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딸이 게임 친구라던 사람의 메시지를 어머니에게 보여 준 것은 저녁 식탁에서였습니다. 처음에는 레벨을 올려 주겠다는 말이 오갔고, 며칠 뒤부터는 목욕을 마친 뒤 옷을 벗은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딸은 싫다고 답하고 그 계정을 차단했습니다. 사진은 한 장도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아무 일도 없었으니 신고해도 소용없는 것 아니냐고 묻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보낸 것이 없을 때 법이 무엇을 문제 삼는지를 두 갈래로 나누어 분석해 보겠습니다.
사진이 오지 않았는데 무엇이 범죄가 되나
검토할 조문은 청소년성보호법 안에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성착취물 제작죄의 미수를 처벌하는 제11조 제6항이고, 다른 하나는 성착취 목적의 대화와 권유를 따로 처벌하는 제15조의2입니다.
둘은 성격이 다릅니다. 앞의 것은 만들려다 실패한 단계를 붙잡는 조항이고, 뒤의 것은 요구하는 행위 그 자체를 독립한 범죄로 만든 조항입니다. 사진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앞의 조항에서는 결과가 생기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뒤의 조항에서는 처음부터 상관이 없습니다.
| 조문 | 무엇을 처벌하나 | 법정형 |
|---|---|---|
| 제11조 제1항 | 성착취물 제작ㆍ수입ㆍ수출 |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
| 제11조 제6항 | 제1항의 미수 | 처벌(형법상 미수 감경 가능) |
| 제15조의2 제1항 | 19세 이상이 성적 착취 목적으로 성적 대화를 반복하거나 노출 등을 유인ㆍ권유 |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
| 제15조의2 제2항 | 19세 이상이 16세 미만에게 같은 행위 | 제1항과 같음 |
요구만 한 단계도 제작의 시작으로 볼 수 있나
여기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형법 제25조는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끝내지 못했거나 결과가 생기지 않은 때를 미수로 봅니다. 문제는 요구 메시지를 보낸 것이 제작의 실행에 들어선 것이냐, 아니면 그 전의 준비에 머문 것이냐입니다.
아이에게 직접 찍게 하는 방식에서는 아이의 촬영이 곧 제작 행위가 됩니다. 그렇다면 그 촬영을 시키는 구체적인 지시가 실행의 시작이라고 볼 여지가 생깁니다. 반대로 막연한 호감 표현이나 사진 이야기를 꺼낸 정도라면 아직 착수 전이라는 반론이 나옵니다.
그 경계를 가르는 사정은 대화 안에 들어 있습니다.
- 찍을 부위, 자세, 장소, 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해 주었는지
- 거절한 뒤에도 요구를 되풀이하거나 압박의 강도를 높였는지
- 보상을 약속하거나 불이익을 암시하며 거절을 어렵게 만들었는지
- 사진을 보낼 방법이나 삭제되는 기능까지 안내했는지
위 사정이 많이 겹칠수록 단순한 말을 넘어 제작을 향한 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다만 어느 선에서 착수로 볼지는 사건마다 다투어지는 부분이어서, 이 조항 하나에만 기대어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요구 자체를 처벌하는 조항은 어떻게 작동하나
그 불확실성을 메우려고 2021년에 신설된 것이 제15조의2입니다. 처벌 대상은 성인이 아이를 성적으로 착취하려는 뜻을 품고, 법이 성을 사는 행위의 내용으로 열거해 둔 행동을 아이가 하도록 꾀거나 부추기는 것입니다(제1항 제2호). 그 유형 가운데 하나가 몸을 드러내 보는 사람에게 수치심을 일으키는 노출입니다(제2조 제4호 다목). 옷을 벗은 모습을 찍어 보내라는 메시지는 그 노출을 해 달라고 조른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가 응했느냐는 요건이 아닙니다. 권유한 순간 범죄가 완성됩니다.
