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 3년 차였습니다. 학위논문 심사를 한 학기 앞두고 지도교수가 연구 이야기를 하자며 저녁 자리를 잡았고, 그 자리는 교수의 오피스텔에서 끝났습니다. 그녀는 싫다고 분명히 말하지 못했습니다. 심사위원 구성, 연구과제 인건비, 졸업 시기까지 그 사람 손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몇 달이 지나 학교 상담실 문을 두드렸을 때 처음 들은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교수와 학생 사이도 법이 말하는 보호ㆍ감독 관계가 되느냐는 것입니다. 형법 제303조의 문언을 따라가며 이 질문을 분석해 봅니다.
조문은 어떤 관계를 상정하나
형법 제303조 제1항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간음이 아닌 추행이라면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이 같은 구조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합니다.
관계의 종류로 업무와 고용 두 가지를 적은 다음 기타 관계라는 말을 덧붙였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법은 회사의 상사와 부하, 사장과 직원만을 떠올리고 이 조문을 만든 것이 아닙니다. 형식상의 계약보다 실제로 한쪽이 다른 쪽을 보호하거나 감독하는 위치에 있었는지가 핵심 질문입니다.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은 어디에 들어가나
두 갈래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업무나 고용 관계로 묶이는 경우입니다. 대학원생이 교수가 책임자인 연구과제에 참여해 인건비를 받거나 연구실 조교로 일한다면, 교수는 그 업무를 지시하고 결과를 평가합니다. 이때는 고용이나 업무 관계라는 앞의 두 단어만으로도 설명이 됩니다.
그런 연결이 없어도 기타 관계가 남습니다. 지도교수는 논문 주제를 승인하고, 심사위원을 정하는 데 관여하고, 졸업 시점을 사실상 결정하며, 진로를 좌우하는 추천서를 씁니다. 학생은 그 판단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이런 영향력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었다면 학위 과정 자체가 보호ㆍ감독의 관계라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 교수가 가진 권한 | 그것을 보여 주는 자료 |
|---|---|
| 논문 지도와 심사 관여 | 지도교수 배정 기록, 심사위원 구성 문서 |
| 연구과제 참여와 인건비 | 과제 참여 확인서, 인건비 지급 내역 |
| 연구실 운영과 출퇴근 관리 | 연구실 규칙, 출석 지시가 담긴 메시지 |
| 진로와 추천 | 추천서 요청과 회신, 학회 발표 결정 기록 |
위력은 무엇을 말하나
보호ㆍ감독 관계가 인정되어도 그것만으로 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간음이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이루어졌어야 합니다.
위력은 폭행이나 협박보다 넓은 개념으로 이해됩니다. 상대의 자유로운 의사를 누를 만한 힘이면 되고, 그 힘이 지위나 권한에서 나와도 됩니다. 실무에서는 노골적인 위협이 없었더라도, 거절하면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던 상황에서 그 지위를 이용했는지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쟁점은 대개 그날 밤의 말 한마디보다 그 이전의 몇 달에 있습니다. 논문 심사를 미루겠다는 암시, 과제에서 빼겠다는 말, 다른 학생과 비교하며 압박한 기록 같은 것들입니다.
연인이었다는 주장은 어떻게 다뤄지나
이런 사건에서 교수 쪽이 가장 자주 하는 말입니다. 서로 호감이 있었고, 강요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분석의 출발점은 조문이 동의의 외형을 문제 삼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위력에 의한 간음은 처음부터 피해자가 겉으로 저항하지 않은 상황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거절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이 죄가 배제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교수와 학생 사이라는 사실만으로 모든 관계가 이 죄가 되지도 않습니다. 따지는 것은 그 관계에서 학생이 실제로 자유롭게 거절할 수 있었느냐입니다. 사건 전후의 메시지, 학생이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은 말, 연구실 안의 분위기에 대한 동료들의 기억이 여기서 무게를 갖습니다.
위계와 위력의 차이
위계는 속임수로 상대를 착오에 빠뜨려 간음하는 경우이고, 위력은 상대의 의사를 누를 수 있는 힘을 쓰는 경우입니다. 연구 지도를 핑계로 불러낸 것은 위계와도 맞닿을 수 있어, 두 개념이 한 사건 안에서 함께 검토되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에도 고소할 수 있나
형법 제303조 제1항의 법정형 상한은 징역 7년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장기 10년 미만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는 7년입니다. 추행에 그쳐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이 적용된다면 상한이 3년이어서 시효는 5년이 됩니다.
학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 사이 시효가 흐른다는 점, 그리고 기억과 자료가 흐려진다는 점을 함께 생각하셔야 합니다.
학교 안의 절차와 형사 고소는 어떻게 나누나
둘은 따로 움직입니다. 학교는 인권센터나 고충 처리 창구를 통해 조사와 징계를 진행하고, 형사 절차는 수사기관에서 진행됩니다. 하나를 시작했다고 다른 하나가 막히지 않습니다.
- 학교 절차에서는 지도교수 변경, 연구실 분리, 심사위원 교체처럼 학위 과정을 이어 가기 위한 보호 조치를 먼저 요청할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 형사 고소는 사법경찰관에게 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7조에 따라 피해자 변호사를 선임하면 조사 참여와 의견 진술을 맡길 수 있습니다.
- 두 절차에서 진술이 달라지지 않도록, 사실관계를 한 번 정리한 문서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교수 쪽에서 연락이 오더라도 직접 응대할 의무는 없습니다.
정리
형법 제303조는 업무와 고용 뒤에 기타 관계를 두어, 형식적 계약이 없어도 실질적인 보호ㆍ감독이 있었는지를 묻습니다. 학위 심사, 연구비, 진로 추천을 쥔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는 이 물음 앞에 놓일 수 있습니다.
결론은 결국 그 권한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고, 그 힘이 간음에 쓰였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시효가 7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권한 관계를 보여 주는 자료와 사건 전후의 기록을 먼저 확보해 두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303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27조 · 형사소송법 제249조
본 글이 일반적 안내였다면, 본인 사안은 사실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정식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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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연구과제에 참여하지 않은 석사과정생도 보호ㆍ감독 관계가 되나요?
고용이나 업무 연결이 없어도 기타 관계로 다툴 수 있습니다. 논문 지도와 심사, 졸업 결정에 교수가 실제로 어떤 영향력을 가졌는지가 판단 자료가 됩니다.
명시적으로 협박한 말은 없었습니다. 위력이 인정될까요?
위력은 폭행이나 협박보다 넓게 이해됩니다. 거절하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상황을 이용했는지를 사건 전후의 기록으로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졸업하고 몇 년 뒤에 고소해도 되나요?
형법 제303조 제1항의 공소시효는 7년입니다. 추행이라면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이 적용되어 5년이 됩니다. 시효 안이라면 가능하지만 자료 확보는 빠를수록 낫습니다.
학교 조사 결과가 형사 사건에 영향을 주나요?
두 절차는 별개입니다. 다만 학교 조사에서 나온 진술과 자료는 형사 절차에서도 참고될 수 있으므로 진술을 일관되게 유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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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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