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기 몇 주 전, 남자친구의 휴대전화 사진첩을 넘기다가 손이 멈췄습니다. 잠든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날짜별로 여러 개 있었습니다. 따지자 그는 바로 지웠다며 빈 앨범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휴대전화는 클라우드와 자동으로 맞춰지는 기종이었고, 그는 노트북도 따로 쓰고 있었습니다. 지웠다는 말 한마디로는 잠이 오지 않습니다. 상대가 가진 원본과 사본까지 실제로 없어지게 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피해자 쪽에서 정리합니다.
지웠다는 말을 왜 그대로 믿기 어렵나
휴대전화 사진첩에서 지운 파일은 휴지통 폴더로 옮겨졌다가 일정 기간 뒤에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 백업을 켜 두었다면 클라우드에 사본이 따로 남고, 메신저의 나에게 보내기나 노트북 폴더로 옮겨 둔 파일은 휴대전화와 상관없이 그대로입니다.
피해자가 직접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그렇다고 상대 휴대전화를 빼앗아 지우거나, 계정에 몰래 들어가 백업을 정리하는 일은 피하셔야 합니다. 그 자체가 다른 법적 시비를 낳고, 무엇보다 범행의 증거가 사라집니다. 원본이 남아 있어야 상대를 처벌할 수 있고, 처벌 절차 안에서 원본을 없애는 길도 열립니다.
고소하면 수사기관은 기기를 어떻게 가져가나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이 혐의로 고소하면 수사기관은 촬영에 쓰인 기기와 파일이 있을 만한 곳을 확보하려 합니다.
길은 둘입니다. 하나는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에 따른 영장 압수입니다. 사법경찰관이 신청하고 검사의 청구로 판사가 영장을 발부합니다. 다른 하나는 같은 법 제218조의 임의제출입니다. 상대가 스스로 기기를 내면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나 노트북 같은 정보저장매체는 원칙적으로 필요한 정보의 범위를 정해 복제하거나 출력해 가져갑니다. 범위를 정하기 어렵거나 그 방법으로는 목적을 이루기 힘들면 기기 자체를 압수합니다. 수사기관의 압수에도 같은 법 제106조 제3항이 준용됩니다.
이 대목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범위를 정합니다. 상대가 어떤 기기를 쓰는지, 클라우드를 쓰는지, 노트북이 몇 대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대개 피해자입니다. 고소장과 첫 조사에서 사본이 있을 만한 곳을 빠짐없이 말해야 영장에도 그곳이 들어갑니다.
조사 전에 적어 둘 것
· 영상을 본 날짜와 장소, 본 기기의 기종과 색상
· 상대가 쓰는 클라우드나 백업 서비스 이름
· 노트북, 태블릿, 외장 하드처럼 상대가 가진 다른 저장 장치
· 상대가 지웠다고 말한 메시지나 녹음
· 상대가 영상을 누군가에게 보냈다고 의심되는 정황
판결로 원본을 없애는 장치는 무엇인가
형법 제48조 제1항은 범죄행위에 제공한 물건과 범죄행위로 생긴 물건을 몰수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촬영에 쓴 휴대전화는 앞의 것, 몰래 찍은 영상 파일은 뒤의 것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 전체를 몰수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조 제3항은 전자기록 같은 특수매체기록의 일부가 몰수 대상이 되면 그 부분을 폐기한다고 정합니다. 기기는 돌려주더라도 영상이 든 부분은 없애야 한다는 뜻입니다.
