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을 내고 2주쯤 지난 밤이었습니다.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는데, 가해자의 어머니라며 한 번만 만나서 사정을 들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피해자는 답장도 하지 못한 채 휴대전화를 엎어 두고 밤을 새웠습니다. 다음 날에는 가해자의 친구라는 사람이 SNS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합의 이야기를 들을지는 피해자가 정할 일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피해자 본인이 직접 들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니, 연락을 변호사 쪽으로 돌리는 방법을 순서대로 적습니다.
합의 연락까지 변호사에게 맡길 수 있나
맡길 수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1항은 피해자와 법정대리인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게 했고, 제5항은 그 변호사에게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대리가 허용될 수 있는 모든 소송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대리권을 주었습니다.
합의를 주고받는 일 자체는 법정 밖에서 이루어집니다. 그 부분은 피해자가 변호사에게 따로 맡기는 위임으로 처리됩니다. 소송행위의 대리권과 합의 교섭의 위임을 한 변호사에게 모으면, 수사기관과 법원, 가해자 쪽을 상대하는 창구가 하나로 정리됩니다.
| 피해자 변호사가 맡는 일 | 근거 |
|---|---|
| 피해자 조사에 참여해 의견 진술 | 제27조 제2항 |
| 구속 전 피의자심문, 공판준비기일, 공판 출석과 의견 진술 | 제27조 제3항 |
| 관계 서류와 증거물의 열람ㆍ등사 | 제27조 제4항 |
| 형사절차상 소송행위의 포괄 대리 | 제27조 제5항 |
| 가해자 측 합의 제안의 수령과 조건 검토 | 피해자의 위임 |
창구를 변호사로 돌리는 순서는
- 변호사를 선임하면 변호사가 선임 사실을 담당 수사관에게 알리고 서류를 냅니다.
- 가해자 쪽에서 연락이 왔다는 사실과 날짜를 수사관에게 전하고, 피해자의 연락처가 상대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요청합니다.
- 변호사가 가해자의 변호인에게 앞으로의 연락은 모두 피해자 변호사에게 하라고 서면으로 통지합니다.
- 그 뒤에도 직접 연락이 오면 대꾸하지 말고 화면을 저장해 변호사에게 넘깁니다.
답장은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연락하지 말라는 한 줄조차 상대에게는 대화가 열렸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습니다.
가족도 같은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부모나 배우자가 대신 전화를 받아 조건을 듣기 시작하면 창구가 다시 여러 개로 갈라집니다.
이미 받은 문자와 전화는 어떻게 쓰이나
지우지 말고 남겨 두십시오. 발신 번호와 시각이 보이게 화면을 저장하고, 통화 목록도 함께 캡처합니다. 누가 누구를 대신해 연락했는지가 드러나는 대목은 따로 표시해 두면 좋습니다.
이 기록은 쓸모가 큽니다. 형사소송법 제70조 제2항은 구속 사유를 심사할 때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하도록 했습니다. 가해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피해자 쪽에 거듭 접촉해 왔다는 사정은 수사기관과 법원이 신병을 판단할 때 살피는 자료가 됩니다.
메시지에 협박이나 보복을 암시하는 말이 섞여 있다면 그 자체가 별도의 범죄가 될 수 있으니 바로 수사관에게 알리십시오. 성폭력처벌법 제23조는 법원과 수사기관이 피해자를 조사하거나 증인으로 신문할 때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의 보호 규정을 준용하게 하면서, 대부분의 규정에서 보복 우려를 따로 요구하지 않습니다.
변호사가 없다면 국선으로 정해 달라고 할 수 있나
제27조 제6항은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없는 경우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선정하여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장애로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하다면 검사는 반드시 선정해야 합니다.
성인도 길이 막혀 있지 않습니다.
담당 수사관이나 검사실에 가해자 쪽 연락 때문에 피해자 변호사가 필요하다고 사정을 설명하고 선정을 요청하십시오. 선정되면 국선변호사가 위에 적은 순서대로 창구 정리를 맡게 됩니다.
합의 제안이 오면 무엇을 따져야 하나
먼저 알아 둘 것이 있습니다. 강간과 추행의 죄는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하던 형법 제306조가 삭제되어, 합의를 해도 사건이 저절로 끝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는 형을 정할 때 참작되는 사정입니다. 그래서 가해자 쪽이 가장 얻고 싶어 하는 것이 처벌불원 문구입니다.
제안서에서 확인할 것
· 처벌불원 문구를 넣으라고 하는지, 넣는다면 어떤 표현인지
· 금액과 지급 시기, 나누어 낸다면 중간에 끊겼을 때의 처리
· 앞으로 연락하거나 접근하지 않겠다는 약속
· 촬영물이 있는 사건이라면 원본과 사본을 지웠다는 확인 방법
·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어디까지 포기하는지
제안을 받았다고 응할 의무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거절해도 되고, 재판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다시 검토해도 됩니다.
합의하지 않으면 그다음은
합의가 되지 않으면 가해자 쪽이 피해 회복을 위한 돈을 법원에 공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탁은 합의와 다릅니다. 피해자가 동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6 제1항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권리 회복에 필요한 금전을 공탁한 경우 법원이 판결 선고 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정했습니다. 공탁금을 받을 생각이 있는지, 공탁이 피해 회복으로 평가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 단계에서 피해자 변호사가 정리해 낼 수 있습니다.
공판에 직접 나가 처벌에 관한 생각을 밝히는 길도 열려 있습니다. 출석이 부담스럽다면 변호사가 의견서로 대신 전달합니다.
정리
가해자 쪽의 합의 연락을 피해자가 감당할 이유는 없습니다. 제27조 제5항의 포괄적 대리권과 합의 교섭의 위임을 한 변호사에게 모으면, 연락은 피해자 변호사 한 곳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미 받은 문자와 전화는 지우지 말고 수사관에게 알리고, 변호사가 없다면 국선 선정을 요청하십시오. 합의에 응할지, 언제 어떤 조건으로 응할지는 피해자 변호사와 함께 천천히 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참조 조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 제27조 · 형사소송법 제70조, 제294조의6 · 형법 제306조
13년차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부산·울산·창원·대구·제주 권역에서 같은 유형 사건을 다뤄왔습니다. 사건의 갈림길에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시다면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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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가해자 가족이 보낸 문자에 답장해도 되나요?
답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화면을 저장해 피해자 변호사와 담당 수사관에게 전달하고, 앞으로 연락은 변호사에게 하도록 변호사가 상대 쪽에 통지하게 하십시오.
피해자 변호사가 합의금 협상까지 해 줄 수 있나요?
성폭력처벌법 제27조 제5항은 형사절차상 소송행위의 포괄 대리권을 정하고, 합의 교섭은 피해자가 변호사에게 따로 위임하는 방식으로 맡길 수 있습니다.
합의서에 서명하면 재판이 끝나나요?
끝나지 않습니다. 형법 제306조가 삭제되어 강간과 추행의 죄는 합의와 무관하게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고, 처벌불원 의사는 양형에서 참작됩니다.
합의를 거절했더니 상대가 공탁을 했다고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6에 따라 법원은 판결 선고 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공탁에 대한 입장을 피해자 변호사를 통해 정리해 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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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19
대표 변호사 한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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