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는 말에 그는 "우리 그때 찍은 거 아직 다 있어. 네 회사 사람들한테 돌리면 어떻게 될까"라고 답했습니다. 그녀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에서 그의 휴대전화를 확인해 보니 그런 영상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찍은 적이 없었는지, 오래전에 지웠는지는 아직 다툼 중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법이 묻는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영상으로 한 협박도 성폭력처벌법의 촬영물 이용 협박이 되느냐입니다.
조문은 무엇을 요구하나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1항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이용하여 사람을 협박한 자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같은 항은 제14조의2 제2항의 합성ㆍ편집물과 그 복제물도 대상에 넣었습니다.
무게가 실린 말은 이용하여입니다. 협박에 쓰인 수단이 촬영물이어야 한다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그 촬영물이 실제로 세상에 있어야 하는지,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한지가 문제 됩니다.
조문 자체는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지 않습니다. 촬영물의 존재를 따로 요건으로 적어 두지도 않았고, 없어도 된다고 적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읽는 방법이 맞섭니다.
영상이 없으면 이 죄가 아니라는 쪽의 논리
첫째 읽기는 문언에 충실합니다. 이용하려면 이용할 대상이 있어야 하므로, 촬영물이 처음부터 없었다면 제14조의3이 예정한 수단이 빠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견해는 법정형을 근거로 듭니다. 일반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으로 끝날 수 있는데, 제14조의3은 하한이 1년인 유기징역만 두었습니다. 그만큼 무거운 형을 정당화하는 것은 실제 영상이 퍼질 수 있다는 구체적 위험이라는 것입니다. 영상이 없다면 그 위험도 없고, 남는 것은 일반 협박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있다고 믿게 했으면 충분하다는 쪽의 논리
둘째 읽기는 피해자의 자리에서 출발합니다. 협박을 받는 사람은 상대 휴대전화 속을 볼 수 없습니다. 영상이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느끼는 공포는 실제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같습니다.
이 견해는 촬영 사실 자체가 있었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함께 촬영한 적이 있고 상대가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 협박이 현실감을 가졌다면, 협박 시점에 파일이 남아 있었는지는 부차적이라는 주장입니다. 지웠다고 해도 복제본이 어딘가 남아 있을 가능성을 피해자가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근거가 됩니다.
어느 쪽으로 판단될지는 사건마다 다르고, 수사와 재판에서는 결국 사실관계가 무게를 가릅니다.
사실관계는 어떻게 갈리나
같은 "영상 없음"이라도 속사정은 여러 갈래입니다. 갈래에 따라 검토 조문이 달라집니다.
| 상황 | 주로 검토되는 조문 | 법정형 |
|---|---|---|
| 영상이 남아 있고 그것으로 협박 |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1항 | 1년 이상의 유기징역 |
| 협박으로 만남이나 행동을 시킴 | 같은 조 제2항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 촬영 사실은 있으나 파일을 지운 뒤 협박 | 제14조의3 적용을 둘러싼 다툼, 형법 제283조 | 판단에 따라 달라짐 |
| 처음부터 촬영한 적 없이 꾸며 낸 협박 | 형법 제283조 협박 |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
| 없는 영상을 빌미로 돈을 받아 냄 | 형법 제350조 공갈 |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
눈여겨볼 차이가 하나 더 있습니다. 형법 제283조 제3항은 일반 협박죄를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로 정했습니다. 제14조의3에는 그런 규정이 없습니다. 어느 조문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갖는 힘도 달라집니다.
일반 협박으로 가도 가벼운 일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면 형법 제324조의 강요죄가 되고, 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헤어지지 못하게 붙잡거나 만나러 나오게 한 경우가 여기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돈이 오갔다면 공갈이 됩니다.
메시지를 여러 번 보냈다면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일으키는 글을 반복해 보낸 행위로 정보통신망법 위반도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영상이 없다는 사실이 사건을 끝내 주지 않는 이유입니다.
피해자는 무엇을 남겨야 하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영상이 정말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있다고 전제하고 움직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 협박 메시지 원문을 지우지 말고 캡처와 함께 대화방 전체를 내보내기로 저장합니다.
- 과거에 함께 촬영한 적이 있다면 그 시기와 장소를 기억나는 대로 적습니다. 영상의 존재 여부를 따질 때 출발점이 됩니다.
- 상대가 요구한 것이 있다면 무엇을, 언제까지 요구했는지 그대로 남깁니다. 제2항 강요 여부를 가르는 사실입니다.
- 유포가 걱정된다면 고소와 함께 상대 기기와 클라우드에 대한 압수를 요청해 달라고 수사기관에 말합니다.
고소장은 사법경찰관에게 냅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7조에 따라 피해자 변호사를 선임하면 조사에 함께 들어가 의견을 낼 수 있고, 상대 쪽 연락도 그 변호사에게로 모을 수 있습니다. 협박이 계속되는 중이라면 신변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정도 첫 조사에서 분명히 말해 두십시오.
협박받는 쪽에서 피할 것
영상이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보내 보라고 요구하지 마십시오. 상대가 정말로 보내면 그 순간 유포가 시작됩니다. 확인은 수사기관의 몫입니다.
협박한 쪽은 무엇을 다투게 되나
협박한 쪽에서 영상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수사기관은 휴대전화, 컴퓨터, 클라우드를 포렌식으로 살펴 삭제된 파일의 흔적까지 확인합니다. 지웠다면 언제 지웠는지가 핵심이 됩니다. 협박 뒤에 서둘러 지운 흔적이 나오면 영상이 없었다는 주장은 힘을 잃습니다.
또 한 가지, 제15조는 제14조의3의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상대가 겁먹지 않았거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곧바로 무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사과하거나 해명하는 것은 피하고, 하고 싶은 말은 변호인을 거쳐 전해야 합니다.
정리
제14조의3은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을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벌합니다. 영상이 실제로 없었다면 이 조문이 적용되는지를 두고 문언 중심의 해석과 피해자 중심의 해석이 갈립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협박은 남습니다. 형법상 협박, 강요, 공갈이 대기하고 있고, 촬영 사실이 있었거나 삭제 시점이 의심스러우면 다시 제14조의3 쪽으로 무게가 옮겨 갑니다. 피해자는 영상이 있다고 전제하고 증거를 남기고, 협박한 쪽은 사실관계를 객관적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참조 조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 제14조의3, 제15조, 제27조 · 형법 제283조, 제324조, 제35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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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영상이 없다고 확인되면 무죄인가요?
아닙니다. 제14조의3 적용이 다퉈질 뿐 형법상 협박죄는 남습니다. 요구가 있었다면 강요, 돈이 오갔다면 공갈도 검토됩니다.
상대가 합성해서 뿌리겠다고만 했습니다.
제14조의3은 제14조의2 제2항의 합성물도 대상에 넣었습니다. 아직 만들지 않은 합성물이라면 촬영물이 없는 경우와 비슷한 다툼이 생기고, 그와 별도로 형법상 협박이 검토됩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일반 협박죄로 판단되면 피해자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제14조의3이나 강요죄에는 그런 규정이 없어 처벌불원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협박 뒤에 영상을 지웠습니다. 유리한가요?
포렌식으로 삭제 시점이 드러나면 오히려 영상이 존재했다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자료를 더 건드리지 말고 변호인과 상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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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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