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 딸이 피해자인 사건에서 어머니는 증거보전기일에 한 번 아이를 데리고 갔습니다. 녹화된 진술을 틀고 피고인 측 변호인이 질문했고, 아이는 그날 울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다시 나오라는 소환장이 왔습니다. 한 번 신문을 마쳤는데 왜 또 불리는지, 녹화본이 있는데 출석을 생략할 수는 없는지가 어머니의 물음입니다. 2025년에 신설된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의2는 바로 이 장면을 겨냥한 조문입니다. 영상녹화물이 어떤 조건에서 증거가 되는지, 출석이 생략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어떻게 가르는지 분석합니다.
영상녹화물은 왜 그냥 증거가 되지 못하나
수사기관이 피해 아동의 진술을 녹화한 영상은 법정 밖에서 이루어진 진술을 담은 자료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법정 밖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을 원칙적으로 증거로 쓰지 못하게 합니다. 전문법칙입니다.
녹화본도 이 원칙 아래 있습니다.
그래서 피고인이 녹화본의 내용을 다투면 아이는 수사 단계에서 한 말을 법정에서 다시 해야 했습니다. 피고인의 반대신문권과 아이의 보호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자리입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의2는 이 충돌에 답을 내놓은 조문입니다. 전문법칙의 예외를 두되, 피고인 측이 피해자를 신문할 기회를 가졌는지를 조건으로 걸었습니다.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 특례
제26조 제1항에 따라 피해아동·청소년의 진술을 녹화한 영상녹화물이 같은 조 제4항부터 제6항까지의 절차와 방식을 지켜 녹화된 것일 때, 제26조의2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증거로 쓸 수 있게 하는 규정입니다. 2025년 4월 22일 신설되었습니다.
어떤 절차를 지켜야 특례의 문이 열리나
증거능력을 따지기 전에 녹화 자체가 제26조가 정한 방식대로 이루어졌어야 합니다. 제4항부터 제6항까지가 그 방식입니다.
- 녹화를 마친 뒤 지체 없이 피해자 또는 변호사 앞에서 봉인하고 피해자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할 것
- 녹화 과정의 진행 경과를 조서에 기록해 수사기록에 편철할 것
- 그 기록에는 피해자의 도착 시각과 녹화의 시작·종료 시각 등 진행 경과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적을 것
여기에 제2항의 사전 설명도 있습니다. 조사에 앞서 녹화한다는 점, 그리고 그 영상이 재판에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아이의 나이와 발달 단계에 맞춰 설명해야 합니다. 제3항에 따라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원하지 않으면 녹화할 수 없습니다.
이 절차에 흠이 있으면 제26조의2로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피고인 측이 가장 먼저 살피는 지점이 봉인과 서명, 시각 기록입니다.
제1호: 신문할 수 있었던 경우란 무엇인가
제26조의2 제1항 제1호는 증거보전기일,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그 내용에 대하여 피의자,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피해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경우를 듭니다. 실제로 신문했는지가 아니라 신문할 기회가 있었는지입니다.
기회가 있었는데 쓰지 않은 것은 피고인의 선택입니다.
그런데 증거보전기일에는 단서가 붙습니다. 법원이 보기에 피의자나 피고인의 방어권이 지켜진 가운데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반대신문이 있었던 경우로 한정합니다. 공판준비기일이나 공판기일과 달리 증거보전기일은 아직 공소가 제기되기 전이고, 변호인이 기록을 충분히 보지 못한 채 신문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서두의 어머니 사례가 여기에 걸립니다. 증거보전기일에 신문이 있었더라도, 법원이 그 신문이 충분했다고 보지 않으면 제1호의 요건이 차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판기일 소환이 다시 나올 수 있습니다.
| 신문이 이루어진 기일 | 제1호 요건 | 추가 조건 |
|---|---|---|
| 증거보전기일 | 신문할 수 있었을 것 | 방어권이 지켜진 가운데 충분한 반대신문이 있었다고 법원이 인정 |
| 공판준비기일 | 신문할 수 있었을 것 | 없음 |
| 공판기일 | 신문할 수 있었을 것 | 없음 |
제2호: 출석할 수 없는 사유가 있을 때
제1항 제2호는 피해 아동·청소년이 사망, 외국 거주, 신체적·정신적 질병이나 장애, 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공판준비기일이나 공판기일에 출석해 진술할 수 없는 경우를 듭니다.
