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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분석/최신동향2026년 10월 10일조회 0

기억 없는 밤의 피해, 당한 쪽이 챙길 증거

눈을 떴을 때 모르는 방이었고, 옷이 흐트러져 있었고, 전날 밤의 마지막 기억은 두 번째 잔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신할 수 없어 며칠을 혼자 보내다가 상담소를 찾는 분이 많습니다. 기억이 없으니 신고해도 소용없을 것 같다는 말을 하십니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한 자를 강간이나 강제추행의 예에 따라 처벌합니다. 기억이 없다는 사정은 이 조문에서 피해자의 약점이 아니라 요건 그 자체입니다. 다만 그 상태를 무엇으로 보여 줄지가 사건의 전부가 되므로, 당한 쪽이 지금 챙길 수 있는 것을 순서대로 적어 보겠습니다.

조문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제299조의 요건은 둘입니다.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을 것, 그리고 가해자가 그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했을 것입니다. 폭행이나 협박은 요구하지 않습니다.

형은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의 예에 의합니다. 간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유사강간이면 2년 이상, 추행이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제300조에 따라 미수도 처벌됩니다.

그래서 다툼은 두 지점에서 생깁니다. 그때 정말 의식이 없었느냐, 그리고 상대가 그 사실을 알고 이용했느냐입니다. 증거는 이 두 물음에 답하는 순서로 모으면 됩니다.

몸에 남은 것은 시간이 지우므로 먼저

신체 증거는 하루하루 사라집니다. 씻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지만, 가능하다면 씻기 전에 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해바라기센터)나 응급의료기관에 가시는 편이 낫습니다. 그곳에서 하는 일은 대략 이렇습니다.

  1. 신체 검사와 손상 기록, 사진 촬영
  2. 약물이나 알코올의 흔적을 확인하기 위한 혈액ㆍ소변 채취
  3. 디엔에이 증거 채취와 보관
  4. 입고 있던 옷과 소지품의 보관
  5. 진료 기록의 작성

이 가운데 디엔에이 증거는 공소시효에도 영향을 줍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 제2항은 제2조 제3호의 죄, 곧 형법 제299조를 포함한 강간과 추행의 죄에 대하여 디엔에이 증거 등 과학적인 증거가 있으면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된다고 정했습니다. 지금 당장 고소를 결심하지 못하더라도 증거를 남겨 두는 일은 뒤로 미루지 마십시오.

주의
약물의 흔적은 신체에서 빨리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검사 가능 시간은 약물의 종류와 검사 방법에 따라 다르므로 며칠이 지났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의료기관에 먼저 물어보십시오. 옷과 침구는 세탁하지 말고 종이봉투에 따로 담아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 밤의 시간표를 되살릴 자료

기억이 끊긴 구간은 기록으로 채웁니다. 본인의 기억 대신 기계가 남긴 것들입니다.

  • 카드 결제 내역과 그 시각, 결제 장소
  • 택시 호출 기록, 대중교통 이용 내역
  • 휴대전화의 통화ㆍ메시지 기록과 발신 시각, 위치 정보
  • 술집, 숙박업소, 건물 출입구의 영상
  • 함께 있던 사람들의 사진과 메시지

영상은 보존 기간이 짧은 곳이 많습니다. 어느 가게의 몇 시 영상인지를 적어 수사기관에 보존 요청을 해 달라고 하시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변호사가 있다면 그 요청을 대신 넣습니다.

본인의 상태를 보여 주는 자료도 중요합니다. 그 시각에 보낸 메시지의 오타, 걸음걸이가 담긴 영상, 친구에게 걸었던 전화에서 들린 목소리 같은 것들이 의식의 정도를 말해 줍니다.

상대가 남긴 말을 지우지 말 것

다음 날 온 메시지가 사건의 열쇠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안하다는 말, 기억나느냐는 물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말 모두 그 자체로 자료입니다.

