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딸의 휴대폰을 우연히 보게 된 어머니가 있습니다. 동네 학원에서 만난 남자 친구와 몇 달째 사귀고 있었고, 대화 내용으로 보아 성관계도 있었습니다. 남자아이는 고3, 열여덟 살입니다. 어머니는 열여섯 살이 안 된 아이와의 관계는 동의가 있어도 처벌된다고 들었다며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담당 수사관은 이 경우에는 그 조문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무엇이 그 선을 가르는지, 그 선 밖에서 무엇이 남는지 차근차근 살펴봅니다.
의제강간 조문은 누구를 처벌하나
형법 제305조는 두 개의 항으로 나뉩니다. 제1항은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한 간음이나 추행을 강간ㆍ강제추행의 예로 처벌합니다. 여기에는 행위자 나이에 관한 말이 없습니다.
제2항은 다릅니다.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자를 처벌한다고 적었습니다. 피해자의 나이와 행위자의 나이, 두 조건이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열다섯 살 딸은 첫 번째 조건을 채웁니다. 열여덟 살 남자 친구는 두 번째 조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그래서 동의가 있었다는 전제에서라면 제305조 제2항은 이 관계에 닿지 않습니다.
왜 행위자 나이로 선을 그었나
조문의 구조를 보면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같은 또래의 청소년끼리 맺은 관계까지 일률적으로 강간과 같은 무게로 처벌하면, 보호하려던 청소년이 오히려 형사 절차의 한가운데에 서게 됩니다. 제2항은 성인과 미성년자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다만 이것은 형법 제305조 제2항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이 조문이 빠진다고 해서 모든 문이 닫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해가 하나 더 있습니다. 남자 친구가 미성년자이니 어떤 경우에도 처벌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형사책임이 생기는 나이는 14세부터이고, 열여덟 살은 형사처벌이 가능한 나이입니다. 제305조 제2항이 빠지는 이유는 나이 때문에 책임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조문이 요구하는 행위자 요건을 채우지 못해서입니다.
| 상대방 나이 | 행위자 나이 | 제305조 적용 |
|---|---|---|
| 13세 미만 | 나이 무관 | 제1항 적용, 동의 여부를 묻지 않음 |
| 13세 이상 16세 미만 | 19세 이상 | 제2항 적용, 동의 여부를 묻지 않음 |
| 13세 이상 16세 미만 | 19세 미만 | 제305조 밖, 다른 죄의 요건을 따로 봄 |
| 16세 이상 | 나이 무관 | 제305조 밖 |
남자 친구가 생일을 지나면 어떻게 되나
여기서 날짜가 중요해집니다. 제2항의 19세 이상은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봅니다. 남자 친구가 열아홉 번째 생일을 지난 뒤에도 관계가 이어졌고 딸이 아직 16세가 되기 전이었다면, 생일 이후의 행위부터는 제2항의 요건이 채워집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생년월일과 관계가 있었던 시기를 날짜 단위로 맞춰 보는 일이 첫 작업입니다. 대화 기록의 날짜가 그 근거가 됩니다.
나이는 어떻게 세나
민법 제158조는 나이를 출생일을 산입해 만 나이로 계산하도록 정합니다. 학년이나 띠, 해가 바뀐 것을 기준으로 세지 않습니다. 남자 친구가 고3이라는 사실만으로는 19세 이상인지 알 수 없고, 생년월일과 행위 날짜를 맞대어 봐야 합니다. 딸이 16세가 되는 날도 같은 방식으로 셉니다.
그 밖에 남는 죄는 무엇인가
제305조가 빠지면 질문은 하나로 모입니다. 그 관계가 정말 딸의 자유로운 뜻이었느냐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조문들이 차례로 검토됩니다.
-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면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가 적용되고, 행위자의 나이를 묻지 않습니다.
- 헤어지면 사진을 퍼뜨리겠다는 식의 압박이나 거짓말로 응하게 했다면 위계ㆍ위력에 의한 간음이나 추행으로 제7조 제5항이 검토됩니다.
- 돈이나 선물 같은 대가가 오갔다면 제13조의 성을 사는 행위 문제가 생깁니다.
- 관계 중 장면을 찍었다면 동의 여부와 별개로 제11조의 성착취물 제작이 문제 되고, 이 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제8조의2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한 간음은 여기서 쓸 수 없습니다. 그 조문도 행위자를 19세 이상으로 한정했기 때문입니다. 경우에 따라 아동복지법의 성적 학대 금지 규정이 검토되기도 합니다.
열여덟 살 남자 친구는 어디서 판단받나
소년법 제2조는 19세 미만을 소년으로 봅니다. 열여덟 살 남자 친구에게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사건이 반드시 형사재판으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제49조 제1항에 따라 검사는 보호처분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보면 사건을 관할 소년부에 송치해야 합니다. 소년부는 감호 위탁, 수강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같은 보호처분을 고릅니다. 반대로 죄질이 무겁다고 보면 소년부가 다시 검사에게 돌려보낼 수 있습니다. 촬영물이 있거나 위력이 섞인 사건이라면 그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모는 무엇부터 확인하나
순서가 중요합니다. 부모가 먼저 화를 내면 딸은 입을 닫고, 그러면 위계나 위력, 촬영처럼 정말 확인해야 할 사정이 묻힙니다.
- 딸과 차분히 이야기할 시간을 따로 잡고, 원치 않았던 순간이 있었는지 묻습니다.
- 사진이나 영상을 찍었거나 요구받은 적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 대화 기록을 지우지 않게 하고, 날짜가 보이게 캡처해 둡니다.
- 두 사람의 생년월일과 관계 시기를 맞춰 봅니다.
남자아이의 집을 찾아가 따지는 일은 피하십시오. 사건이 된다면 그 대화도 기록에 남습니다.
정리
형법 제305조 제2항은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상대방과 19세 이상의 행위자를 함께 요구합니다. 그래서 열여덟 살 남자 친구와의 합의된 관계는 이 조문 밖에 놓이고, 남자 친구가 열아홉 살이 된 뒤의 행위부터 다시 안으로 들어옵니다.
조문 하나가 빠졌다고 사건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폭행ㆍ협박, 위계ㆍ위력, 대가, 촬영 가운데 하나라도 있었다면 청소년성보호법의 다른 조문이 적용됩니다. 딸의 진짜 뜻을 먼저 확인하고, 고소 여부는 그 사정을 들고 변호사와 함께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9조, 제305조 · 민법 제158조 ·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8조의2, 제11조, 제13조 · 소년법 제2조, 제32조, 제4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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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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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열다섯 살 딸이 동의했다면 남자 친구는 처벌받지 않나요?
남자 친구가 19세 미만이라면 형법 제305조 제2항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폭행ㆍ협박, 위계ㆍ위력, 대가, 촬영이 있었다면 청소년성보호법의 다른 조문이 문제 됩니다.
남자 친구가 곧 열아홉 살이 됩니다. 그 뒤에는 어떻게 되나요?
제305조 제2항은 행위 당시 19세 이상인지를 봅니다. 딸이 16세가 되기 전이라면 생일 이후의 행위부터 이 조문의 요건이 채워집니다.
딸이 열두 살이었다면 결론이 다른가요?
13세 미만이면 제305조 제1항이 적용되고, 이 항에는 행위자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상대가 열여덟 살이어도 처벌 대상입니다.
서로 동의하고 찍은 영상도 문제가 되나요?
청소년이 등장하는 성적 영상은 동의와 상관없이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의 성착취물 제작이 문제 됩니다. 영상이 있다면 바로 변호사와 상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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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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