이때는 피고인이 신문할 기회가 없었더라도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대신 조건이 붙습니다. 특신상태, 즉 진술과 녹화 과정이 특별히 믿을 만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2항이 한 겹을 더 둡니다. 법원이 제2호로 증거능력을 얻은 녹화물을 유죄의 증거로 할지 결정할 때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범행의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심신 상태, 증언 때문에 입을 수 있는 심리적 외상, 녹화물 속 진술의 내용과 태도를 함께 살펴야 하며, 전문심리위원이나 성폭력처벌법 제33조의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어야 합니다.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나눈 구조입니다.
그래서 출석은 언제 생략되나
정리하면 세 갈래입니다.
- 공판준비기일이나 공판기일에 피고인 측이 신문할 기회를 가졌다면 그 뒤로 다시 출석할 필요가 없습니다.
- 증거보전기일에만 신문이 있었다면 법원이 그 신문을 충분했다고 인정할 때 출석이 생략되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소환될 수 있습니다.
- 출석할 수 없는 사유가 있다면 신문 기회 없이도 녹화물이 증거가 되지만, 특신상태의 증명과 제2항의 고려를 거칩니다.
어머니 사례에서 확인할 것은 증거보전기일 조서입니다. 변호인이 참여했는지, 기록 열람 시간이 있었는지, 신문이 중단되지는 않았는지를 보면 법원이 어느 쪽으로 판단할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출석을 피하기 어렵다면 방식을 바꾸는 길이 남아 있습니다. 제25조 제5항이 준용하는 성폭력처벌법 제40조의3에 따라 중계장치로 신문할 수 있고, 제40조의2의 공판준비절차로 신문 사항과 방법을 미리 정하도록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정리
청소년성보호법 제26조의2는 피해 아동의 진술 녹화물을 두 경우에 증거로 쓸 수 있게 합니다. 피고인 측이 신문할 기회를 가졌던 경우와, 피해자가 출석할 수 없는 사유가 있는 경우입니다. 증거보전기일의 신문은 법원이 충분했다고 인정할 때만 첫 번째 경우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미리 신문을 마쳤다는 사정만으로 공판기일 출석이 당연히 생략되지는 않습니다. 그 신문이 어떤 상태에서 이루어졌는지가 갈림길입니다.
피해자 측이라면 증거보전기일 조서를 확인하시고, 출석이 불가피하다면 중계장치 신문과 공판준비절차를 요청하십시오. 피고인 측이라면 녹화 절차와 신문 기회, 특신상태를 순서대로 살피셔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조서를 변호사와 함께 읽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참조 조문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26조, 제26조의2, 제27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0조의2, 제40조의3 · 형사소송법 제184조, 제310조의2
이 유형의 사건은 초기 대응 시점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후회하시기보다, 의문이 생기는 그 시점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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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증거보전기일에 변호인이 질문했는데 왜 또 공판기일에 나오라고 하나요?
제26조의2 제1항 제1호 단서는 증거보전기일의 신문을 법원이 방어권이 지켜진 가운데 충분한 반대신문이 있었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한정합니다. 법원이 그렇게 보지 않으면 공판기일에 다시 신문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다시 증언하기를 너무 힘들어합니다. 출석을 면할 방법이 없나요?
심리적 부담 자체는 제2호의 출석 불능 사유로 보기 어렵습니다. 대신 성폭력처벌법 제40조의3에 따라 중계장치 신문을 요청하고, 제40조의2의 공판준비절차로 신문 사항과 방법을 미리 정해 달라고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녹화할 때 봉인과 서명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제26조 제4항은 녹화를 마친 뒤 지체 없이 피해자 또는 변호사 앞에서 봉인하고 피해자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도록 합니다. 제7항에 따라 조서 사본이나 녹취서 사본을 발급받아 절차 기록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피고인 측입니다. 피해자가 외국으로 갔다며 녹화본만으로 재판한다고 합니다.
제2호에 해당하더라도 진술과 녹화 과정이 특별히 믿을 만한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하고, 제2항에 따라 전문심리위원이나 전문가의 의견 청취가 필수입니다. 유도 질문 여부와 의견 청취 절차를 살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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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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