답장을 어떻게 할지는 신중해야 합니다. 상대의 말을 끌어내려고 먼저 연락하는 일은 권하지 않습니다. 온 메시지는 그대로 두고, 삭제하거나 차단하기 전에 화면을 촬영해 두십시오. 대화 전체가 보이도록 위아래를 함께 담아야 나중에 일부만 잘랐다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의 기억도 자료입니다. 그날 함께 있던 사람에게 본인이 어떤 상태였는지, 누가 데려갔는지를 가능한 한 빨리 물어 두십시오. 시간이 지나면 그 기억도 흐려집니다.

고소는 어디에 어떻게 하나

형사소송법 제237조 제1항은 고소를 서면 또는 구술로 사법경찰관에게 하도록 정했습니다. 경찰서에 가서 말로 해도 되고, 구술로 하면 제2항에 따라 사법경찰관이 서류를 작성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6조 제2항에 따라 경찰서마다 성폭력범죄 전담 사법경찰관이 지정되어 있고, 제27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제6항에 따라 검사에게 국선변호사 선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는 제2항에 따라 조사에 참여하여 의견을 진술합니다.

조사 녹화는 형사소송법 제221조 제1항에 따라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제3항이 준용하는 제163조의2에 따라 신뢰관계인의 동석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혼자 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사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면

사법경찰관은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에 따라 혐의가 인정되면 검사에게 송치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유를 적은 서면과 함께 기록을 검사에게 송부합니다. 후자의 경우 제245조의6에 따라 7일 이내에 고소인에게 그 취지와 이유를 서면으로 알려야 하며, 이의신청 안내와 서식도 함께 보내야 합니다.

고소인은 제245조의7 제1항에 따라 그 사법경찰관이 속한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제3항에 따라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합니다. 기억이 없는 사건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한 불송치가 적지 않습니다. 이 기간을 미리 알아 두셔야 합니다.

확인할 것
· 의료기관 방문과 검체 채취, 진료 기록 확보
· 그날의 결제ㆍ이동ㆍ통화 기록을 시각순으로 정리한 표
· 영상 보존이 필요한 장소와 시간대 목록
· 상대와 주변인의 메시지 화면 전체 촬영
· 변호사 선임 또는 국선변호사 선정 요청 여부
· 불송치 통지를 받았다면 3개월 이의신청 기한

정리

제299조에서 기억이 없다는 사정은 요건이지 결격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 상태를 무엇으로 보여 주느냐입니다. 신체 증거와 기록, 상대의 말이 그 역할을 나누어 맡습니다.

신체 증거는 가장 먼저 사라지고, 영상은 그다음입니다. 고소 여부를 아직 정하지 못했더라도 그 둘은 지금 챙겨 두시고, 고소를 결심하시면 전담 사법경찰관과 피해자 변호사 제도를 함께 쓰십시오. 디엔에이 증거가 있으면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되므로 시간에 쫓겨 결정을 서두르실 필요는 없습니다.

참조 조문

형법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299조, 제300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21조, 제26조, 제27조 · 형사소송법 제163조의2, 제221조, 제237조, 제245조의5, 제245조의6, 제245조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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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기억이 전혀 없는데도 고소가 되나요?

형법 제299조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ㆍ추행을 처벌하므로 기억이 없다는 사정은 요건에 해당합니다. 그 상태를 신체 증거, 결제와 이동 기록, 영상, 주변인 진술, 상대의 메시지로 보여 주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 됩니다.

이미 며칠이 지났습니다. 병원에 가도 소용없나요?

약물 검사 가능 시간은 종류와 방법에 따라 다르므로 의료기관에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손상 기록과 진료 기록은 시간이 지나도 의미가 있고, 성폭력처벌법 제21조 제2항에 따라 디엔에이 증거가 있으면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됩니다.

고소는 검찰에 해야 하나요, 경찰에 해야 하나요?

형사소송법 제237조 제1항에 따라 고소는 서면 또는 구술로 사법경찰관에게 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6조 제2항에 따라 경찰서마다 성폭력범죄 전담 사법경찰관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증거가 부족하다며 송치하지 않으면 끝인가요?

제245조의6에 따라 불송치 취지와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받으며, 제245조의7에 따라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그 사법경찰관 소속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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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09

대표 변호사 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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