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에서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는 어머니는 아들이 성범죄 사건의 피의자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날 밤에 오래된 진료 기록 묶음을 꺼냈습니다. 아들은 스물여섯이고, 열아홉에 처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뒤 입원 두 번과 통원 치료가 이어져 왔습니다. 어머니가 상담에서 먼저 물은 것은 그 치료 이력이 형을 정하는 자리에서 어떻게 읽히는지였습니다. 성범죄에는 심신장애 감경을 막는 특례가 따로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 특례가 어디까지 미치고 어디서 멈추는지부터 짚었습니다.
심신장애를 법은 어떻게 나누어 두었나
형법은 책임을 두 단계로 갈라 둡니다.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한 행위는 벌하지 않고, 그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한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조문이 갈라 둔 세 갈래
① 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상태의 행위는 벌하지 않습니다. ② 그 능력이 미약한 상태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습니다. ③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스스로 그 상태를 만든 경우에는 ①과 ②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두 번째 갈래의 어미입니다.
능력이 미약했다고 인정되더라도 감경은 법원의 재량으로 남습니다. 세 번째 갈래는 그보다 더 직접적입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알면서 스스로 그 상태를 만들었다면 앞의 두 갈래가 아예 닿지 않습니다.
듣거나 말하는 데 모두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해 형을 감경한다는 별도 규정도 있습니다. 이쪽은 재량이 아니라 반드시 감경하는 구조입니다.
성범죄에 따로 붙은 특례는 무엇을 막는 조항인가
성폭력처벌법에는 형법상 감경규정에 관한 특례가 한 조문으로 들어 있습니다.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때에는 앞서 본 두 갈래와 청각·언어 장애인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조항이 겨누는 지점은 분명합니다.
스스로 취한 상태를 들어 형을 덜어 달라는 주장을 성범죄에서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문언이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로 되어 있어 판단 여지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음주를 근거로 형이 내려가기를 기대하고 쓸 조문은 아닙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특례가 원인을 음주와 약물 두 가지로 적어 두었다는 점입니다. 조문은 그 둘 밖의 원인을 말하지 않습니다.
질병에서 온 심신장애도 특례에 걸리나
조문 문언대로 보면 걸리지 않습니다.
특례는 음주나 약물이 원인이 된 상태를 전제로 적혀 있습니다.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처럼 질병에서 비롯된 상태는 그 문언에 담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형법의 감경 또는 면제 조항을 주장할 자리가 그대로 남습니다.
다만 자리가 남아 있다는 것과 감경이 된다는 것은 다른 말입니다. 진단명이 적힌 종이만으로는 부족하고, 행위 당시의 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어떠했는지가 판단 대상입니다. 진단 시점과 사건 시점 사이에 증상이 안정되어 있었다면 다툴 폭은 그만큼 좁아집니다. 반대로 사건 직전 1주일 사이에 증상이 급격히 나빠진 기록이 남아 있다면 설명의 출발점이 생깁니다.
| 심신장애의 원인 | 특례가 닿는지 | 남는 주장 |
|---|---|---|
| 술에 취한 상태 | 닿습니다 | 형법상 감경 주장이 배제될 수 있음 |
| 약물로 인한 상태 | 닿습니다 | 같음. 약물의 종류와 복용 경위를 가름 |
| 질병으로 인한 상태 | 문언상 대상이 아닙니다 | 행위 당시 능력을 자료로 다툴 수 있음 |
| 질병과 음주가 겹친 경우 | 원인 평가에서 갈립니다 | 진료 기록과 감정으로 원인을 가름 |
특례 밖에 남는 죄는 어떤 것인가
특례 조문은 성폭력범죄 전부를 상대로 하면서 괄호 하나로 한 묶음을 빼 두었습니다. 빠지는 것은 성풍속에 관한 죄 네 개입니다.
- 음행매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
- 음화반포 등: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 음화제조 등: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 공연음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구류와 과료도 선택지입니다
이 네 가지에서는 취한 상태였더라도 특례가 끼어들지 않습니다.
반대로 강간과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과 준강제추행, 그 미수는 모두 특례가 닿는 범위에 들어갑니다. 주거침입이나 특수강도가 얽혀 형이 올라가는 조문들도 같은 범위입니다.
