밖이나 현재지에서 신문할 수 있게 했습니다. 강제보다 일정 조율이 먼저입니다.

정리

응급 진료를 맡았던 의사는 전문 지식으로 과거의 사실을 본 사람이어서 제179조에 따라 증인으로 다뤄집니다. 그래서 위증의 책임을 지고, 출석이 강제될 수 있으며, 다른 전문가로 대신할 수 없습니다.

물을 수 있는 것은 그날 관찰한 사실과 그때 내린 판단까지입니다. 법정에서 새로 해석을 구하는 질문은 별도 감정의 몫이고, 환자가 한 말을 옮기는 부분은 전문진술의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증언의 무게는 당시 기록에서 나오므로 진료기록부터 확보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참조 조문

형사소송법 제149조, 제150조, 제151조, 제152조, 제160조, 제165조, 제168조, 제169조, 제177조, 제178조, 제179조, 제316조 · 형법 제152조, 제15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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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응급실 의사가 진료 내용을 말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요?

형사소송법 제149조는 의사의 업무상 비밀에 대한 증언거부를 인정하지만, 본인의 승낙이 있으면 예외입니다. 피해자가 진료 내용 증언에 동의한다는 뜻을 미리 밝혀 두면 거부의 근거가 사라집니다.

의사에게 상처가 성폭행으로 생긴 것이냐고 물어볼 수 있나요?

진료 당시 관찰하고 기록한 소견이라면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정에서 새롭게 원인을 판단해 달라는 질문은 감정에 가까워, 재판부가 별도 감정 절차를 권할 수 있습니다.

의사가 바빠서 법정에 못 온다고 합니다.

감정증인은 증인이므로 불출석하면 과태료나 구인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제165조의 법정 외 신문처럼 일정을 맞추는 방법이 먼저 검토됩니다. 검사나 변호인을 통해 가능한 날짜를 미리 확인해 법원에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자가 응급실에서 의사에게 한 말도 증거가 되나요?

의사가 그 말을 옮기는 것은 전문진술이라 제316조 제2항의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피해자가 법정에서 직접 진술할 수 있는 사건이라면 그 말을 의사의 증언으로 대신하기는 어렵고, 피해자 본인의 진술이 중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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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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