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이 끝나 가는 줄 알았는데 보호관찰소라는 곳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피고인에 관한 조사를 하고 있으니 몇 가지 물어볼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이가 피해를 입은 쪽인데 왜 우리에게 연락이 오는지, 가지 않으면 아이한테 불리해지는지, 가면 무엇을 묻는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2조가 정한 판결 전 조사가 그 전화의 출처입니다. 이 조사가 무엇을 위해 있는지, 피해자 쪽 가족이 어디까지 응해야 하는지, 응할 때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조문의 순서대로 풀어 보겠습니다.
판결 전 조사는 누가 왜 시키나
제22조 제1항의 주어는 법원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제21조에 따른 보호관찰, 사회봉사,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을 부과하거나 제56조에 따른 취업제한 명령을 부과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보호관찰소의 장에게 피고인에 관한 사항의 조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조사를 받는 쪽은 그 법원의 소재지 또는 피고인의 주거지를 관할하는 보호관찰소입니다. 제2항에 따라 보호관찰소의 장은 지체 없이 조사하여 서면으로 법원에 알려야 하고, 제3항에 따라 법원은 진행 상황의 보고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즉 이 조사는 유죄냐 무죄냐를 가리는 절차가 아닙니다. 형 외에 무엇을 얼마나 붙일지를 정하기 위한 자료 수집입니다.
무엇을 들여다보나
제1항이 조사 항목을 길게 열거해 두었습니다.
- 피고인의 신체적ㆍ심리적 특성 및 상태
- 정신성적 발달과정, 성장배경, 가정환경
- 직업, 생활환경, 교우관계
- 범행동기, 병력
- 피해자와의 관계
- 재범위험성
항목 하나하나가 피고인을 향해 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와의 관계라는 항목이 끼어 있습니다. 가해자가 가족이거나 교사이거나 동네 어른이었던 사건에서 이 항목은 피해자 쪽을 만나지 않고는 채우기 어렵습니다. 전화가 온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판결 전 조사
청소년성보호법 제22조가 정한 절차로, 법원이 보호관찰ㆍ사회봉사ㆍ수강ㆍ이수명령이나 취업제한 명령을 정하기 위해 보호관찰소에 피고인의 환경과 재범위험성 등을 조사하게 하는 것입니다. 결과는 서면으로 법원에 전달되며, 조사 과정에서 피고인 외의 관계인도 소환하여 심문할 수 있습니다.
피해 가족을 부를 수 있는 근거가 있나
있습니다. 제2항 후단입니다. 보호관찰소의 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피고인이나 그 밖의 관계인을 소환하여 심문하거나 소속 보호관찰관에게 필요한 사항을 조사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관계인이라는 말에 피해자나 그 가족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조문은 응하지 않았을 때의 제재를 적어 두지 않았습니다. 소환에 따르지 않는다고 과태료가 붙는다는 문장은 제22조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야 하느냐는 물음은 의무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됩니다. 응하면 피해자 쪽의 사정이 서면에 담겨 법원에 갑니다. 응하지 않으면 피고인 쪽 설명만으로 그 항목이 채워질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아이에게 나은지를 보고 정하시면 됩니다.
조사 결과는 어디에 쓰이나
조사의 목적지가 제21조와 제56조라는 점을 다시 보십시오.
제21조 제2항은 유죄판결을 선고할 때 500시간의 범위에서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을 병과하도록 했고, 제4항은 집행유예를 할 때 보호관찰 또는 사회봉사를 함께 붙일 수 있게 했습니다. 제56조 제1항은 형을 선고할 때 아동ㆍ청소년 관련기관등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명령을 함께 선고하도록 하되,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에는 예외로 두었습니다.
이 예외가 조사 결과와 바로 연결됩니다. 보호관찰소가 재범위험성을 낮게 적어 보내면 취업제한이 빠질 수 있고, 높게 적으면 기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피해자 쪽이 전할 수 있는 사정, 예컨대 사건 뒤에도 접근이 있었다거나 사과가 없었다는 사실은 이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료입니다.
응하기로 했다면 무엇을 지켜야 하나
조사관 앞에서 하는 말은 서면이 되어 법원과, 경우에 따라 피고인 쪽에도 전달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쏟아내는 자리가 아니라 사실을 전하는 자리로 보셔야 합니다.
아이를 직접 데려가야 하는지는 따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조문은 관계인을 소환할 수 있다고 했을 뿐 피해아동 본인을 반드시 심문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보호자가 대신 응하겠다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제30조 제1항에 따라 선임한 변호사가 있다면 동행을 요청하시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제5항이 준용되어 변호사가 피해자 쪽의 대리권을 가진다는 점을 알려 주십시오.
비밀은 법이 지켜 줍니다. 제31조 제1항은 수사 또는 재판에 관여하는 공무원에게 피해아동의 인적사항과 사생활 비밀의 누설을 금지합니다.
확인할 것
· 연락한 기관이 어느 보호관찰소이고 어느 법원의 요구에 따른 조사인지
· 피해아동 본인의 출석을 요구하는지, 보호자 면담으로 갈음할 수 있는지
· 선임한 변호사가 동행하거나 서면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지
· 사건 뒤 피고인 쪽의 접촉이나 연락이 있었다면 그 기록이 있는지
· 말한 내용이 어떤 형태로 법원에 전달되는지
이 조사 말고 아이 쪽 사정을 전할 길
판결 전 조사에 응하지 않더라도 피해자 쪽의 목소리를 법원에 전하는 통로는 따로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 제1항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신청하면 법원이 증인으로 신문하도록 했고, 제2항은 그때 피해의 정도 및 결과,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도록 했습니다. 아이가 직접 나서기 어렵다면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신청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제294조의3에 따라 비공개 심리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가 있다면 더 간단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3항이 준용되어 공판절차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
보호관찰소의 연락은 제22조가 정한 판결 전 조사이며, 피해자와의 관계라는 항목 때문에 피해자 쪽에도 닿을 수 있습니다. 응할 의무를 조문이 정해 두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택입니다. 조사 결과가 취업제한과 이수명령의 폭을 정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응하는 쪽이 아이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그 자리에는 변호사와 함께 가시거나 보호자가 대신 응하는 방식으로 아이의 부담을 줄이시기 바랍니다. 응하지 않기로 했다면 제294조의2의 진술권으로 같은 내용을 법정에 직접 전하는 방법이 남아 있습니다.
참조 조문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22조, 제30조, 제31조, 제56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 제294조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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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보호관찰소 조사에 꼭 응해야 하나요?
제22조 제2항은 관계인을 소환하여 심문할 수 있다고 했을 뿐 응하지 않았을 때의 제재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조사 결과가 취업제한 명령과 이수명령의 판단 자료가 되므로 피해자 쪽 사정을 전하는 기회로 볼 수도 있습니다.
아이를 직접 데려가야 하나요?
조문은 피해아동 본인의 출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보호자가 면담에 응하거나 제30조에 따라 선임한 변호사가 대리하는 방식을 먼저 요청해 보시기 바랍니다.
말한 내용이 가해자에게 전달되나요?
조사 결과는 서면으로 법원에 보고되며 재판 자료가 되므로 피고인 쪽이 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31조가 피해아동의 인적사항과 사생활 비밀의 누설을 금지하므로 그 범위를 조사관에게 확인하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조사와 별도로 처벌 의견을 법원에 낼 수 있나요?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에 따라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신청하면 법원은 증인으로 신문하여야 하고,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변호사가 있으면 공판절차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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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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