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근무를 하는 편의점 직원이 있습니다. 단골 손님 한 명이 계산할 때마다 거스름돈을 받으며 손등을 쓸더니, 지난주에는 진열대를 정리하던 직원 뒤로 다가와 엉덩이를 만지고 나갔습니다. 점주는 직장 안에서 생긴 일이니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아니냐고 묻습니다. 많이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조문은 손님과 직원 사이에는 맞지 않는 옷입니다. 손님이 저지른 추행이 어느 조문으로 가는지, 그 갈림길에서 무엇이 결론을 바꾸는지 따져 보겠습니다.
업무상 위력 추행은 왜 손님에게 맞지 않나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의 주어와 목적어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업무나 고용, 그 밖의 관계로 자기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계나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이 대상입니다.
점장이 아르바이트생을, 팀장이 팀원을 추행했다면 이 조문이 들어맞습니다. 손님은 직원의 근무를 지시하지도, 평가하지도 않습니다. 매출을 좌우하는 단골이라는 사정이 있어도 그것을 보호ㆍ감독 관계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손님 사건은 제10조를 떠나 다른 조문에서 출발합니다.
그렇다면 강제추행이 되나
가장 먼저 검토되는 것은 형법 제298조입니다.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손님이 때리거나 위협한 일은 없었는데 폭행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느냐가 질문으로 남습니다. 뒤에서 갑자기 신체를 만지는 행위처럼 상대가 피할 틈이 없는 경우, 실무에서는 그 접촉 자체를 폭행으로 보아 강제추행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거스름돈을 주고받는 동작에 섞인 짧은 접촉은 추행의 고의와 성적 의미를 둘러싸고 다툼이 길어지기 쉽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형의 무게입니다. 제10조 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니, 징역 상한만 놓고 보면 손님에게 적용될 강제추행이 오히려 더 무겁습니다. 업무상 위력 추행이 아니라는 말이 가해자에게 유리하다는 뜻은 아닌 셈입니다.
사람이 붐비는 매장이라면 달라지나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ㆍ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의 추행을 따로 처벌합니다. 이 조문은 폭행이나 협박을 요건으로 두지 않았습니다.
세일 행사로 사람이 몰린 대형마트 매대나 공연장 안 매점이라면 이 조문이 검토될 여지가 있습니다. 손님이 한두 명뿐인 새벽 편의점에서는 밀집이라는 말이 붙기 어렵습니다. 같은 매장이라도 시간대와 그 순간의 혼잡도가 결론을 바꿉니다.
| 조문 | 핵심 요건 | 손님이 직원을 추행한 경우 | 법정형 |
|---|---|---|---|
|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 | 보호ㆍ감독 관계, 위계ㆍ위력 | 관계가 없어 적용이 어려움 |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 |
| 형법 제298조 | 폭행ㆍ협박에 의한 추행 | 기습적인 신체 접촉이면 주로 검토 |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 |
| 성폭력처벌법 제11조 |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 혼잡한 매장ㆍ행사장이면 검토 |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
몸에 손대지 않고 말이나 메시지만 했다면
신체 접촉이 없으면 추행죄의 틀에서는 벗어납니다. 다만 손님이 매장 연락처나 직원 개인 번호로 성적인 글이나 사진을 보냈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성적 욕망을 채울 목적으로 전화,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말이나 글, 영상을 상대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계산대 앞에서 입으로만 한 말은 이 조문에 들지 않습니다.
말로만 한 성희롱은 형사처벌이 어려운 대신 사업주의 조치 의무 쪽에서 다뤄집니다.
점주는 무엇을 해야 하나
점주는 가해자가 아니지만 할 일이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고객 등에 의한 성희롱으로 근로자가 피해를 입은 경우의 사업주 조치를 따로 정하고 있습니다. 직원이 원하면 근무 시간대나 장소를 바꿔 주는 일이 대표적입니다.
- 해당 시간대 매장 영상을 덮어쓰기 전에 따로 저장합니다.
- 손님의 결제 기록을 보존합니다. 카드 결제라면 신원 특정에 쓰입니다.
- 피해 직원을 혼자 근무하지 않게 배치하거나 시간대를 바꿉니다.
- 같은 손님이 다시 오면 응대를 다른 직원이 맡도록 정해 둡니다.
점장이나 관리자가 직원을 추행했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때는 제10조가 정면으로 적용되고, 사업주의 책임 문제도 한층 무거워집니다. 손님 사건과 내부자 사건을 같은 틀로 보면 대응이 어긋납니다.
직원이 고소하려면 무엇을 남겨 두나
손님 사건은 가해자의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신원을 좁힐 자료가 먼저입니다.
날짜와 시각을 적은 메모, 영상이 찍힌 카메라 위치, 결제 수단, 함께 근무한 동료의 이름을 정리하십시오. 고소는 서면이나 말로 사법경찰관에게 하면 되고, 영상 확보는 접수와 함께 요청하는 편이 좋습니다.
손님 쪽에서 합의를 하자며 매장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직원이 혼자 응대하지 말고, 점주가 연락처만 받아 두게 한 뒤 변호사를 통해 답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매장 안에서 오간 말은 영상에 함께 남는다는 점도 기억해 두십시오.
고소 전에 정리할 것
· 접촉이 있었던 날짜와 시각, 매장 안 위치
· 그 순간 매장에 있던 손님 수 (밀집 여부 판단 자료)
· 손님의 결제 수단과 결제 시각
· 같은 손님이 전에도 비슷한 행동을 했는지, 그 날짜
· 점주에게 알린 날짜와 점주가 한 조치
정리
손님과 직원 사이에는 보호ㆍ감독 관계가 없어 업무상 위력 추행은 맞지 않습니다. 기습적인 신체 접촉이면 형법상 강제추행이 주로 검토되고, 붐비는 장소였다면 공중 밀집 장소 추행이, 메시지였다면 통신매체 음란이 남습니다. 말로만 한 성희롱은 사업주의 조치 의무로 다뤄집니다.
어느 조문으로 가느냐는 결국 그 순간의 영상과 기록이 정합니다. 점주는 영상과 결제 기록을 지키고 근무 배치를 바꾸며, 직원은 그 자료를 들고 변호사와 함께 고소 방향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11조, 제13조 · 형법 제298조 · 형사소송법 제23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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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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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단골 손님이라 매출에 영향력이 있어도 업무상 위력 추행이 아닌가요?
제10조 제1항은 자기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손님은 직원의 근무를 지시하거나 평가하지 않으므로 이 관계로 보기 어렵습니다.
때리지 않고 만지기만 했는데 강제추행이 되나요?
상대가 피할 틈 없이 갑자기 신체를 만진 경우 그 접촉 자체를 폭행으로 보아 강제추행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체적인 동작과 상황이 판단을 가릅니다.
손님이 매장 번호로 야한 사진을 보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통신매체 이용 음란행위가 검토됩니다. 메시지 화면과 발신 번호를 그대로 보존하십시오.
점주가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나요?
영상과 결제 기록을 보존하고, 피해 직원의 근무 시간이나 장소를 바꾸는 등 보호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객에 의한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 조치는 남녀고용평등법이 따로 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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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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