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 두 시가 넘도록 딸의 휴대폰이 꺼져 있었습니다. 아침에야 낯선 원룸에서 연락이 왔고, 아이는 친구 언니가 부른 대학생들과 술을 마신 뒤부터 기억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경찰서에서 들은 죄명은 생각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강간이 아니라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그중에서도 준강간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때리거나 위협한 일이 없었다는데 왜 이렇게 무거운 죄가 되는지, 부모가 그 이름을 어떻게 이해하면 되는지 정리했습니다.
폭행이 없었는데도 강간과 같은 형이 나오나
나옵니다. 출발점은 형법 제299조입니다.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하면 강간이나 강제추행과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 폭행이나 협박 대신,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사실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피해자가 19세 미만이면 한 단계가 더 붙습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 제4항은 아동ㆍ청소년에게 형법 제299조의 죄를 범한 사람을 같은 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로 처벌한다고 정했습니다. 제1항부터 제3항은 청소년을 폭행ㆍ협박으로 강간하거나 유사 행위를 하거나 추행한 경우의 형입니다. 결국 술에 취한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행위는 그 아이를 힘으로 제압한 경우와 같은 줄에 놓입니다.
어떤 행위였느냐에 따라 형은 어떻게 갈리나
준강간이라는 말 하나로 부르지만 실제로는 행위의 종류에 따라 세 갈래로 나뉘고, 같은 행위를 성인에게 했을 때와 나란히 놓으면 그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 행위 | 피해자가 성인일 때 | 피해자가 청소년일 때 |
|---|---|---|
| 간음 | 형법 제297조의 예, 3년 이상 유기징역 | 제7조 제1항의 예,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
| 성기 외 신체 일부나 도구를 이용한 유사 행위 | 형법 제297조의2의 예, 2년 이상 유기징역 | 제7조 제2항의 예, 5년 이상 유기징역 |
| 추행 | 형법 제298조의 예,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 | 제7조 제3항의 예, 2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 |
제6항은 이 죄들의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아이가 중간에 깨어나 자리를 피했더라도 사건이 가벼워지지는 않습니다.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는 형을 정할 때 고려될 뿐, 죄명 자체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술에 취한 상태를 어떻게 항거불능으로 보나
술을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그 시점에 아이가 상황을 알아채고 거부할 수 있었느냐가 쟁점이고, 이것은 그날의 기록으로 다툽니다. 가해자 쪽은 대개 아이가 대화도 하고 스스로 걸었다고 주장하므로, 그 주장을 반박할 자료를 먼저 모아야 합니다.
- 술자리 가게와 원룸 건물 입구의 영상에 찍힌 걸음걸이, 부축 여부
- 택시 호출 기록이나 대리 결제 내역에 남은 이동 시각
- 그 시간대 딸의 휴대폰에 남은 메시지, 통화, 사진
- 함께 있던 친구들이 본 장면과 그 뒤 주고받은 대화
- 사건 직후 병원에서 받은 진료 기록
기억이 끊긴 구간이 길수록, 아이의 기억으로 채울 수 없는 빈칸을 외부 기록이 메워야 합니다.
가해자도 취했다고 하면 형이 줄어드나
대학생 쪽에서 자기도 만취해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가 있으면 벌하지 않거나 형을 줄일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러나 청소년성보호법 제19조는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아동ㆍ청소년대상 성폭력범죄를 범한 경우 이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따로 두었습니다. 술은 이 사건에서 가해자에게 유리한 사정이 되기 어렵습니다.
상대가 고등학생인 줄 몰랐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습니다. 술자리에서 학교나 나이 이야기가 오갔는지, 서로 주고받은 메시지에 무엇이 남았는지를 미리 보존해 두시면 그 다툼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친구 언니가 자리를 만들면서 나이를 어떻게 소개했는지도 중요한 사정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고소할 수 있나
제20조 제1항에 따라 아동ㆍ청소년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에 이른 날부터 진행합니다. 고2 딸이라면 시효는 아직 출발조차 하지 않은 셈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제7조의 죄에 디엔에이 증거 같은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시효를 10년 늘립니다.
그렇다고 늦출 이유는 없으니, 영상 기록이 덮어써지고 친구들의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움직이셔야 합니다.
절차에서는 혼자가 아닙니다. 제30조가 성폭력처벌법 제27조를 준용하므로 19세 미만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으면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선정해야 합니다. 그 변호사는 아이의 조사에 참여해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재판에도 출석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지금 무엇을 하면 되나
- 아이에게 그날 일을 여러 번 묻지 않습니다. 진술은 수사기관 조사에서 한 번에 하도록 돕습니다.
- 아이 휴대폰의 대화와 사진, 통화 목록을 지우지 않도록 하고 화면 캡처를 따로 보관합니다.
- 술자리 장소와 이동 경로를 정리해 담당 수사관에게 영상 확보를 요청합니다.
- 함께 있던 친구들의 연락처를 확인해 둡니다. 다만 부모가 그 친구들을 조사하듯 캐묻지는 않습니다.
- 국선변호사 선정 여부를 수사관에게 확인하고, 사선으로 선임할지 정합니다.
상대 쪽에서 연락이 온다면
· 대학생 본인이나 가족, 친구 언니를 통해 만나자는 연락이 와도 응하지 않습니다
· 연락이 온 날짜와 내용을 그대로 저장합니다
· 협박이 섞인 합의 요구는 제16조의 별도 범죄가 될 수 있으니 수사관에게 알립니다
· 합의에 관한 이야기는 피해자 변호사가 받도록 창구를 하나로 정합니다
정리
술에 취한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성범죄는 폭행이 없어도 제7조 제4항을 거쳐 청소년 강간ㆍ강제추행과 같은 형으로 다뤄집니다. 간음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추행이면 2년 이상 유기징역이 기준이고 미수도 처벌됩니다. 가해자가 취해 있었다는 사정도 이 무게를 덜어 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사건의 중심은 그날 아이가 거부할 수 있는 상태였느냐이고, 그것은 영상과 이동 기록, 메시지로 증명합니다. 기록이 사라지기 전에 담당 수사관에게 확보를 요청하고, 아이의 진술 과정과 상대의 연락은 피해자 변호사와 함께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6조, 제19조, 제20조, 제30조 · 형법 제10조,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 제299조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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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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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딸이 술을 스스로 마셨는데도 준강간이 되나요?
스스로 마셨는지보다 그 시점에 상황을 알아채고 거부할 수 있었느냐가 쟁점입니다. 그 상태를 이용했다면 형법 제299조와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 제4항이 적용됩니다.
상대가 끝까지 하지 못했다면 처벌이 약해지나요?
제7조 제6항은 제1항부터 제5항까지의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미수라도 사건 자체는 그대로 진행됩니다.
가해자가 자기도 만취했다고 하면 형이 줄어드나요?
제19조는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의 아동ㆍ청소년대상 성폭력범죄에 형법상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했습니다.
고소를 몇 년 뒤에 해도 되나요?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에 이른 날부터 진행합니다. 다만 영상 기록과 목격자의 기억은 빨리 사라지므로 늦출 이유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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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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