| 단계 | 근거 | 피해자 쪽에서 챙길 것 |
|---|---|---|
| 압수 |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 제218조 | 저장 장치와 클라우드 목록을 수사관에게 전달 |
| 기소 전 환부 청구 | 형사소송법 제218조의2 | 돌려주기 전에 영상이 지워지는지 확인 요청 |
| 판결의 몰수 | 형법 제48조 제1항ㆍ제3항 | 검사에게 몰수와 폐기 구형을 요청 |
| 몰수 선고가 없을 때 | 형사소송법 제332조 | 압수가 해제된 것으로 보므로 판결 전에 의견 제출 |
판결 전에 기기가 먼저 돌아갈 수도 있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18조의2 제1항은 사본을 확보하는 등 압수를 계속할 필요가 없는 압수물은 소유자 등이 청구하면 공소제기 전이라도 돌려주도록 정합니다. 수사기관이 영상의 사본을 증거로 떠 두었다면, 상대는 업무에 휴대전화가 필요하다며 환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기기 속 영상이 함께 돌아가면 압수의 의미가 반감됩니다. 피해자 쪽은 담당 수사관에게 환부 청구가 있는지 물어보고, 돌려주기 전에 해당 파일이 지워지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판결 단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법 제332조는 압수한 물품에 몰수 선고가 없으면 압수를 해제한 것으로 봅니다. 몰수 여부는 판결에서 정해지므로, 피해자 변호사는 제27조 제3항에 따라 공판에 출석해 몰수와 폐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이미 인터넷에 올라갔다면
상대 기기만의 문제가 아니라면 대응이 하나 더 필요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23조의2 제1항은 사법경찰관리가 디지털 성범죄 신고를 받고 촬영물이 정보통신망에 유통되는 사실을 확인하면 지체 없이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에 삭제나 접속차단을 요청하도록 정했습니다. 처리 절차도 피해자에게 안내해야 합니다.
피해자 쪽에서 할 일은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 유포가 의심되는 게시물의 주소와 화면을 저장합니다. 영상 자체를 내려받아 퍼뜨리는 일이 되지 않도록 화면 캡처로 충분합니다.
- 고소장이나 추가 진술 때 그 자료를 함께 내고, 삭제 요청 진행 상황을 안내해 달라고 말합니다.
-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가의 삭제 지원을 따로 신청합니다.
주의
상대에게 영상을 다 지웠는지 증명하라고 다그치는 연락은 삼가십시오.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상대가 기기를 바꾸거나 백업을 옮길 계기를 줄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소 뒤 피해자 변호사를 통해 전하는 편이 낫습니다.
정리
상대가 지웠다고 말한 영상을 실제로 없애는 길은 형사절차 안에 있습니다. 압수로 원본을 확보하고, 기소 전 환부 단계와 판결의 몰수 단계에서 파일이 남지 않도록 챙기는 것이 순서입니다. 형법 제48조 제3항이 전자기록의 해당 부분 폐기를 정해 두었으니, 기기를 돌려주더라도 영상은 남지 않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피해자가 아는 정보를 처음부터 수사기관에 넘기는 것입니다. 저장 장치 목록을 정리하고, 각 단계에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피해자 변호사와 함께 절차를 따라가시기 바랍니다.
참조 조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23조의2, 제27조 ·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215조, 제218조, 제218조의2, 제219조, 제332조 · 형법 제4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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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상대가 영상을 이미 지웠다고 하는데 고소할 수 있나요?
고소할 수 있습니다. 촬영 행위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의 죄가 성립하고, 지운 파일도 포렌식으로 복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클라우드와 다른 저장 장치까지 압수 범위에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사기관이 휴대전화를 돌려주면 영상도 같이 돌아가나요?
형사소송법 제218조의2는 사본을 확보한 압수물을 공소제기 전에도 돌려줄 수 있게 합니다. 돌려주기 전에 해당 파일이 지워지는지 확인해 달라고 수사관에게 요청하십시오.
판결에서 휴대전화가 몰수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형사소송법 제332조는 몰수 선고가 없으면 압수를 해제한 것으로 봅니다. 형법 제48조 제3항은 전자기록의 일부가 몰수 대상이면 그 부분을 폐기하도록 하니, 재판 단계에서 몰수와 폐기 의견을 내야 합니다.
인터넷에 올라간 것 같으면 무엇부터 하나요?
유포 주소와 화면을 저장해 고소 때 함께 내십시오. 성폭력처벌법 제23조의2에 따라 사법경찰관리는 확인 즉시 삭제나 접속차단을 요청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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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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