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과 함께 열람한 기록 속에 열두 쪽짜리 의견서가 끼어 있었습니다. 아홉 살 원생의 진술을 분석한 전문가가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어 신빙성이 높다고 결론 내린 문서입니다. 피고인인 학원 원장은 그 결론 한 줄을 읽고 재판이 이미 끝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볼 일은 아닙니다. 이 의견서가 법에서 어떤 지위에 있는지, 피고인 쪽이 어떤 절차로 그 내용을 시험할 수 있는지를 따져 보겠습니다. 다투는 대상은 아이가 아니라 분석의 과정이라는 점을 먼저 짚어 둡니다.
이 의견서는 어떤 근거로 만들어졌나
성폭력처벌법 제33조입니다. 제1항은 법원이 정신건강의학과의사, 심리학자, 사회복지학자 등 관련 전문가에게 피해자의 정신ㆍ심리 상태에 대한 진단 소견과 진술 내용에 관한 의견을 조회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제4항은 이 규정을 수사기관에 준용하면서,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면 의견 조회를 반드시 하도록 했습니다.
아홉 살 아이 사건에서 수사 단계 의견서가 붙어 있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습니다. 수사기관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법이 요구한 절차였기 때문입니다.
| 구분 | 수사 단계 | 공판 단계 |
|---|---|---|
| 근거 | 제33조 제4항(준용) | 제33조 제1항 |
| 조회 여부 | 13세 미만ㆍ판단능력 미약 피해자는 의무 | 법원의 재량 |
| 전문가 지정 | 검찰총장 또는 경찰청장이 정한 후보자 중 | 법원행정처장이 정한 후보자 중 |
| 피고인 쪽 대응 | 증거 부동의, 작성자 신문 신청 | 조회 사항 의견 제출, 결과에 대한 반박 |
법원은 이 의견을 그대로 따라야 하나
아닙니다. 제33조 제2항은 법원이 의견 조회의 결과를 고려하여야 한다고 적었을 뿐입니다. 고려한다는 것은 판단 자료로 살핀다는 뜻이지, 결론에 묶인다는 뜻이 아닙니다.
유무죄를 정하는 것은 판사입니다. 전문가 의견은 진술을 평가하는 여러 자료 가운데 하나이고, 다른 증거와 어긋나면 그 무게가 줄어듭니다. 피고인 쪽의 일은 바로 그 어긋남을 법정에 드러내는 것입니다.
수사 단계 의견서는 그대로 증거가 되나
피고인이 동의하면 됩니다. 형사소송법 제318조는 검사와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한 서류를 증거로 쓸 수 있게 했습니다. 동의하지 않으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같은 법 제313조 제3항은 감정의 경과와 결과를 기재한 서류를 진술서와 같은 요건으로 다룹니다. 작성자가 법정에 나와 그 서류가 자신이 작성한 대로라는 성립의 진정을 진술해야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위촉한 전문가의 의견서는 실무에서 이 조항에 따라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의는 그래서 출발점입니다. 작성자를 법정으로 불러내야 그 분석을 직접 물을 기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반대신문은 결론이 아니라 무엇을 겨냥해야 하나
의견서의 결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질문은 대개 효과가 없습니다. 전문가는 자기 결론을 되풀이할 뿐입니다. 살펴야 할 것은 그 결론에 이르는 재료와 과정입니다.
- 분석에 쓴 자료가 무엇이었나. 영상녹화물 전체였는지, 조서 요약만 보았는지
- 아이가 처음 피해를 말한 상황이 반영되었나. 부모가 어떤 질문을 몇 번 했는지
- 진술이 바뀐 대목을 어떻게 처리했나. 일관성 판단에서 빠뜨린 부분은 없는지
- 쓰인 분석 기준이 무엇이고, 그 기준이 이 나이의 아이에게 갖는 한계를 어떻게 적었는지
- 후보자 명단에서 지정된 경로가 제33조의 절차에 맞았는지
이 질문들의 목표는 아이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분석이 어디까지를 보고 내린 판단인지를 재판부가 알게 하는 것입니다. 반대신문이 아이를 공격하는 방향으로 흐르면 재판부의 시선은 오히려 차가워집니다.
피고인 쪽 전문가를 세울 수는 없나
세울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 제1항은 피고인과 변호인이 서류를 증거로 내고 증인과 감정인의 신문을 신청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진술 분석이나 아동 발달을 연구한 전문가를 증인으로 신청해 수사 단계 의견서의 방법론을 검토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법원에 새로운 감정을 요청하는 길도 있습니다. 같은 법 제169조에 따라 법원은 학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감정을 명할 수 있고, 제176조는 피고인과 변호인이 그 감정에 참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제171조 제3항은 감정 결과에 판단 이유를 밝히도록 요구합니다.
공판 단계에서 법원이 제33조 제1항에 따라 다시 의견을 조회하겠다고 하면, 무엇을 물을지에 대해 피고인 쪽 의견을 미리 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질문이 넓으면 결론도 넓게 나옵니다.
주의
의견서를 반박할 자료를 모으겠다며 피해 아동이나 그 부모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다른 원생 가족을 통해 아이의 평소 모습을 캐묻는 일은 절대 하지 마십시오. 증인에 대한 압박으로 비쳐 구속이나 양형에서 크게 불리해집니다. 합의나 사과의 뜻도 변호인을 통해서만 전달해야 합니다.
준비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나
기록을 끝까지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은 공소가 제기된 뒤 피고인 쪽이 검사에게 증거로 신청할 서류와 그 증명력과 관련된 서류의 열람ㆍ등사를 신청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의견서만이 아니라 전문가가 분석에 쓴 자료가 무엇이었는지까지 확인해야 반대신문의 재료가 생깁니다.
그다음은 시간표입니다. 증거 인부, 작성자 증인 신청, 피고인 쪽 전문가 신청, 감정 신청의 순서를 공판준비 단계에서 정리해 두어야 뒤늦은 신청으로 각하되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정리
13세 미만 피해자 사건의 전문가 의견서는 법이 요구해서 만들어진 문서입니다. 법원은 이를 고려해야 하지만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피고인 쪽은 증거에 동의하지 않고 작성자를 법정에 불러 분석의 재료와 과정을 묻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 위에 자신의 전문가 증인이나 법원 감정을 더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어떤 순서로 신청할지, 반대신문을 어디까지 할지는 기록 전체를 본 변호인과 함께 정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3조 · 형사소송법 제169조, 제171조, 제176조, 제266조의3, 제294조, 제313조, 제318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전문·부동산전문변호사 (13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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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전문가가 신빙성이 높다고 했으면 유죄가 되는 것 아닌가요?
성폭력처벌법 제33조 제2항은 법원이 의견 조회 결과를 고려하도록 했을 뿐 따르도록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증거와 함께 평가되는 자료입니다.
수사 단계 의견서에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3항에 따라 작성자가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을 진술해야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 쪽이 작성자를 신문할 기회가 생깁니다.
피고인 쪽에서 전문가를 따로 부를 수 있나요?
형사소송법 제294조에 따라 증인이나 감정인 신문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제169조에 따라 감정을 명하면 제176조에 따라 감정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반박 자료를 구하려고 아이 부모에게 연락해도 되나요?
안 됩니다. 증인에 대한 압박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자료는 기록 열람과 증거 신청으로 확보하고, 합의 의사는 변호인을 통해서만 전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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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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