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앞에 놓인 택배를 대신 뜯은 사람은 같이 사는 여자친구였습니다. 상자 안에는 단추만 한 렌즈가 달린 소형 카메라 두 개가 들어 있었고, 그녀는 그날 저녁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카메라는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였고, 어디에도 설치된 적이 없습니다. 며칠 뒤 출석 요구 문자를 받은 남성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하나입니다. 사기만 한 것도 죄가 되느냐. 답은 조문을 몇 개 겹쳐 보아야 나옵니다.
사 두기만 한 것도 처벌 대상인가
형법 제28조는 범죄의 예비나 음모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않았다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그러니 물어야 할 것은 몰래 촬영에 대해 그 특별한 규정이 있느냐입니다.
성폭력처벌법에는 제15조의2라는 예비ㆍ음모 처벌 조문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조문이 붙잡는 범위는 제3조부터 제7조까지의 죄를 범할 목적인 경우뿐입니다. 특수강도강간, 특수강간, 친족관계 강간, 장애인 강간, 13세 미만 강간 같은 죄들입니다.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은 제14조에 있습니다. 제15조의2가 정한 범위 밖입니다. 그래서 몰래 찍을 생각으로 카메라를 산 단계는, 그 자체로는 이 법에서 처벌하는 예비가 되지 않습니다.
| 단계 | 몰래 촬영 (제14조) | 강간 등 (제3조~제7조) |
|---|---|---|
| 예비ㆍ음모 | 처벌 조문 없음 | 3년 이하의 징역 (제15조의2) |
| 미수 | 처벌 (제15조) | 처벌 (제15조) |
| 기수 |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 각 조문이 정한 형 |
그런데 왜 경찰이 부르나
수사기관이 보는 것은 택배 상자 하나가 아닙니다. 카메라를 산 사람이 이미 다른 곳에서 찍은 것이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 출석 요구의 실제 이유인 경우가 많습니다.
휴대전화 사진첩, 클라우드, 노트북 폴더에 몰래 찍은 영상이 하나라도 나오면 사건의 성격이 완전히 바뀝니다. 그때는 제14조 제1항의 촬영이 이미 끝난 것이어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기준이 됩니다. 남이 찍은 불법 촬영물을 내려받아 갖고 있었다면 같은 조 제4항의 소지ㆍ저장도 따로 문제가 됩니다.
정말로 산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면, 조사에서 그 점을 차분히 확인받는 것이 목표가 됩니다.
설치했다면 어디서부터 미수가 되나
여기가 경계입니다. 제15조는 제14조의 미수범을 처벌한다고 정했습니다. 형법 제25조에 따르면 미수는 실행에 착수했으나 끝내지 못한 경우입니다.
상자 속에 그대로 둔 카메라와, 화장실 환풍구에 붙여 녹화 버튼까지 눌러 둔 카메라는 전혀 다른 단계입니다. 실무에서는 촬영 대상이 나타나기만 하면 바로 찍히도록 설치와 작동을 마친 경우를 실행의 착수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도 찍히지 않은 채 발견되었더라도 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설치 장소를 둘러보기만 했거나,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다니기만 한 단계라면 착수 여부를 다툴 여지가 남습니다. 어디까지 했는지가 사건의 무게를 가릅니다.
카메라 말고 따로 걸리는 죄는 없나
있습니다. 몰래 촬영을 하려면 대개 어딘가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 성적 욕망을 채울 목적으로 공중화장실, 목욕장, 탈의실, 모유수유시설 같은 곳에 들어갔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2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카메라를 꺼내지 않았어도 이 죄는 따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 남의 집이나 관리되는 건물에 들어갔다면 형법 제319조의 주거침입이 문제 됩니다.
- 설치하다 들켜 달아나면서 다른 사람을 밀치거나 다치게 했다면 그 행위도 별도로 따집니다.
강간 목적이라는 의심이 붙으면 달라지나
달라집니다. 이 부분이 가장 위험합니다.
카메라와 함께 수면제나 약물을 산 기록, 특정인을 노린 듯한 메시지가 함께 나오면 수사기관은 단순한 촬영 준비가 아니라 제3조부터 제7조까지의 죄를 준비한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제15조의2가 적용될 수 있고,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3년 이하의 징역이 걸린 사건이 됩니다.
목적은 결국 진술과 정황으로 판단됩니다. 조사에서 무심코 한 말 한 마디가 목적을 바꿔 놓을 수 있으니, 질문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답해야 합니다.
주의
신고한 사람에게 직접 연락해 오해였다고 설명하거나 신고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하지 마십시오. 같은 집에 산다면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그 대화가 압박으로 받아들여지면 사건이 훨씬 무거워집니다. 하실 말씀이 있다면 변호인을 통해 전하십시오.
조사 전에 무엇을 준비하나
첫 조사 전 며칠이 중요합니다.
- 구매 경위를 시간 순서로 적어 둡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보고 샀는지, 산 뒤 무엇을 했는지입니다.
- 휴대전화와 컴퓨터의 자료를 지우지 않습니다. 삭제 흔적은 포렌식에서 드러나고, 숨길 것이 있었다는 인상만 남깁니다.
- 기기를 임의로 제출할지,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는 변호인과 먼저 상의합니다.
- 조사에는 변호인과 함께 출석합니다. 목적을 묻는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가 적용 조문을 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점검해 볼 것
· 카메라를 실제로 어딘가에 붙이거나 켠 적이 있는가
· 촬영을 위해 화장실이나 탈의실 같은 곳에 들어간 적이 있는가
· 휴대전화나 클라우드에 다른 사람을 몰래 찍은 파일이 있는가
· 함께 산 물건 중 오해를 살 만한 것이 있는가
정리
몰래 촬영 목적으로 카메라를 사기만 한 단계는 성폭력처벌법의 예비 처벌 범위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제15조의2가 제3조부터 제7조까지만 붙잡기 때문입니다.
다만 설치와 작동까지 마쳤다면 미수가 되고, 들어간 장소에 따라 다중이용장소 침입이나 주거침입이 따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약물 같은 정황이 겹치면 강간 예비로 다뤄질 위험도 있습니다. 실제로 어디까지 했는지를 정확히 정리하고, 그 사실을 변호인과 함께 조사에서 확인받는 것이 이 단계의 핵심입니다.
참조 조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 제14조, 제15조, 제15조의2 · 형법 제25조, 제28조, 제319조
13년차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부산·울산·창원·대구·제주 권역에서 같은 유형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사건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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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카메라를 샀다는 이유만으로 신상정보 등록이 되나요?
신상정보 등록은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되어야 시작됩니다. 구입 단계는 성폭력처벌법상 처벌 조문이 없으니, 설치 뒤 미수나 실제 촬영으로 유죄가 확정될 때 비로소 등록 문제가 생깁니다.
설치는 했지만 아무것도 찍히기 전에 들켰습니다.
제15조가 제14조의 미수범을 처벌하므로 미수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설치와 작동을 어디까지 마쳤는지가 실행 착수 판단의 핵심입니다.
카메라를 경찰에 내야 하나요?
임의제출을 요구받을 수 있고, 거부하면 압수수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출 여부와 범위는 조사 전에 변호인과 정하십시오.
신고한 여자친구와 아직 같이 삽니다. 대화를 해도 되나요?
일상 대화를 넘어서 사건 이야기를 꺼내거나 신고 취소를 부탁하는 것은 피하십시오. 필요한 이야기는 변호인을 통해 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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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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