치료 기록은 무엇을 보여 주는 자료인가
가족이 가장 먼저 들고 오는 종이가 진단서입니다. 그런데 진단서 한 장은 병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줄 뿐 사건이 벌어진 그 시간의 상태를 말해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무게가 실리는 것은 흐름이 보이는 기록입니다. 입원 기간과 퇴원 당시 소견, 최근 6개월분 처방 내역과 복용을 멈춘 시점, 사건 직전 진료일의 기재, 보호자가 적어 둔 생활 변화가 그런 자료입니다. 복용 중단 시점이 사건과 가까우면 그 사실 자체가 설명의 축이 됩니다.
정신감정을 신청하는 길도 있습니다.
법원이 감정을 받아들이면 전문의가 행위 당시 상태를 따로 판단합니다. 결과가 유리하게만 나오는 절차가 아니고 기간도 길어집니다. 신청 여부는 기록 전부를 확인한 뒤 변호사와 함께 판단하십시오.
약속할 수 없는 것
치료 이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형이 내려간다고 말하는 설명은 받아들이지 않으시는 편이 낫습니다. 감경 여부는 법원의 판단이고, 성범죄 사건에서 치료 이력은 재범 위험 평가와 나란히 읽히기도 합니다.
가족이 지금 하면 안 되는 일은 무엇인가
먼저 멈춰야 하는 것은 연락입니다.
고소인과 피해자, 그 보호자에게 가족이 직접 전화하거나 찾아가는 일은 어떤 사정에서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과를 전하려는 선의였더라도 상대가 압박으로 받아들이면 본래 사건과 별개의 문제가 만들어집니다. 합의할 뜻이 있다면 그 전달은 변호인에게만 맡기십시오.
- 피해자 측 연락처를 찾는 일 자체를 그만둡니다
- 이미 보낸 문자와 통화 내역은 삭제하지 말고 원본 상태로 보관합니다
- 최근 3년분 진료 기록과 처방 내역은 발급만 받아 두고 제출 시점은 상담에서 정합니다
- 수사기관에 낼 자료의 범위를 변호인과 먼저 정리합니다
사건이 어느 단계에서 어떤 기관으로 넘어가는지는 2026년 10월 공소청 출범 뒤 절차가 정리되는 중이어서 단정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진행 절차는 상담에서 기록을 보고 확인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정리
성범죄의 감경 특례는 음주와 약물에 걸린 조문입니다. 질병에서 온 심신장애는 그 문언 밖에 있어 형법의 감경 주장이 그대로 남습니다.
다만 남아 있는 것은 주장할 자리이고 결과가 아닙니다. 행위 당시 상태를 보여 줄 기록을 모으는 일이 먼저입니다. 피해자 측에 가족의 연락이 닿지 않게 막는 일도 같은 무게로 중요합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지키려면 처음부터 변호인이 유일한 창구가 되어야 합니다.
참조 조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20조 · 형법 제10조, 제11조, 제242조, 제243조, 제244조, 제245조
본 글이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리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구체적인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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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진단서를 내면 형이 줄어듭니까?
진단서는 병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자료일 뿐이어서 그것만으로 감경이 되지는 않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시점의 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어떠했는지를 입원 기록, 처방 내역, 사건 직전 진료 기재로 이어 붙여 설명해야 합니다.
술을 마신 상태였다는 점은 유리하게 쓸 수 없습니까?
성폭력처벌법의 특례가 바로 그 주장을 막기 위해 들어온 조문입니다.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를 범한 때에는 형법의 감경 조항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취한 사실을 감경 사유로 내세우기는 어렵습니다.
치료를 계속 받고 있다는 점은 어디에 쓰입니까?
책임 능력 다툼과는 별개로 양형 자료로 제출합니다. 치료를 꾸준히 받아 왔다는 기록과 앞으로의 치료 계획, 보호자의 관리 방안을 함께 정리하면 재범 위험을 낮추는 사정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 측에 사과 편지를 보내도 됩니까?
가족이 직접 보내는 방식은 권하지 않습니다. 사과의 뜻이든 합의 의사든 변호인을 통해 전달해야 하고, 직접 접촉은 압박으로 평가되어 별개의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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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검토: 한병철 변호사 ·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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