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함께 기소된 사건에서 첫 공판을 앞두고 피해자 측이 한 사람과만 합의서를 썼습니다. 합의서를 받은 피고인의 가족은 이제 사건이 정리되느냐고 묻고, 나머지 두 피고인의 가족은 그럼 우리 쪽도 영향을 받느냐고 묻습니다. 피해자 쪽에서는 다른 두 사람과는 합의할 생각이 없는데 그래도 되는지가 궁금합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합의는 사람마다 따로 움직입니다. 그 결과가 형에서 어떻게 갈리는지, 각자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나누어 보겠습니다.
세 사람의 죄명과 법정형은 같은가
두 사람 이상이 합동하여 강간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같은 방법으로 강제추행을 하면 제2항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준강간이나 준강제추행이면 제3항이 앞의 두 항의 예를 따르도록 정했습니다.
세 사람 모두 합동범으로 기소되었다면 출발점은 같습니다. 법정형이 같다는 뜻입니다. 누가 앞장섰고 누가 문 앞을 지켰는지는 이 단계에서 법정형을 바꾸지 않고, 뒤에서 양형으로 다뤄집니다.
갈리는 곳은 그다음입니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나이와 성행,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와 수단, 그리고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라고 정합니다. 합의는 이 마지막 항목에 들어가는 사정이고, 법원은 이것을 피고인마다 따로 봅니다.
한 사람과의 합의가 다른 두 사람에게도 미치나
미치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33조는 친고죄의 공범 중 한 사람에 대한 고소 취소가 다른 공범에게도 효력이 있다고 정하지만, 이 조문은 친고죄에만 해당합니다. 강간과 추행을 친고죄로 두던 형법 제306조는 삭제되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한 사람에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혀도 공소는 유지되고, 그 뜻은 그 사람의 양형 자료로만 쓰입니다. 나머지 두 사람에게는 그런 자료가 없는 상태가 그대로 남습니다.
합의서에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이름으로 적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합의한 피고인의 형은 어디까지 내려가나
합의가 있으면 정상참작감경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형법 제53조가 근거이고, 감경의 폭은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유기징역의 2분의 1입니다. 문제는 그 뒤의 숫자입니다.
| 죄 | 유기징역 하한 | 정상참작감경 후 하한 | 집행유예 요건(3년 이하)과의 관계 |
|---|---|---|---|
| 합동 강간 (제4조 제1항) | 7년 | 3년 6개월 | 감경만으로는 닿지 않음 |
| 합동 강제추행 (제4조 제2항) | 5년 | 2년 6개월 | 범위 안에 들어옴 |
형법 제62조 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때에만 집행유예를 허용합니다. 합동 강간이라면 합의가 있어도 정상참작감경 하나로는 하한이 3년 6개월에 머뭅니다. 그 아래로 내려가려면 별도의 법률상 감경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합동 강제추행은 사정이 다릅니다. 감경 후 하한이 2년 6개월이어서 합의가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사정이 될 여지가 있습니다.
합의하지 않은 두 사람은 어떻게 되나
같은 법정에서 같은 공소사실로 재판을 받아도 형은 따로 나옵니다. 한 사람만 집행유예를 받고 두 사람은 실형을 받는 결말도 조문상 충분히 가능합니다.
합의하지 않은 쪽은 다른 양형 자료를 찾게 됩니다. 범행에서 맡은 역할의 크기, 반성의 정도,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그것입니다.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을 때 쓰이는 방법으로 공탁법에 따른 형사공탁이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가 받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경우 법원이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피해자는 법정에서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에 따라 신청하면 증인으로 신문받으며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얻습니다. 합의하지 않은 두 사람에 대한 의견을 여기서 밝힐 수 있습니다.
피해자 쪽에서 한 사람과만 합의해도 되나
됩니다. 합의는 피고인마다 따로 하는 것이고, 한 사람과 합의했다고 다른 사람과도 합의해야 할 의무는 생기지 않습니다.
다만 합의서를 쓸 때 몇 가지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뒤에 다툼이 생깁니다.
- 처벌을 원하지 않는 대상이 누구인지 이름으로 특정
- 다른 피고인에 대한 처벌 의사는 그대로라는 문구
- 합의금이 형사 합의에 한정되는지, 민사 손해배상까지 포함하는지
세 번째가 특히 중요합니다. 민법 제760조 제1항에 따라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한 사람들은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므로, 한 사람이 낸 돈이 나머지 두 사람의 배상액에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문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7조에 따라 선임한 피해자 변호사와 함께 문안을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합의를 원하는 피고인 쪽이 지켜야 할 선은
세 가족이 각자 합의를 서두르다 보면 피해자에게 연락이 몰립니다. 그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압박입니다.
주의
피고인 본인이나 가족이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 지인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찾아가는 일은 하지 마십시오. 다른 피고인이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같은 조건을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합의 의사는 변호인을 거쳐 피해자 측 변호사에게 전달되어야 하고, 거절되면 그 답을 받아들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피고인끼리 진술을 맞추는 일도 삼가야 합니다. 누가 먼저 합의했는지를 두고 서로 책임을 미루는 진술이 나오면 세 사람 모두에게 불리한 정황이 됩니다.
정리
합동범 사건에서 합의는 사람 단위로 작동합니다. 친고죄가 아니므로 한 사람과의 합의가 공소를 멈추지 않고, 다른 공범에게 번지지도 않습니다. 합의한 사람에게는 양형 자료가 생기고, 나머지는 그 자료 없이 재판을 받습니다.
합동 강간이라면 합의가 있어도 정상참작감경만으로는 집행유예 범위에 닿지 않는다는 점까지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피해자 쪽은 합의서의 대상과 민사 범위를 분명히 적고, 피고인 쪽은 모든 접촉을 변호인에게 맡기십시오.
참조 조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27조 · 형법 제51조, 제53조, 제55조, 제62조 · 형사소송법 제233조, 제294조의2 · 민법 제76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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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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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한 명과 합의했는데 그 사람이 무죄를 주장합니다.
합의는 유죄를 전제로 한 양형 사정이지만,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해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다툴 권리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피해자 쪽은 합의서에 사실관계 인정 여부를 적었는지 확인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나머지 두 사람의 가족이 계속 연락해 옵니다.
응답할 의무는 없습니다. 연락을 받은 날짜와 내용을 기록해 두고 피해자 변호사나 수사기관에 알리십시오. 직접 대응하지 않는 것이 2차 피해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합의금을 받으면 민사 소송은 못 하나요?
합의서 문구에 달려 있습니다. 형사 합의로 한정했다면 남은 손해에 대한 청구가 가능할 수 있고, 민사 청구 일체를 포기한다고 적었다면 다른 피고인에게 미치는 효과까지 따져야 합니다. 서명 전에 변호사 검토를 받으십시오.
합동 강간인데 합의하면 집행유예가 가능한가요?
법정형 하한이 7년이어서 정상참작감경을 하더라도 3년 6개월이 하한이 됩니다. 형법 제62조의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에만 가능하므로, 다른 법률상 감경 사유가 없다면 합의만으로는 그 범위에 닿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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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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