제2항은 더 눈여겨볼 만합니다. 상대가 16세 미만이면 같은 행위를 같은 형으로 처벌하는데, 이 항에는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라는 문구가 없습니다. 열두 살 아이에게 몸 사진을 요구한 성인이 그런 목적은 없었다고 말해도 이 조항을 비켜 가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같은 조 제3항은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상대가 어른인지 아이인지가 왜 갈림길이 되나
제15조의2는 행위자를 19세 이상의 사람으로 한정합니다. 게임 친구라던 상대가 실제로는 같은 또래 중학생이었다면 이 조항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때 남는 것은 제11조 제6항의 제작 미수입니다. 제11조는 행위자의 나이를 제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쟁점의 무게중심이 바뀝니다. 성인이라면 권유죄가 비교적 분명하게 성립하고, 미성년자라면 착수 시점을 둘러싼 다툼이 사건의 중심이 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상대의 나이를 미리 판단할 필요가 없습니다. 계정 정보와 대화 기록을 넘기면 수사기관이 확인할 일입니다. 제11조와 제15조의2는 모두 제25조의2가 정한 디지털 성범죄에 들어 있어, 경찰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접근하는 수사도 가능합니다.
신고 전에 부모가 남겨야 할 것은
차단을 먼저 했다면 대화가 아직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하십시오. 앱에 따라 차단이나 방 나가기로 기록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 대화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캡처합니다. 날짜와 시각이 보이게 합니다.
- 상대 계정의 아이디, 닉네임, 프로필 화면, 친구 추가 경로를 따로 저장합니다.
- 게임 안에서 주고받은 선물이나 아이템 기록이 있으면 함께 남깁니다.
- 아이의 휴대전화는 초기화하지 말고 그대로 둡니다. 수사기관이 원본을 볼 수 있습니다.
고소는 서면이나 말로 사법경찰관에게 합니다.
아이 조사는 제26조에 따라 진술과 조사 과정이 영상으로 녹화되는 것이 원칙이고, 보호자가 원하지 않으면 녹화하지 않도록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거절하고 차단한 아이의 판단이 옳았다는 점을 먼저 말해 주십시오. 아이가 자책하지 않아야 조사에서도 있었던 일을 차분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주의
부모가 아이 계정으로 상대에게 말을 걸어 정체를 캐내거나 만나자고 유도하는 일은 피하십시오. 대화의 흐름이 바뀌어 원래 기록의 의미가 흐려질 수 있고, 상대가 계정을 지우고 사라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추적은 수사기관에 맡기는 편이 낫습니다.
정리
사진이 넘어가지 않았어도 사건은 끝나지 않습니다. 상대가 19세 이상이라면 몸 사진을 요구한 것만으로 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의2의 권유죄가 문제 되고, 아이가 16세 미만이면 목적 요건 없이 같은 형이 적용됩니다.
제11조 제6항의 제작 미수는 요구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집요했는지에 따라 성립 여부가 갈리는 영역입니다. 부모가 할 일은 대화와 계정 정보를 온전히 보존해 사법경찰관에게 넘기는 것입니다. 어느 조항으로 고소할지와 아이 조사의 방식은 피해자 변호사와 상의해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조, 제15조의2, 제25조의2, 제26조 · 형법 제25조 · 형사소송법 제23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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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아이가 사진을 보내지 않았는데도 처벌할 수 있나요?
상대가 19세 이상이면 청소년성보호법 제15조의2에 따라 노출 행위를 유인ㆍ권유한 것만으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아이가 응했는지는 요건이 아닙니다.
제작죄 미수로도 처벌되나요?
제11조 제6항은 제작죄의 미수범을 처벌합니다. 다만 요구 메시지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렀는지는 요구의 구체성과 반복 여부 등에 따라 다투어집니다.
상대가 성적인 목적은 없었다고 하면요?
제15조의2 제2항은 16세 미만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행위에 성적 착취 목적이라는 문구를 두지 않았습니다. 제1항이 적용되는 16세 이상이라면 목적이 쟁점이 됩니다.
이미 상대를 차단했는데 증거가 사라지지 않나요?
앱에 따라 차단 후에도 대화가 남거나 사라질 수 있습니다. 남아 있는 화면을 바로 캡처하고 휴대전화를 초기화하지 말고 그대로 보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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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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